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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자 그가 서있었다.
얼마나 뛰었는지 빨갛게 닳아 오른 얼굴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말을 잇지도 못하고 서 있었다.
그 순간 그가 너무 귀여워 꼭 끌어안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쓰러질 것 같은 그를 현관 안으로 들어오게 했다.
풀어 헤쳐진 상자를 보며 그가 낭패감을 느낀 표정으로 다시 그녀를 보았다.
[ 저건... 그냥 ... 한 번 보라구 ]
[ 나에게 처리하라는 뜻 아니었어....알았어요 내가 알아서 할게. 태우던지 버리던지 ]
[ 그런거 아니야!... 제발 우리 이러지 말자 ]
그의 절박한 목소리에 더는 놀릴수가 없을 것 같았다.
[ 사랑해... 반지는 돌려주려고 했던거였어.... 늘 당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한번도 다른 남자 생각해 본 적 없었어 ]
[ 진이야 ! ]
그의 품에 뛰어 들어 그의 허리를 꼭 끌어안자 그의 쿵쾅거리는 심장소리가 들려왔다.
[ 항상 내가 당신을 더 많이 사랑하고 당신이 날 사랑할 이유가 많지 않다는 것 때문에 괴로웠어... 다른 여자들만큼 예쁘지도 않고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도 다 이상하게만 들리고... 이런 나를 싫증낼까봐 두려웠어 ]
그가 헉하고 내지른 소리에 그녀는 고개를 들어 그의 눈을 보았다.
[ 바보 아냐? ... 그런 이유로 날 떠난거야, 맙소사 말도 안돼 ...왜 한번도 말하지 않았어? 고작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좋아 할 수가 없어서였다니... 그럼 난 뭐야 당신만큼 망치질도 못하고 남자로선 더 꽝인데 ]
[ 그러네? ... 그땐 왜 그 생각을 못했지? ]
그녀가 소리내어 웃었지만 그는 여전히 못 마땅한 표정이었다.
[ 너무 바보 같아.... 알았으면 당신이 얼마나 예쁘고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끼게 해줬을텐데 ]
[ 알아... 이젠 알 수 있어. ]
[ 다신 헤어 질 수 없는 것도? ]
[ 응 ]
[ 근데 물어 보고 싶은게 있어? ... 2층 사무실은 왜 안나가는거야? ]
[ 눈치 하난 정말 둔한 여자야... 이제 알겠어? ]
에필로그
[ 사장님! 전화예요 ... 매일 붙어 지내면서 전화까지 이렇게 해대면 저 열받아서 일 못해요 ]
같이 일하기 시작한지 한 달이 못되는 직원 민정에게서 벌써 수차례 듣는 푸념이었다.
[ 왜 또 그래 ? ]
[ 그냥 우리 마누라 일 잘하나 싶어서... 아무래도 난 이제 능력이 다 됐나봐. 나 먹여 살릴 자신 있어? ]
[ 무슨 소리야? ...그 많은 대출금은 어떻게 갚으려구 이렇게 빚이 많은줄 알았으면 괜히 들어왔어 ]
[ 다... 당신 잡을려구 한건데 너무 그러지마 ....에구 마누라 무서워서 빨리 대박 터뜨릴 준비나 해야겠다.... 이따봐 ]
전화를 끊고 밀려드는 행복감에 미소 지었다.
그는 지난번의 한풀이라도 하듯이 혼인신고부터 했다. 결혼식도 다시 하자고 했지만 그것만은 말렸다.
아버지에게도 다녀왔다. 많이 나이 든 모습의 아버지에게서 이제 위압감 같은건 느낄수 없었고 딸과 사위를 다시 찾은 모습에 고마워하셨다.
이제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오랜 이별뒤에 찾은 사랑 다시는 놓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