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787

[제8회]


BY noma 2001-05-23

8
그녀가 몸살을 앓고 난 후 시현의 태도는 많이 부드러워졌다.
그의 탓이라고 돌려버린 그녀의 핑계에 죄책감이라도 느낀 것인지 그녀가 하는 일에 더 이상 제동을 걸지 않고 지켜보기만 했다.
그의 변한 모습이 오히려 그녀는 불편하고 힘들게 느껴졌다.
차라리 그와 대립하고 그의 의견을 무시 할수 있다면 그녀가 깨닫게 된 사실을 좀 덜 의식할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제 그의 작업실도 거의 마무리가 되어가고 있었고 이제 그녀는 그가 살게될 3층의 작업에 들어갈 것이다.
그가 가정을 꾸미게 될 그곳을 생각하자 그녀는 질투심이 가슴 한구석에서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 2층은 아직 사람이 안 나타난거예요? ]
작업실의 마무리를 지켜보고 있는 그에게 다가가 묻자 그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요즘 그에게 말을 건네는게 꼭 사춘기 소녀가 동경하는 이성에게 어떤 말을 할까 하고 고민하고 각본을 짜서 연습해서 연기하는 것처럼 힘들었다.
[ ... 아직... 곧 나타나겠지 ]
[ 이제 일층 스튜디오랑 당신 집이랑 들어가면 한달 정도면 끝날 거예요. 작업실은 그때 들어 올건가요? ]
[ 아니 방음 장치도 확실한지 실험해 볼겸 미리 들어 올 생각이야, 해야 할 일도 있고 빨리 나도 내 작업실에서 안정되게 일하고 싶어 ]
[ 그래도 불편할 텐데요? ]
[ ... 당신이 불편하겠지, 난 괜찮아 ]
그가 그녀의 불안해하는 눈을 바라보며 알수 없는 표정으로 머뭇거리다 고개를 돌리자 그녀는 무안해졌다.
그때 경쾌한 발소리를 내며 후배인 소희가 두 사람 곁으로 다가왔다.
[ 안녕하세요! 내일부턴 자주 뵙겠네요 ]
시선을 그에게서 떼지않고 여자인 자신이 보기에도 매력적이고 활발한 웃음으로 인사를 건네는 소희에게 그가 미소지었다.
[ 신문에서 봤어요... 이번에 영화음악 하신다면서요? ... 기대 되는데요. 남자 배우들 좀 소개시켜 주세요, 네? ]
소희의 농담 반 소리와 함께 두사람의 대화가 영화얘기로 흘러가자 그녀는 웬지 소외감을 느끼며 그 자리에 있기가 민망해졌다.
[ 저, 이만 갈께요 ]
[ 어! 선배, 회사로 들어갈꺼예요? ... 사장님이 요새 선배 얼굴 자주 못봐서 되게 서운해 하시던데 ]
[ 아니, 오늘 약속이 있어서 여기서 바로 퇴근 할꺼야 ]
그의 시선을 의식하며 재빠르게 대답하곤 서둘러 자리를 뜨는데 소희의 활기찬 대답이 들렸다.
[ Think에 가시려구요? 그럼 내일 뵈요 ]

두사람을 등지고 나오는 그녀의 발걸음이 너무도 무거웠다.
더욱 견딜수 없는건 명치끝이 저려오는 질투의 감정이었다.
결국 또 이렇게 자신의 감정이 그에 의해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화가 나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얼마나 걸어가고 있었을까? 아무생각 없이 걷던 그녀가 뒤따라오는 자동차의 느낌에 얼른 길옆으로 비켜나려는데 옆에 선 자동차의 창문이 열렸다.
[ 나도 Think에 가는 길인데 타라구 ]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 어차피 그곳에 가면 만날텐데 핑계를 대는 것도 우스워 말없이 차에 올랐다.
[ 요즘 그곳에 자주 들른다면서요? ]
차가 출발한지 십분쯤 지나서 그녀가 먼저 말을 꺼냈다.
[ 응... 그냥 거기가 편하더라구. 혜원씨도 잘해주구... 여자들은 참 다양한 모습들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예전의 혜원씨 하곤 전혀 다른 얼굴을 느껴 ]
[ ... 많이 상처를 받아서 그래요 ]
[ 또, 상처받은 여자는 강해진다는 말이 하고 싶은 거야? ]
그가 그녀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자 더 이상 말을 하기가 힘들어져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 윤 정운 하고는 잘 돼 가는거야? ]
그의 갑작스런 질문에 너무 놀라 그녀가 그저 눈만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자 그가 멋적게 웃었다.
[ 내가... 궁금해 할 일이 아닌가? ... 이번엔 그저... 당신이 잘 됐으면 좋겠어 ]
그의 뒷말이 웬지 쓸쓸하게 들린건 그녀의 착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