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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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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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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회 ]


BY noma 2001-05-11

1
주말내내 내린 비가 얼마나 큰힘을 발휘했는지 너무도 상쾌해진 공기와 거
리의 깨끗함에 진이의 발걸음이 오늘 유난히 가벼워졌다.
아침에 아파트를 나설때보니 이틀동안 양분을 충분히 공급받은 개나리가 꽃
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는것 같아 그녀의 마음을 들뜨게 했다.
이제 곧 따뜻한 봄이었다.
언제나 늘 그렇듯이 사무실 문앞에서 귀에 꽂은 이어폰을 떼어내고 핸드백
에서 열쇠를 찾아 문에 꽂던 그녀는 이미 문이 열려 있는것에 의아해하며
안으로 들어섰다.
오늘 자신을 제치고 아침을 연 이가 누군지 시선을 돌리던 그녀는 사무실
안 가장 좋은위치에 자리잡은 책상에서 앉은 의자를 이리저리 돌리며 무언
가를 열심히 들여다 보고 있는 정운을 발견하곤 미소 지었다.
그녀가 가까이 다가가자 인기척에 고개를 든 정운이 그녀와 같은 미소로 답
해 주었다.
[ 웬일이세요? 사장님이 먼저 출근을 다하시구...]
[ 와우~ 이런 기분때문에 늘 아침에 문을 여나봐 , 괜찮은데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문을 열고 들어와 사람들을 기다리는 기분 ]
그가 손에 깍지를 끼고 머리위로 들어올려 스트레칭를 하는 모습을 보며 기
분 좋은 하루를 예감했다.
[ 근데 그 기분을 완벽하게 하려면 뭔가 부족하잖아요...커피? ]
[ 좋지 ]
돌아서서 사무실 한켠에 놓여있는 조그만 탕비실에서 커피를 준비하며 옆
에 놓인 오디오를 켜자 사무실 직원들이 모두 즐겨 듣는 얼 크루의 연주가
흘러 나왔다.
그녀는 흐믓한 미소를 지으며 머그잔 두개를 가지고 정운의 책
상으로 향했다.
잔을 내밀며 늘 편안하고 따뜻한 인상의 그가 평소보다 더 즐거운듯 웃고
있는 것을 놓치지 않고 그녀가 물었다.
[ 말해봐요, 무슨일 있죠? 이렇게 일찍 나온것두 이상하구 뭔가 아주 할말
이 아주 많은것처럼 보이는데 ... 얼굴에 다 쓰여 있다구요 ]
[ 하~ 나는 이 천진난만한 얼굴이 문제야. 절대 거짓말을 못하겠거든 .
사람들을 놀려 먹을래두 얼굴에 다 나타나니 뭘 할수가 있어야지 ]
[ 피~이 정말 못들어 주겠네요, 대체 무슨 일이예요? 내 연봉이라두 팍팍
올려줄 큰건수라도 들어왔어요? 아님 이제 독신을 청산하고픈 그녀라도 나
타난거예요? ]
[흐~음 나야 두번째 경우라면 훨씬 좋겠지만 아마 첫번째 확률이 높겠지...
바로 말할께 어제 Think에 갔었는데 그곳에서 누굴 만났거든 . 혜원씨하
구 잘아는 사이 같은데 그곳 인테리어가 너무 좋다고 감탄을 하더라구. 그
래서 내가 가만히 있을 수가 있어야지, 우리 디자이너 작품이라구 했더니
아주 진지하게 일을 맡기고 싶어하는 눈치였어. 얼마전에 조그만 건물을 하
나 구입했는데 오래된 건물이라 많이 낡았지만 기초공사가 워낙 튼튼한 건
물이라 헐고 싶진 않고 리모델링을 원하나봐 ]
[ 와~ 정말 대단하네요. 건물 전체가 들어오다니 이런일 꼭 해보고 싶었는
데 ]
[ 다 Think 덕분이지 그일 이후 일이 술술 잘 풀리는것 같지 않아? 당신이
그만큼 열정을 쏟은 결과야]
[ 그래야죠 그럼, 내가 그일에 얼마나 힘을 쏟았는데 혜원이 한테 제대로
설계비도 못 받았는데 이렇게 일감이라두 안겨줘야지... 근데 누구예요?
그런 사람있으면 진작 소개 시켜주지 ]
[ 글쎄 오늘 오후에 오겠다고 했으니 그때 봐, 사실 우리 여직원들이 안 봤
으면 하지만... 남자인 내가 봐도 꽤 멋진 인물이더라구 ]
정운이 어깨를 으쓱하며 걱정스런 눈길로 쳐다 보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사무실 식구들이 제시간에 맞춰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하자 그녀가 방금 들
은 소식에 모두들 즐거워 했다.
진이도 자기 자리로 돌아와 새로운 일에 대해 기대감을 가지며 혜원에게 연
락해 누군지 알아 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