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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손님에게만 수건 이용요금을 부과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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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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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BY pluto 2001-05-12

다급했다.
지금 이 순간 어떻게든 이 아이를 지켜내야만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자신의 욕구대로 내 아이를 해치려는 저 눈도 문제였지만, 그것에 동조하고 심부름꾼이 되어버린 남편을....막아내야 한다.

부엌에서 뭔가를 찾아내 두손으로 잡고 나왔을때, 남편은 한쪽손으로지수의 작은 손을 등뒤로 움켜잡고, 또 다른 한손으로 아이의 고개를 뒤로 젖히고 있었다.
그리고..공포로 절은 아이의 눈은, 남편의 당기는 힘에 의해 커다랗게 열려져 있는 모습이었다.

"엄...마"
지수가 나를 부르고 있었다.
내 안에서 태어난 사랑스런 내 딸이 여리고 힘없는 짐승처럼 무자비한 손아귀에서 벌벌 떨며 나를 부르고 있었다.

"놔! 어서 그 아이에게서 손떼!"

아이의 몸을 무자비하게 움켜쥔 채로 남편이 내쪽을 돌아봤다.
하지만 이미 꼭두각시로 전락해버린 남편은, 내 손안에 잡혀있는 물건의 뾰족한 날을 보았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무 표정없이 서있었다.
그때 나를 비웃던 것은 눈이었다.

"흐흐흐... 자식을 위해 남편을 어떻게든 지켜보겠다? 어디서 본 장면같은데... 칼만 빼고...흐흐"
"그래...네 엄마가 널 지키기 위해 몸부림쳤겠지. 엄마니까...지금 나도 내 딸을 지킬 수 있다면 뭐든지 할거야."

"웃기지마! 나를 지킨다고? 나를 지킨다는 게 시퍼렇게 부어오른 등에 약이나 쳐발라주는 일인가? 내가 그리 클때까지 어떻게 자랐을거같아? 그 여자...그래 내 엄마라는 사람, 기껏해야 약발라주고, 울고, 같이 두드려맞는게 전부였던 사람이야....결국 그러다 죽어버렸지만.....딸을 지키겠다?...해봐!"

눈은 어느새 울부짖고 있었다.
그 순간은, 폭력앞에 짐승취급당하던 어린아이의 절규일뿐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잠시뿐, 다시 자신의 목적을 이루고 말리라는 냉정함으로 눈빛을 채우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후....
눈이 점차 작아지고 있었다.
처은에 벽에 매달려있던 거대한 물체는 여리고 작은 내 딸아이의 육체안에 자리잡기 위해 스스로 줄어들고 있었다.

그 순간이었다.
지수의 가엾은 눈....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애원의 눈빛을 보내던 내 딸아이의 눈중 한쪽 눈이 남편의 무자비한 손길의 침범을 받은 것은...

"안돼!"
주저할 시간이 없었다.
내 눈앞의 이 사람이 설혹 나와 몇년동안 부부라는 이름으로 지내온 사람일지라도, 나를 너무나 아껴주고, 그리도 다정했던 사람이었을지라도..... 내겐 딸아이를 지켜야한다는 생각이 더욱 중요했다.

"헉.....으윽..."
남편의 옆구리에서 붉은 선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손가락의 힘을 풀지 않았고, 다급해진 마음에 나는...계속해서 그를 공격하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 늦었는가?
이미 눈이 지수를 침범하고 있었다.
나와 남편이 피범벅이 되어 다투는 와중에도 천천히 지수의 한쪽 눈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가엾은 어린 아이는 비명속에서 저주받은 눈의 안식처가 되어버린 것이다.

나는....막지 못한 것이다.
결국 원한으로 뭉쳐진 저주의 눈이 내 딸을 침범하는 것을 결국 막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사랑하는 딸아이를 지켜내지 못한 자신의 모습에 절망감을 느껴야 했던 그 순간....

남편의 사정없는 손길이 내게 들이닥쳤다.
이미 지수에게 닥친끔직한 일들이 모두 끝나버림을 알고 공격을 멈춘채 힘없이 늘어져버린 내 몸을, 남편이 거세게 밀어버린 것이다.

퍽!
이것이 무슨 소리일까?
갑자기, 내 머리에 충격이 가해졌다.
뜨듯한 액체가 관자놀이를 타고 흐르고 있음을 느낀 것도 잠시뿐...
쓰러진 내 몸위로 남편또한 엉겨 쓰러져왔다.

결국 이렇게 되어버린 것인가?
어린 아이에게 가해졌던 폭력의 기억이, 저주가 되고 분노가 되어, 행복했던 한 가족의 지난 시간까지도 모두 앗아가버리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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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나의 시선이 내 아이를 찾고 있었다.
시야는 흐릿해졌고,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힘이 사라지고 있는데다가,이미 심장박동이 멈춰버린 남편의 무게가 나를 짓눌렀지만 나는 필사적으로 내 딸아이를 찾고 있었다.

내 앞에 처참한 몰골의 지수가 보였다.

지수의 눈은 끊임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비록 한쪽뿐이었지만...
그리고 다른 한쪽눈, 유난히 둥그렇고 핏줄이 붉어진 희윤이의 그것은.... 웃고 있었다.

"이런.....이러면 안되는건데.... 애써서 가족을 되찾았나 싶었더니 그걸 다 망쳐버리시는군...이것도 어디서 본 장면같은데? 흐흐흐
아무래도 나머지 다른 가족은 다른 곳에서 다시 찾아봐야겠는걸...
이번에는 두 사람몫의 엄마아빠가 필요할래나? 흐흐흐..."

목적을 이룬 악마의 웃음소리가 저럴까..
그러나 그 모습과 그 웃음소리가 내가 들을 수 있었던 마지막 전부였다.
저주의 끝이며 또 다른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