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여보, 제발...."
지수와 나, 반드시 이 집을 나가야만했다.
하지만 남편의 논빛은 그것을 절대 허락하지 않을 것임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가야돼 여보, 우리 지수 어서 나가야된다구요, 제발...정신차..."
나의 뒷말은 계속 이어지지 못했다.
성난 짐승같이 눈이 부라리며 내 머리카락을 휘어채는 남편의 손길이 그것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아빠!"
지수는 이 당황스런 장면에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러댔다.
느닷없이 잠을 깨운 엄마가 이집을 나가야한다고 재촉한데다, 이제껏 한번도 본적이 없는 아빠의 행동이 이 아이에겐 설명할 수 없는 공포를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리라..
'어떻게든....'
남편에게 머리카락을 잡혀있는 상태였지만 비명만 지르고 있을 수는 없었다.
서둘러야한다.
이미 저주의 눈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음을 본능적으로 느낄수 있었기에 내 마음은 더더욱 급하고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이 무서운 완력을 어떻게 이길 수가 있으랴
아무리 벗어나려고 애를 써봐도, 남편의 충혈된 눈은 그가 이미 희망없이 미쳐버렸음을 드러내주고 있었다.
그때였다.
벽속에서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는 더러운 시선을 느낀것은....
"안돼!"
다급해진 마음과는 달리 꼼짝할 수없는 내 육체..
그 순간 내가 할 수있는 것은 눈앞에 드러나는 끔찍한 현실을 비명으로 맞이하는 것뿐이었다.
"엄...마, 저게...뭐야?"
지수는 얼어붙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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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웃고 있었다.
잠시후면, 자신을 벽안에 가두어두었던 그 원한과 절규가 모두 사라질 것을 기뻐하는 눈, 동시에 우리 가족의 평화를 해쳐버리고 행복을 송두리째 날려버릴 눈....
저것이 원하는 것은 이순간 한가지뿐이다.
지수....!
내 사랑하는 딸의 순수하고 맑은 육체가 자신을 벽속에서 완전히 해방시켜 잃어버린 시간을 보상해줄 도구로 여겨질 것이다.
그리고 지금 그 도구는...... 바로 앞에서 아무 저항없이 떨고 있는 것이다.
"흐흐...시작할 때가 되었나? 안 그래?......엄마."
"안돼! 건드리지 마! 그 아이를 건드리면 널 가만두지 않겠어."
"흐흐흐.....과연 그럴까? 그럴 수 있을지 궁금하군..."
눈의 시선이 남편에게 향했다.
이미 가족의 존재를 송두리째 잊어버린 혼미한 사람....
눈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하자, 남편은 그제까지 내 머리카락을 휘감고 있던 손아귀의 힘을 풀었다.
그리고는, 자신이 그리도 사랑하던 딸아이에게 다가갔다.
끔직이도 자신을 사랑하던 그 아빠다.
하지만 지수는 서서히 다가오는 아빠의 접근이 무서웠나보다.
슬금슬금 뒷걸음질치는 모습이 공포에 절어있었다.
"안돼!"
다급해진 내 발길이 이 상황을 막아낼 무언가를 찾기위해 부엌쪽으로 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