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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BY pluto 2001-05-03

선천적으로 눈이 한쪽밖에 없는 아이였다고 한다.
한쪽밖에 없는 그 눈이 유난히 크고 동그란 탓에 애아빠는 아이를 더 멀리 했단다.
엄마는 그런 아이가 가여워서 더 신경을 쓰고 사랑해주려고 했었는데, 그게 문제가 될 줄이야....

"희윤이가 좀 컸을때 애 엄마가 아이들을 데리고 시장을 갔답니다.
희윤이 오빠란 아이는 자전거를 끌고 갔다나봐요. 처음엔 희윤이가 뒷자리에 앉았는데, 횡단보도앞에서 희윤이가 엄마손을 잡고 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네요. 애 엄마가 희윤이한테 신경쓰느라고 아들아이 자전거가 찻길에서 턱에 걸린 걸 미처 몰랐는데, 불행히도 그게...사고가 나서....뒤에서 비명소리가 나서 돌아보니 아들아이가 이미...참, 그 엄마도 딱하게 된거죠."
"그래서 그 아버지가 희윤이를..."

가뜩이나 장애를 안고 태어난 아이를 탐탁치 않게 여기던 아버지는 아들의 죽음을 전적으로 희윤이탓이라 여겻던 것이다.
"아이를 구타하는 정도가 너무 심하다고 애엄마가 울부짖더군요. 심할때는 다리미로 등을....아뭏든 아이가 견디기에는 정도가 지나쳤죠."
다리미라니...자기 자식에게 어떻게 그런...

"그 때 어쩌지 못하고 그집을 나온 것이 두고두고 내 가슴을 괴롭히고 있어요. 그뒤로 아이가 그리 된것이 우리가 방조한 탓은 아닐까 하고..."
"그 뒤로... 아이가 어찌 되었는데요?"

이상하게 그 집이 며칠동안 조용했더란다.
그 소란스럽던 집이 너무나 조용한 것이 이상했던 이웃들이 열쇠공을 불러 그 집 현관문을 따고 들어간 순간...모두들 집안의 그 끔찍한 모습에 비명을 질러댔다고 했다.

아이 아버지는 옆구리가 칼에 심하게 찔린채로 쓰러져 죽어있었고,
희윤이 엄마 역시 숨져있었는데, 머리에는 모서리에 심하게 부딪힌 흔적이 있는채로
그리고..아이는....숨진 엄마의 시체옆에 웅크리고 앉아있는 모습 그대로 굳어있었다는 것이다.

"경찰은 사건을 이렇게 단정지었죠. 아이 아버지가 아이를 심하게 구타하자 엄마가 이를 막기위해 칼로 아이 아버지의 옆구리를 찔렀고, 아이 아버지가 애엄마를 밀치면서 거실장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쳐 사망했다.곧 애 아버지도 사망하고 아이는 부모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나머지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다가 아사했다.그렇게요... "

"너무 ...무서운 얘기네요..."
"무섭다기보단 슬프죠..전 아직도 그 아이가 웅크리고 있던 모습이 가끔 생각나서 너무나 괴롭답니다. 잊혀지지도 않을거에요...그런데 경찰이 한가지 밝히질 못한게 있었어요."
"뭐죠?"

"아이의 시체에.... 눈이 없었다는겁니다."
"네? 눈이 없다니요?"
"경찰은 아버지가 때리다 그리 된거 아닌가 하지만...아무리 심하게 때렸다고 아이눈이 그리될수 있나요? 그럼 어디엔가 남아있기라도 해야하는데...비록 하나뿐이었지만 안구가 완전히 없어졌다는 거죠. 그뒤로도 밝혀내지 못한 일이랍니다."

장회장은 이어서 그 집에서 일어난 그 무서운 사고들이 모두 희윤이의 원한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최소한 자신은 그리 생각된다면서..
덧붙여 부디 댁이 아이는 아무런 해도 입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도와주지 못해서 너무나 미안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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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감당하기엔 너무나 벅찬 이야기....
무엇보다 우리 지수를 어떻게 지켜내야하나.
남편이 반대하더라도....아니 아예 얘기도 꺼내지 말고 어디로든 피하게 해야겠다.

희윤이라고 했지...
한번도 본적없는 아이에 대한 연민의 정이 밀려왔다.
가엾기도 하지, 어린아이가 감당하기엔 너무나 끔찍한 일이다.
갑자기 가슴 저 아래에서 슬픔이 몰려왔다. 더불어 눈물도....

내가 알아버린 과거의 사건이, 감당하기에 벅찬 때문일까. 갑자기 졸음이 쏟아진다...

"엄마....엄마..."
헉!
"엄마.. 아파...아프단 말야...날 좀 지켜줘...엄마...."
'그것'이 왔다.
이번엔 거실천정에 매달려 나에게 다가온다.
저 괴물같은 것이 희윤이의 원한이란 건가?
점점 다가올수록 고통이, 처절함이 나를 덮쳤다.

그 순간...!
'희윤이의 안구가 완전히 사라진거죠.'
장회장의 이야기가 나의 뇌리를 스치면서 나는 내 눈앞의 물체의 정체를 완전히 볼 수 있게 되었다.

눈이다!
저것은 분명히 눈이다.
좀더 명확히 말하면 인간의 안구, 거대한 안구인것이다.
하얗고 둥그런 안구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검은 눈동자, 그 둘레를 불규칙적으로 감싸고 있는 빨간 핏줄들....

그동안 나를 공포로 감싸고 있던 처절한 시선...처참하게 죽었다는 아이의 원한이 저 눈안에 사무쳐 나와 내 가족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