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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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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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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BY pluto 2001-05-03

"엄마..."

!
왔다.
'그것'이 다시 내 눈앞에 나타났다.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처절한 슬픔으로 뭉친채 내 몸뚱아리, 숨통을 막히게 만든다.
미치도록 무서운데, 그냥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싶은데....
그럴 수 없었다.
내 몸이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았을뿐더러, 절대적인 이유.....그것은 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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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남편에게 지수를 같이 데리고 자자고 해봤었다.
그런데 의외의 차가운 반응이 남편에게서 쏟아진 것이다.
"다 큰 애를 왜 자꾸 데리고 자? 그냥 혼자 재워!"
왜 저러는지 생각할 여유도 없었다. 마음이 급하게 돌아갔으니...

"지수야, 오늘 외할머니네 가서 자지 않을래?"
"외할머니네? 싫어,그렇게 먼데서 자고 낼 학교는 어쩌라구..."

모두들 느끼지 못하는 일을 나 혼자 끌어안고 또다시 버텨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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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뭐..야, 넌 ..뭐냐..구.."
"엄마...."
"엄..마..라니.....넌 뭐야....제.발.... 사...라..져.. 난.. 네 엄..마가 ...아니..야.."
손가락 하나도 꼼짝할 수 없었지만, 난 최선의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갑자기 이상해졌다.
둥그런 반원이던 것이 점차 벽에서 분리되어지면서 점점 완전히 둥그런 모양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마치 천정에 대롱대롱 매달린 상태로, 내 얼굴과 더욱 가까워지려고 몸부림치듯이...
그러더니, 전체가 젖어들어간다
물기가 둥그런 외부를 완전히 적셔들어가더니... 그 습기가 한데 모아져 내 얼굴위에 떨어져버리는 것이다.
내 몸과 이부자리가 흠뻑 젖어들어간 후에야, 천천히 벽으로 다시 흡수되어가버리는 '그것'...

!
'뭐지...? 이건.....짜!'
그랬다 '그것'에서 쏟아져서 내 얼굴과 몸을 다 적신 그 액체는 짠 맛을 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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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가봐야겠어.'
앞집의 벨을 눌렀다.

"어..쩐 일이세요?"
그녀는 역시 예의 그 불안한 눈초리로 나를 경계하고 있었다.

"잠깐 여쭤볼 일이 있어서요"
눈치볼 여유가 내겐 없었다.
다짜고짜 그집 거실에 자리를 잡고 앉아 단도직입적으로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여기 사신 동안 저희가 여섯번째 이웃이라고 하셨죠?"
"...네"
"앞서 살다 간 사람들 얘기좀 해주세요.아시는대로 다요"
"네?........"

한참을 나를 바라보면서 불안한 눈길을 보내더니 그녀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왜 그러시는지, 무슨 이야기를 하라고 하시는건지 알수는 없지만여, 제가 아는 것들을 궂이 말씀 못드릴 이유는 없겠죠. 뭐가 알고 싶으신거에요?"
무슨 질문부터 해야하나...그래!
"저희 이사온 직후부터 왜 저를 그리 경계하시는건가요? 제가 무슨 안좋은 인상이라도 심어드렸나요?"
질문을 듣자 앞집여자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다.

"그렇게...보였나요?..죄송하네요.."
"아니요, 사과듣자는게 아니에요, 이유가 분명히 있겠죠? 그걸 듣고싶은거에요."
"그게... 사실 살고계신 그집에 이사오는 사람들이 원체 정들일 시간도 없이 빨리 떠나가고 하니까..."
"그게 다일리는 없잖아요?"
"그리고... 솔직히 처음부터 다 그런건 아니였어요."

그녀의 이야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자기도 마주보고 사는 앞집이니만큼 친하게 지내고 싶었다고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앞집에 사는 사람들의 태도가 한결같이 변해가더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다들 지수엄마가 그랬듯이 싹싹하고 친절한 사람들이였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가면 지나갈수록..."
무언가 불안하고 ?기는 사람들처럼 말도 없어져가고, 가끔은 이상한 말도 지껄여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상한건.. 하는 말들이 다 똑같다는거에요. 무슨...지켜보는게 있다나 뭐라나."
"지켜본다구요?"
"네...자꾸 그러니까 지금은 저도, 댁에 뭔가 쳐다보는게 있는듯이 착각이 되고 있다니까요."
"그 말뿐인가요?"
"글쎄요...사람들이 이상해지면서 저랑 얘기도 않고 그냥 모르는 사람같이들 구니까, 저라고 특별하게 관심을 두고 지켜보지는 않게 되더라구요. 몇번 그러다 그냥 훌쩍 이사들을 가버리니까 솔직히 이제는 제쪽에서 경계하게 되나봐요....기분나빴다면 미안해요..하지만.."

그렇기도 하겠다.
이사오는 사람마다 그렇게 떠나버리니, 이번에도 또 그러리라..싶을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뿐만은 아니에요.."
"네? 뭐가 또.."
"솔직히 살고 계신분한테 이런 얘기하는거 웃긴 일이라고 생각되지만.. 기왕 얘기가 나왔으니까 말인데요."
"아니요. 말씀하세요, 다 하셔도 되요. 제가 바라는 거기도 하구요."

"지수엄마도 뭔가 기분나쁜 일이 있으시니까 저한테 와서 물으시는거죠? 그 집말이에요."
"...."

"그 집에 이사오는 사람들마다 처음에는 다 행복해보였어요. 아이들도 그렇고, 안주인들도 그렇고.. 그런데, 이상한 건 이사갈 무렵이 다 되서는 아이들이 안보인다는 거에요. 정작 이사 갈??는 인사도 없이 가버리니 이유를 물을 수는 없엇지만요."

아이들이 안보인다는건 무슨 뜻이지?

"이상하게, 처음에는 안그러더니 싸움소리도 많아지고, 아이들은 꼭 사고가 나서... 아뭏든 그러다보니 저도 기분이 묘해지고 공연히 이 아파트에 사는 게 무섭기도 해요... 이사를 가버리던지 해야지..원."

나를 둘러싸고 있던 공포가 이제 견디기 어려워질 정도로 거세지고 있었다.


!
인사도 하지않고 정신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앞집을 빠져나온 나는, 우리집... 저 이상한 전력을 갖고 있는 집의 문을 열기가 겁이 났다.

'혹시....'
급하게 아파트 현관을 벗어나 경비실로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