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잤니?"
"응, 엄마"
남편의 아침식사가 거의 끝날 무렵지수가 방에서 나온다.
"이 녀석아, 덕분에 아빠는 독수공방신세로구나."
"독수공방이 뭐야 아빠?"
"아니 4학년이나 된 놈이 독수공방도 몰라? 쉽게 말해서 혼자 신세라 이거지, 한자공부좀 해라 이 녀석아."
아빠에게 좀 미안한 듯, 혀를 쏙 내보이는 아이를 보면서 지난 밤의 긴장감은 사라지고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근데 아빠..."
"뭐?"
"며칠동안만 엄마랑 같이 자면 안돼?"
"또? 왜?"
"그냥...엄마랑 자고 싶어서 그러지"
"이 녀석, 아기같이.... 쳇! 할 수 없지 뭐, 아빠가 양보하지 대신, 며칠만이다."
"암튼 우리 아빠가 최고라니까...히히"
"아빠가 최고라면서, 잠은 왜 엄마랑만 자냐? 녀석...하하"
아! 부디 이 행복이 계속되길...
그런데, 가슴 한 구석에서 털어내 버릴 수 없는 불안감은 남편과 지수의 다정한 모습을 바라볼수록 왜 점점 더 커져가는 걸까.
그날 낮에는 일부러라도 집안 일을 벌려놓고 있었다.
한가해지면 자꾸 이어지는 생각??문에...
"따르릉~"
남편이었다.
-여보, 당신 괜찮아?
"왜요?"
-아침에 보니까 얼굴이 밝질 않길래..
"괜찮아요, 나쁜 꿈을 좀 꿔서..그래도 지수가 잘 잤다는데요 뭐, 별일 아니에요."
-나쁜 꿈? 당신도 악몽 꿨어?
당신도...라니, 그럼 남편도?
-아뭏든 안좋아보이길래 전화했어, 그럼 끊어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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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도 지수방에서 자고있었다.
이 기분은 무얼까.. 자면서도 오싹한 느낌... 뭔가 나를 누르는 방안 공기, 벗어나고 싶다. 갑갑해....
잠속에서도 외면칠 수 없는 두려움과 공포가 가슴을 짓눌렀다.
이대로 계속 자면 안돼. 눈을 뜨자! 눈을...
!
내 눈앞에 무언가 있었다.
그때는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무척이나 커다랗고 둥그런 물체가 내 몸 천정전체에서 튀어나와 있었다.
뭐랄까.... 물렁거리는, 번들거리면서 축축한 느낌!
그것은 하얀 반구의 모습으로 천정에 매달려있는 형상이었다.
가운데 저 검은 흑점은 또 무엇이며, 그 둘레로 불규칙적으로 뻗쳐져 있는 가늘고 빨간 줄기들...
이상한 것은 그것이 방안의 일부와 같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가 아니라 벽 전체와 하나를 이루고 있는 느낌...
비명소리도 지를수 없었다. 이것이 꿈인지 생시인지조차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의 감각이었으니까...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고, 그냥 그 알수 없는 응시에 갇혀 마비되어버린 듯했다.
저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마치 나를 뜯어보고 있는 느낌, 표현할 수 없는 응시...
얼마나 지난 걸까.
한동안 내 위에서 꼼짝도 하지 않던 '그것'은 서서히 벽으로 빨려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어느사이엔가 벽안에서 이동하는 듯하더니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나는 한참을 꼼짝하지 못하고 누워있었다.
처절함...
그것이 사라지고 난 후 한참 후에야, 비로소 나를 짓누르던 처절함을 깨닫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