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러가요.. 우리.."
"그래.. 그럼 가야지...가자.. 주희야.."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내내...
나는 영화에 몰두할 수 없었다...
지오를 생각했고...
그리고 남편과 성호를 생각했다...
그러자...
눈물이 났다...
그가 꽉 잡고 있던 내 손을 풀었다...
손이 눈가로 가자.. 지오가 어둠속에서 나를 응시하였다...
"뭐야? 우는거야? 무슨 일이야?"
"아무것도 아니에요..정말이에요.."
영화내내 그는 불편한 기분이었다...
영화가 끝나고...
차안에서.. 그가 물었다...
"주희.. 니가 많이 달라진것 같아.. 뱅쿠버에 있을 때, 내가 좋아하던 주희는 그저 대책없이.. 맑고 밝고..그래서 사람을 난감하게 하던 그런 사람이었는데.. 그런 주희가 갑자기 너무 어른이 됐어.. 안 그랬음 좋겠다.. 내 사람.. 주희는.. 내 곁에서 애를 한 다섯쯤 낳고도 대책없이 주책인 그런 여자였음 좋겠어.. 애를 낳고.. 몸무게가 한 이십킬로쯤 불어도 하하 하고 크게 웃을줄 아는여자.. 남한테 듣기 민망한 소릴 하고도... 전혀 개의치않는 그래서 주위에서 미움을 살지는 몰라도.. 궁극에는 아 저 사람이 너무 순진하구나...그래서 그렇구나.. 그렇게 생각되어지는 그런 여자.. 그런 사람이었음 좋겠어.."
그의 곁에서 아이를 한 다섯쯤 낳을수 있다면...
아니...
그의 곁에서 보름만 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랬어요?"
"뭘?"
"왜, 연락주지 않았어요? 뱅쿠버를 떠나고... 연락줬더라면.. 그렇게 되지 않았을텐데요.."
"그렇게라니..뭐가?"
"난 예전의 내가 아니란 말이에요.."
"구질구질한 모습 보이고 싶지 않았어.. 대책없이 박사과정에 있는 모습... 너한테 보이고 싶지 않았어.. 그렇게 나의 그 막막함을 그렇게 나의 불안한 미래를 너와 공유하고 싶지 않았어.. 너까지 그렇게 불안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거든..."
"당신만.. 그렇게 고고하게.. 그렇게 구질구질한 모습 안 보이고.. 동화속의 왕자님처럼.. 말쑥하게 나타나면 그만인가요? 난 구질구질해요..아니. 내가 구질구질해졌어요.."
"미안하다...내가 연락을 했었어야 했는데.. 너까지..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어..."
"당신은.. 당신은.. 만약.. 당신이 지금 이 모습이 아니라면.. 내게 영원히 연락을 안 할 생각이었나요? 그래요?"
"몰라.. 그건.. 하지만.. 중요한 건.. 우리가 다시 만났고..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는 거.. 그리고 우리가 곧 결혼 할 거라는 거지.. 너를 행복하게 해 줄거야.. 뭐든지 다 해줄거야..."
그는 나를 행복하게 해 줄것이다...
하지만...
그 행복이 나를 더 큰 불행과 갈등으로 끌고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