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장 버튼을 서둘러 눌렀다..
손이 떨려오고 있었다..
남편이 결혼 전 집으로 놀러왔을 때, 나의 낡은 앨범에 꽃혀진 지오의 사진을 보고
"누구야?"
하고 물었던 것이 기억났다..
"응.. 나 사귀던 사람..."
하고 천연덕스럽게 내뱉을 수 있었던 것은..
지오가 뱅쿠버를 떠나고 나에게 온라인 상으로나..오프라인 상으로는 한번도 연락을 주지 않음이 그 이유였다...
남편은 대수롭지 않은듯 했다...
"제법이야..."
남편은 그랬던 것 같다...
지오는...
엄마가 좋아했을 법한 그런 인상을 하고 있었다..
180이 넘는 그의 체구와...
이목구비에 하나의 흐트러짐도 없는 그 수려한 용모...
서둘러 답장을 쓰기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박주흽니다..
제목란에 이렇게 쓰다가... 제목을 이내 지워버렸다...
지극히 냉정하고 사무적이게...
내가 그에게 답신을 보내는 것은 편지를 보내는 사람에 대한 일말의 예의 그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렇게.. 그에게서 몇 번의 안달하는 편지가 오면... 내 그에게 내가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리리라.. 그래서 나의 오랜 기다림에 대한 복수를 해 주리라.. 다짐했다...
제목을... 어떻게... 써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