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냇물 소리가 아기의 옹알이처럼 신선하다.
"성준씨? 제말 들려요? 성준씨?"
.....
"잘 들었니? 기분은 좀 어떠니?"
"고마워....한결 가벼워 졌어. 아니, 갑자기 소리라도 지르고
싶을만큼 기쁜데... "
"그럼 다행이구나..."
"근데 절에는 왜 갔어? 친구가 있다구?"
"응?...친구라고 해도 무방하지.... "
"대답이 시원치가 않구만....정말 멋있겠다. 늦가을의 산사라..."
"그래? 그럼 시간 한 번 내봐. 같이 가자."
"정말? 와 정말이지? 내가 이렇게 좋아해도 되나?"
"그럼...편한 시간에 말해...데려가 줄께"
"말이라도 고맙다. "
"수민아."
성준의 음성이 떨리고 있다. 무슨 말을 하려는건지...혹시
그만 연락하자고 하려는건 아닐까? 벌써부터 내가 이런 고민을
해야 할만큼 그에게 의지하고 있는건가! 그는 그저 내 이름을
불렀을 뿐인데...
"말해..."
"내가 말야...."
멀리서 경운기 소리가 규칙적인 리듬을 타고 수화기를 타고 들려
왔다. 성준에게서 멀어져 가는건지,성준에게 다가 오는건지
분간 하기가 어렵다.
"아침에 눈을 뜨고 천정을 봤거든...근데 거기에 수민이가 있더라."
"그랬어?"
"나도 놀랬어. 당황해서 허둥지둥 화장실로 달려 갔지. 내가
널 사랑하나봐... "
"성준씨, 나도 성준씨가 좋아. "
어쩌면 내가 먼저 성준을 사랑하게 된건지도 모른다. 단지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으려 얕은 꾀를 내고 있는거였다. 그렇게 난
사랑조차 당당하게 하지 못 하는 이중적인 여자였다.
"들리니? 방금 경운기가 지나 갔어...네가 하는 말을 잘 못들었어.
다시해봐... 큰소리로..."
"아니. 별말 안 했는데..."
"그래? 여기 길 내는 공사 중이라 좀 시끄럽다. 서울 가서 전화할께"
"내 생각 해줄 거지? "
"응...많이 하게 될거 같은데..."
"수민이 오랜만에 이쁜 말을 하네... 끊을께. 너먼저 수화기
내려놔. "
"그래...."
아!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