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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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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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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BY 바다 2001-03-06

1.

멍하니 하늘만 올려다 본게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나 갔나 보다.
큰 아이가 유치원에서 끝났을 시간이다. 아이가 끝날 시간에 맞추어
미리 유치원 앞에 가 있지 않으면 아이는 몹시 화를 내고 서럽게 울었다. 시계를 보니 지금 나가도 달려가야 제 시간에 도착 하겠다. 3살짜리 작은애를 안방 침대에 눕히고, 열쇠 꾸러미를 찾아 들고 내처 달렸다. 밖은 여름의 한 낮에 열기로 후끈 거렸다. 아파트 몇개동을 지나니 입고 있던 면티가 땀으로 얼룩 졌다. 아직 지나가는 유치원 아이들이 없는걸 보니 이쯤해서 걸어도 좋을거 같다. 생각대로 유치원은 끝나지 않았다. 유치원 앞에 있는 놀이터로 가서 그네에 걸터 앉았다.
모자라도 쓰고 올걸 햇살이 너무 뜨겁다. 눈 밑에 막 생기기 시작한 기미가 신경 쓰여서 손으로라도 햇살을 가려 보려 이마로 손을 가져 갔다. 멀리서 핸섬 하게 생긴 미국인이 이리로 걸어 왔다. 몇번 이런식으로 만났던 터라 눈인사를 건넸다. 그남자의 딸도 큰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 다니고 있었다. 문이 열리고 아이들이 차례대로 걸어 나왔다. 큰아이가 두리번 거리더니 엄마를 찾고는 실내화를 신은 채 엄마에게 달려 왔다.
"엄마, 여기 있었네" " 어...재미 있었지? 신발을 신고 와야지."
아이는 가방을 엄마에게 주고는 달려가 신발을 갈아 신고 왔다.
"엄마, 나 아이스크림 먹을래." 뭐라고 미처 대답도 하기전에 슈퍼로 달려가 자기 얼굴만한 아이스크림통을 집어 들었다. 계산을 하고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향했다. 그러고 보니 담배가 떨어졌다. 아이에게 가만히 엄마를 기다리라고 하고선 슈퍼로 되돌아 갔다. 슈퍼안을 둘러 보고는 아는 사람이 있나 확인을 하고 계산대로 갔다.
"디스 다섯갑 주세요." 종업원은 힐긋 쳐다 보고는 검은 봉지에 담배를 담았다. 봉지를 건제 받아 봉지에 입구를 단단히 묶었다. 내용물이 보이지 않도록... 아이는 얌전히 엄마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분이 좋았다. 늘 담배를 사러 가는 일이 여러가지로 신경이 쓰셨는데 오늘은 쉽게 사서 그런가 보다.
집에 돌아와 보니 작은 아이는 현관 바닥까지 기어 나와 문 앞에서 울고 있었다.눈물과 콧물,땀등이 범벅이 되어 엄마를 보자 화들짝 놀라며 발버둥을 치며 울어 댔다. 아이를 안아 달래주자 금새 웃어 보이며 가슴 안으로 파고 든다. 이상하게도 아이가 이토록 엄마를 필요로 하는걸 보면 애틋한 느낌이 들면서도 달아나고 싶은 충동이 든다.
아이들을 옷을 벗겨 욕에 넣었다. 더위에 지쳤던지 물을 싫어 하는 큰애도 신나게 놀았다. 노는 모습을 지켜 보다 베란다로 향했다.
베란다에 구석으로 가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담배 연기가 목을 타고 들어가 폐에 퍼지면 약간의 현기증과 나른함이 전신을 휘감았다.
담배가 삼분의이쯤 타면 미련 없이 꺼 버렸다.
어느땐가 TV에서 금연 프로그램을 방송 했는데 정 담배를 끊기가 어려 울때는 꽁초가 될때까지 피지 말라는 내용이 나왔고 그 후부터 습관적으로 그런 행동을 했다.
바닥에 있는 방향제를 집어서 사방으로 분사 했다.담배 냄새는 라일락 향기에 금새 감춰져 버렸다. 안으로 들어와 껌을 한개 씹었다.이런 과정을 하루에도 몇번씩 반복 했다. 아주 성스러운 의식을 치루듯이....
아이들을 목욕탕에서 데리고 나와 간식을 먹였다. 큰애는 피곤 했는지 먹으면서 꾸벅꾸벅 졸기 시작 했다. 입에 물고 있는 빵조각을 강제로 빼내고는 쇼파 위에 눕혔다. 작은애는 빠르게 기어 와서는 누나가 자고 있는 쇼파로 올라가려고 버둥 거리다 이내 지쳐서는 바닥에 벌렁덩 누워 버렸다.
"띠리리...띠리리..." 전화벨 소리가 너무나 크게 울려 댔다.
아이들이 깰까봐 허겁지겁 달려가 받았다.
"여보세요"
"어, 은지 엄마, 나야 수림 엄마."
"응,언니,왜요?" 수화기를 갖고 방으로 들어 갔다.
"뭐하니? 차나 마시러 올라 와라."
"치, 저녁 다 되서 무슨 차야.안돼, 나 애들 자."
"어머,차 한잔 마시자는데 구박은...그럼 내일은 되니?"
"그래,내일 은지 유치원 보내고 갈께."
"그래,그럼 내일 보자" 윗층에 사는 수림 엄마였다. 친하게 지내고 부터는 편하게 언니 동생 하며 말을 트고 산다.
언니의 남편은 의사 였는데 언니는'사'자 들어가는 마누라 티를 별로 내질 않았다. 명랑하고 낙천적인게 같이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아이들은 깊은 잠이 들었는지 일어나질 않았고 저녁 시간이 지나자 배가 고파 왔다. 오늘도 많이 늦는가 보다. 집을 나가면 한번도 전화를 하지 않는다. 다른 집들도 그런건지...
'애인'이란 드라마를 보기 위해 쇼파에 앉았다. 기혼자들이 단순히 바람피는 내용 이었지만 많은 주부들은 그 드라마에 푹 빠져 들고 있었다. 이런게 대리 만족인가,왜 주인공들이 밉지가 않은거지. 내가 가슴이 두근 거리며 울렁 거리고 ...웃기지도 않아. 뭐하고 있는거야.
드라마를 보며 많은 생각이 떠올랐고 그때마다 피식 거리기도 하고 고개를 흔들기도 하며 남보기에도 이상스럽게 과민 반응을 보였다.
잠이 들었었나.. 남편이 문을 여는 소리에 잠이 깼다.
"뭐해? 안 자고?" 거실에 나와 아이들이 누워 있는 모습에 놀랐는지 눈을 크게 떠보이며 물었다.
"잠이 들었었나...애들좀 옮겨줘." 남편에게 아이들을 맞기고 안방으로 들어가 옷을 벗었다. 덥다. 밤이 되도 더위는 식지을줄 모른다.
샤워를 하기 위해 목욕탕으로 갔다.남편은 목욕탕 손잡이에 손을 대려는 순간 뒤에서 와락 안았다.
"싫어,하지마.나 피곤해.." 집에서 하는 일이 없어 보여도 늘 피곤해 하는게 나였다.
"왜..이리와 . 얼마나 하고 싶었는데..." 남편은 피곤하다는 말은 무시한 채 침대로 잡아 끌었다. 늘 그랬다. 남편은 나를 보기만 해도 흥분했고 나의 기분이나 생각 따위에는 상관 없이 달려 들었다.
피곤했지만 남편의 애무에 내 몸이 반응 했다.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