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흘러간다. 준희도 그렇고 친구들도 그렇고
시험이 코앞이라 다들 분주하다
답답한 맘이야 굴뚝같지만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
요사이 엄마가 많이 마르셨다
본인은 내색을 안하시지만
이제 준희도 어렴풋이 엄마를 늘 보아오던
어렵고 엄하고 무엇이나 주문만 하면 척척 다해내는
그런 신과 같은 존재가 아니란것을 알게 되었다
준희는 가까이 엄마곁에서 안아주고 다독여주고 싶었지만
어찌해볼 도리가 없었다
집안은 늘 고요했다
"휴우~"
"힘드니...그렇지. 하지만 건 너만 그런거 아닌것 알지
우리나라 고삼들이 다 그러고 산다
다 하는데 너라고 못할건 없겠지
지금은 너의 앞날.너의 미래를 좌우할 시간이니까
집중해서 잘해야 한다"
"네 할아버지"
"뭐...할아버지?"
"늘 오빤 할아버지 같은 소리만 하쟎아여 거 알아여?"
"그랬니..내말이 다 잔소리 같이 들렸어?"
"아니...알아요 저를 위해 그런거..."
"미리 겪어보고 이미 그길을 지나온 사람이기에
너에게 그렇게 말해줄수 있는거야
나두 그만큼 힘들게..."
"오빠.."
"왜?"
"거 알아요 이세상에 내가 믿는 사람
남자중엔 오빠하나란걸...이젠 못믿겠어요
아빠두..."
어두워지는 준희의 그림자를 은우는 읽는다
안타깝지만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
인생을 아무리 안타까워도 대신해주거나
그 결과를 책임져 줄순 없는 것이기에...
은우는 안타까움을 느꼈다
하지만 지금 준희에게 섣부른 동정은
약이 아닌 독이 될수 있음을 은우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 먼저 지나온 길이기에
"준희야..."
"나 바보같죠...정말 바보야. 세상에서 우리 아빠가 젤 멋진줄 알았어요 정말 정말루..아빠 같은 사람은 없다고 그렇게 생각했어요
세상 사람 다 그래두 울아빤 정말 아닐거라고...
이다음 내가 누군갈 사랑하게 되면 아빠같은 사람
그렇게 좋은 사람을 사랑해야지 글구 결혼해야지...
그랬었거든요 하지만 이젠 뭐가 옳고 그른지 모르겠어요
난...난...모든게 혼란스러워서..."
준희의 볼위로 다시 똑똑 물방울들이 떨어진다
이상하다 왜 이사람 앞에서면 난 이렇게
챙피한줄도 모르고 다 이야기하게 될까
엄마에게 보이지 못한 눈물까지두
난 자연스럽게 보인다
하지만 그것이 결코 부자연 스럽거나
어색하지 않다. 마치 오래전부터 이래왔고 그래서
그것이 넘 지극히 당연하단 느낌이...
언제부턴가 든다
"오빤 정말 사람을 편하게 하는 재주가 있나봐여
나...울 엄마한테도 우는 모습 보이지 못했는데
그럼 울엄마 더 아프실까봐서 속상하실까봐서...
이전엔 엄마가 내겐 우상처럼 보였어요
넘 당당하고 정말이야...그런데 지금은 언제부턴가
울엄마가 불쌍해 보여요 이젠 알거 같아요
엄마가 많이 외로웠단걸. 그걸 감추기 위해
그렇게 씩씩한척 했던거란것두...이해할수 있을거 같아..."
은우는 말이 없었다
이 작은 소녀에게 다가온 슬픔의 깊이가 느껴진다
새삼 은우는 준희아빠에게 강한 분노를 느꼈다
그대신 자기의 어깨를 빌려주고 실컷 맘이 분이 풀릴때까지
그렇게 있어 주었다
"어른들의 세계는 아마도 우리가 모르는 어떤것이 있겠지
너무 미워하지 마라. 준희...아버님두...좋은분이야
다만...무언가...말못할 사연이 있을거 같아. 그것이 무언진
나두 잘 모르지만서두...그래 준희야 그럴거야
아마 네맘을 보면은 누구보다도 더 알수 있을거야"
"아니..몰라..모르겠어요 자꾸 아빨 이해하려 하면
원망이...미움이 생겨나요 왜이렇게 이런 아픔을 주는지
너무 밉기만 해요 어떻게 부인을 두고서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고 말할수 있어요
나빠...정말 나빠요 우리아빤 정말"
"준희가 아직은 사랑을 모르기 때문일거야
이다음 준희도 어른이 되면 어쩜 아빨 진심으로 이해하고
용서할날이 올지두 몰라. 그래 그럴거야...틀림없이."
준희는 차마 다음말을 할수 없었다
아니...이미 알아요 알아버렸어
아주 많이 많이 아픈거란걸
가슴이 따끔거리는거란걸..
글구 이미 어쩔수 없을만큼 그사람이 좋아지고 있단것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