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희는 벌써 여러번 시계를 바라보았다
벌써 몇시인데...들어올 생각을 안한다
걱정이 되는것일까 내가...
그런거 신경쓸 필요는 없는데
그래두 왠지 기다려진다
준희는 창밖을 내다보았다
하늘엔 언제 떴는지 휘영청 둥근 보름달이 떠있다
언제부턴가 내맘속에 누군가 들어와있다
내가 원한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사람이 원한것두 아닌데
은근히 나두 모르게 그렇게 되고 말아버린거 같다
때로 삶이란 내가 원하지 않아도 무언가에 떠밀려
그렇게 되고 말아버리기 쉽상이다
이미 예견되어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길을 그렇게 또 걸어갈수밖엔 없는것일까...
나뭇잎이 흔들릴때라야 비로소 바람이 부는것을 알고
차갑게 무언가 내몸에 닿아올때라야
비가 내리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정도로 내 삶에서 내가 삶을 사는것이 아니라
삶을 내가 쫓아가게 되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마음이 문득 심란해 지자 준희는 마당으로 나섰다
아빠가 심어두셨던 밤나무가 마당한켠에서
덩그랗게 혼자 서있다
준희는 아빠 생각이 났다 목마태우고 크게 웃으시던 아빠의
모습이 다시 떠오른다...하지만 그뒤로 떠오르는 것은
배신감...나를 버렸다는 그런 슬픈 감정이었다
아빠...불현듯 눈물이 흘러내린다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그제서야 준희가 현실로 돌아올수가 있었다
오빤가보다 준희는 대문으로 걸어가 문을 열었다
열지 말았더람 좋았을걸...
준희는 그런 후회를 했다
밖에 서있는 두사람을 준희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들어가야 하는데...발길이 떨어지질 않는다
한눈에 봐두 사이가 좋아보이는 사람
축하하고 축복해주어야 하는데
왠지 마음 한켠이 콕콕 아파온다
낯설게 다가오는 이 느낌들은 무엇일까
준희는 그런 두사람을 그렇게 바라보고 있었다
"엇"
순간적으로 은우의 시선이 준희를 향했다
"준희야..."
"준희구나"
"안녕하세요"
"어,그래 인사해라"
"준희고 이쪽은...."
"알아요 저두...안녕하세요"
"그래 만나서 반갑다 고삼이라고 힘들겠네
우리 은우씨한테 많이 들었어 힘내 알았지"
그러면서 눈한쪽을 찡끗했다
윙크..."반갑다"갑자기 상대방이 내민 손길에
준희는 당황했다
얼떨결에 마주잡은 두손...
"또 보자...그리고 은우씨 이만 갈게..다음에 봐 안녕"
"그래 잘가...바래다 주어야 하는데"
"내가 뭐 어린앤가 그럴필요 없어 나 잘갈수 있어"
"그래 그럼 가라""빠이~"
그렇게 그녀는 사라져갔다
사라지는 뒷모습을 은우는 그렇게 바라보고
"오빠..."
"응,어,,,그래"
"좋은분이네요"
"그래..아주 좋은 사람이야"
"두분..어울려요"
"그래" 환하게 그가 웃는다
그런데 내맘은 넘 아프다
생전처음으로 준희는 두사람이 잘되길 바라지 못하는 자기 자신에게
놀라움과 실망 두려움을 느꼈다
"들어가자"
"조금있다가...그럴게요 먼저 들어가세요 달이 보고싶어서"
"그래 그럼 넘 늦게 있진 마라"
그가 들어갔다
준희는 알수 있을거 같았다
그래 그래..이게 바로 그거...
이제 나두 누군가 좋아하고 바라보고
그러게 되었나봐
그런데 하필 왜 함께 마주보아주고
나와 함께 해줄 사람이 아니고
이미 누군가 다른 사람을 가슴에 담고
그 사람을 바라보는 그런 상대를 나는 또 바라보게 되고 말았을까
하지만..하지만 그건 정말 어쩔수 없어
내맘대로 되지를 않아
여기서 멈춰야 하는걸 알지만
도저히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아...
안타까이 준희는 새로운 사실에 눈을떴다
바람이 준희의 볼을 훑고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