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멍해졌다 아무도 준희에게 질문을 던지는 일은 없었다
이유를 다들 알고 있기에...
엄마는 왠지 준희를 피했다
준희도 굳이 엄마와 마주치길 원치 않았다
겉으론 그렇게 평온한 날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런 집에 태풍이 불어온건 아빠가 나타나고 부터였다
싸늘한 엄마의 눈빛에 준희마저 가슴이 서늘해지는듯했다
"준희야..."
"왜오셨어요"
"이야기좀 하자"
"전 할말이 없어요 공부해야 해요 안녕히 가세요"
"...."
준희가 윗층으로 올라갈때 누군가 팔을 잡았다
"오빠"
"준희야 그럼 못쓴다 가서 이야기 하고 오렴"
"아니 난 할말이 없어 "
"준희야..."
"할말 없어요 아빠가 가정을 버릴땐
이미 엄마와 저..오빠들까지 거기에 있는것 아니었나요?"
"그건..."
"듣고싶지 않아요 더이상...마주치고 싶지두 않구요"
"준희야" 엄마가 부르셨다
"네"
"그럼 못쓴다 그래두 너의 아빠야 그렇지
가서 이야기하고 오렴"
"엄마, 엄만 화두 안나요 엄만 바보에요!"
순간적인 침묵이 지나갔다 태연해 보이는 엄마의
손끝이 가느다랗게 떨리고 있었다
마음의 동요가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다
"가서 이야기 하는게 좋을거 같구나"
그러고 엄만 방으로 들어가셨다
아마 또 혼자 눈물을 흘리고 계시리라...
그런맘이 아빠에 대한 적개심으로 다가왔다
"할말이 뭔데요?"
"여기서 말이니?"
"전 시간이 많질 않아요 아빠도 아실텐데여"
"그래..너한텐 정말 미안하다. 아빨 이해해 달라고 하진 않을께
다만 단지 나는 네가 상처받는걸 원하지 않는다
어른들의 일이야...이해되지 않겠지만...
아빨 미워하진 말아주었으면 좋겠구나
내가 어디에 있든 넌 내딸이니까"
"할말 다하신건가요...그럼 이만 돌아가 주세요"
"...."
"이후로 다신 보고싶지 않아요"
"사람이란...사람이란 때로 내가 원하지 않아도
걸어가게 되는 길이 있단다
아빠두 정말 상처주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나두 내맘을 어쩔수 없었다
나중에...나중에 시간이 흐르면 아마도
네가 날 이해할날이 오지 않을까..."
"그런일 없을거에요"
"준희야..."
"안녕히 가세요"
준희는 쏟아지는 눈물이 아빠에게 보이지 않길 바라면서
재빨리 윗층으로 올라갔다
얼마후에 창밖으로 어깨가 축쳐져 돌아가시는 아빠모습이 보였다
아빠...왜그러셨어요
그런모습 보이지 마세요
아빠 미운데 한없이 미운데
내맘이 약해지쟎아요
끊임없이 눈물이 흘렀다
아빠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