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내 여편내들이 입방아를 찧던 말던, 괴산댁은 조금은 마음의
안정을 되 찾았다. 오히려 남자없다고 이놈저놈 찝적거리지 않아서
좋고, 사람이 의지하고 살수있는 기둥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마음의 위로가 되는 지 모른다. 내년봄에 삼년상을 치루고 나면
둘이서 합방을 하던 붙어먹던 어느 여편내고 말할 건덕지가
없는 것이다. 하는 일도 마음이 편하니까 즐거운 마음으로 하게된다.
아이들도 대충은 애미한테 들어서 알고있지만 별 불평이 없고
오히려 잘된것이라고 좋와하는 눈치다.
오늘은 덕배의 생일날이다. 주인 박영감은 덕배로 부터 괴산댁과의
혼인애기를 듣고서는 배우 반가워 하는 눈치였다. 그래서
오늘은 특별히 생일상을 잘 차려주었고, 하루 쉬라는 언질도 받았다.
아침 생일상을 술한잔 곁들여 먹고난 후에, 주인 마님한테
부탁하여, 떡과 음식을 한보따리 싸들고 괴산댁내로 향하였다.
빨리 올 한해가 지나가서 괴산댁과 합칠날이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하다. 금년 추수가 끝나면 가을에 쌀가마니나
세경으로 받을테고, 그것 가지면 괴산댁과 살면서 양식 걱정은
안해도 될법하다. 그러면 자기나 괴산댁이나 고생끝
행복 시작이다. 아이들도 자기를 따르는 것을 보면 별로 합치는데
어려움은 없을 것 같다.
"아줌니 저 왔어유~'
덕배의 목소리를 듣고 부엌에서 일하다 말고 괴산댁이 나왔다.
"어서 오셔유, 오늘이 덕배씨 생일 이지유? 지도 기억하고
있었구먼유, 마루에 올라 앉으셔유"
여인은 웃으면서 반갑게 맞이해 준다.
전에 와는 달리 어딘가 모르게 쓸쓸하고 슬픈
표정은 어디로 가고 얼굴에는 오랫만에 밝은 빛이 감돌고 있다.
남자가 좋기는 좋은 모양이다. 이렇게도 여인의 모습이 달라지다니...
"주인 아줌니가 이거 싸 주셨는데 아이들하고 같이 잡수셔유"
"뭐~ 이런걸 다가지고 오셔유, 그러지 않아도 지가 오늘은
술상을 준비 할려고 그랬구먼유,
올라 앉으셔유, 지가 술상 차려 올릴께유"
괴산댁은 사내로 부터 음식 보따리를 받아들고는 부엌으로 다시
들어갔다. 사내가 아침을 먹었다는 애기를 듣고는 간단히
술상을 차려 내왔다.
"덕배씨 생일 축하 드려유, 지가 오늘은 술한잔 따러 올릴께유"
여인은 웃으면서 미리 준비했는지 막걸리 잔에 술을
한잔 딸어 놓는다.
"아이들은 다 어디갔어유?"
"예, 아침먹고 동내 아이들과 놀러 나갔어유"
"아이들이 있으면 음식을 같이 먹으면 좋을 것인디...."
"걱정 하시지 말구 많이 드셔유"
"그럼 아줌니도 떡이라도 좀 드셔유"
"예 알것시유" 둘이는 마치 오래전에 부부나 된것처럼
스스럼없이 잘도 지껄여 댄다.
동내 여편내들이 지나가면서 힐끗힐끗 괴산댁을 처다보면서
눈인사를 한다. 그러나 이미 온동내에 둘사이의 소문을
아는터라 전과같이 삐죽거리는 것은 없어??다.
오늘은 덕배도 쉬는 날이라 마음 편하게 지낼수 있다.
그렇다고 안방에 들어가 낮잠을 즐길만한 때는 아직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있다. 이얘기 저얘기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둘이는 깨가 쏟아진다. 덕배도 술을 여러잔을 들이켰는지
얼굴이 벌것다. 그리고 약간은 취해보인다.
"저녁에 시간좀 있지유?"
갑자기 덕배의 질문에 몇일전 산에서의 약속이 여인은 기억이 난다.
지금에 와서 없다고 할수도 없고, 여기서 할얘기 많이 했는데
사내는 무었이 더 할얘기가 있어서 만나자고 하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사내의 마음을 조금을 읽었는지 여인은
웃으면서
"예 알것어유"
"지는 술이 좀 취한것 같네유, 건너가서 좀 쉬것어유,
해진후에 뻐꾸기 소리나면 올라 오셔유"
덕배는 인사를 하고는 자기집으로 건너가 버렸다.
남자나 여자나 밥만 먹고는 못사는 모양이다. 둘다 아직 한참
나이에 어찌 서로간의 채취가 그립지 않을까? 내년 봄까지는
아직도 긴 시간이 남았는데......
"뻐~꾹, 뻐~어꾹, 뻐뻐~꾹"
해가지고 어둠이 깔리고 한참후에 뻐꾹이 소리가 세번 들려왔다.
여인은 엷게 화장을 하고 노란색 부란우스에, 스커트를 입고
뒷산으로 올라갔다. 보름은 지났지만 여전히 달빛은 밝다.
먼저 그자리에 덕배는 올라와 있었다.
여인은 어떠한 각오를 하였는지 스스럼없이 덕배가 깔아놓은
자리에 않았다.
"지가 자꾸만 귀찮게 해드려서 죄송해유"
웃으면서 얘기하는 사내의 얼굴은 낮에 먹은 술이 덜 ?渼쩝?
달빛에 약간은 붉게 보였다.
"괜찮아유, 술은 다 깨셨남유?"
"지는 덩치는 커두 술은 많이 못먹어유~, 낮에술은 벌써 다
깼구먼유, 그런디 오다가 한잔 마셨구먼유"
순한 사내는 맨정신에는 자기가 오늘 저녁에 할려고 하는
행동이 어렵다는 것을 안 모양이다.
둘이는 한참을 아무얘기 없이 않아 있었고 사내는 연신
담배연기를 내뿜는다, 그러더니 갑자기 여인의 손을 끌고
보리밭 속으로 끌고 들어가 여인을 덮쳤다.
순식간에 힘센 사내에게 당하는 일이라 여인은 반항할수도 없고
오면서 조금은 예견한 일이라 그렇게 당황하지도 않고
사내가 하는데로 가만히 있었다.
자기의 아래 속옷을 벗기는 사내의 손은 약간 떨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내는 나이 삼십먹도록 처음으로 여자의 육체를
안아보는 것이고, 여인도 서방죽고 오랫만에 남자의
품에 안겨 육체의 쾌락을 맛보는 것이다.
지금은 앞으로의 닥처올 일도, 지나간 과거도 생각할 필요가 없다.
오직 한 젊은 남녀의 생의 쾌락만이 있을 뿐이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두남녀는 열정을 불태우고, 옷을 주섬주섬
입고는 보리밭 밖으로 나왔다. 서로는 아무런 말이없다.
초여름밤의 달빛만 조용히 두사람을 비추고 있다.
사내는 여인의 헝클어진 머리를 두손으로 쓰다듬으며
"당신을 사랑해유,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사랑할거구먼유~"
중천에 떠있던 달이 구름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