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깝다, 결혼한지 십년이 넘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얼굴하고 몸매가
새 색시 같다. 얼굴이 갸름하고 이쁜편이라 분 단장하고 깔끔하게
빼입고 나서면, 시골 촌동네 여편네라고 인정하지 않을 사람도
많을 것 같다. 아직 젊은 나이에 혼자 살아가기에는 애처럽고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덕배는 나무짐을 지고 내려가면서
괴산댁에 대하여 이생각 저생각을 해본다.
이동내 저동내 떠돌아 다니면서 여러해 머슴살이를 하며
살아왔지만 저만한 여자는 못 본듯한 느낌이다.
나이 삼십이 다 되도록 여편내 궁둥이 한번 못 만저본 자기와
괴산댁을 비교도 해 본다. 어쩌면 이동내로 머슴살이 온것이
자기 일생에 어떠한 전환점이 될지도 모르는 것이다.
자기는 총각이라고 하지만 변변한 집한체없이 이집저집
떠돌아 다니는 신세가 아닌가, 아이가 둘이나 딸려 있다고 하지만
그것이 그렇게 큰 문제가 될것 같지는 않다.
떡 줄놈은 생각지도 않는데 김치국부터 마시는 격이 아닌지....
괴산댁은 생각지도 않는데, 덕배는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다한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걸어가면서 실성한 사람모양
히죽히죽 웃는다. 금년에는 어떻게 해서든 총각 딱지를 떼어야
하는데, 잘 될지 안될지는 두고볼 일이다.
사람은 뜻이 있는 곳에는 길이 있다고 하였는데.....
아침 저녁으로 괴산댁 집앞을 지나면서 눈 도장을 찍은지도
여러날 흘렀다. 하루는 굼뱅이도 둥굴 재주는 있다고 덕배는 장날
생선 몇마리와 쇠고기 몇근을 사서, 괴산댁 앞에 내밀었다.
어떻게 해서든 환심을 사자는 계산이었다.
"괴기를 조금 사왔는디유, 아이들 좀 해 먹이세유~~"
조금은 쑥스러운듯 어설푼 웃음을 웃는다.
괴산댁은 갑자기 덕배가 내미는 고기 꾸러미를 선듯 받지를 못하고
머뭇거리다가 마지못해 받아 들었다.
"뭐 이런걸 다 사오셔유~ , 잘 먹것시유, 그런디 다음부터는
다시는 사오지 마셔유~"
"뭐 별것두 아닌디유, 아이들 하고 사시기가 힘드시지유~
지는 혼자 몸둥이라 돈 쓸일도 별로 없구먼유~"
어떻든 오늘은 여자가 웃는것을 보았으니 조금은 안심이 되었고
뇌물 작전은 반은 성공한 셈이다.
덕배는 장날마다 이것저것을 사서 괴산댁에게 갔다 주었다.
아이들도 덕배가 무었인가 사서 들고 오는 날에는
반갑게 맞아 주면서 부터는 자연스럽게 가까워지기 시작 하였다.
그런데 이 손바닥 만한 동내에, 길 옆에 집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동내 사람들이 모를 이 있겠는가?
동내 여편내들이 모이기만 하면 입방아를 찌어대기 시작하였다.
말이란 한다리 건너가면 불어나면 불어났지 줄어 들지는
않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어떤 여편내는 새벽에 괴산댁 집에서 머슴이 나오는 것을
보았다고 하고, 어떤 여편내는 대낮에도 둘이 벌거벗고
끌어안고 있다가 아이들 한테 들켰다는 둥 입방아를
찌어 댄다. 온동내 여편내들이 모이기만 하면 괴산댁
얘기 뿐이다.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간에 괴산댁 귀에도
들려오고 있었다. 그것이 사실이 아니지만 여편내들 한테 가서
변명을 한다고 해도 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체념하고
말았다. 혼자 사는 여자가 총각하고 좋와 지낸다고
얘기거리는 될지언정 죄 될일은 없지 않은가?
저희들 서방하고 붙어먹지 않은 다음에야 동내에서 내쫏길 일은 아니다.
다만 서방죽고 삼년상도 안치루고 서방질 한다는것이
흉이라면 흉이 될수는 있다. 그래서 괴산댁도 몸을 여간
조심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자신도 남편 죽고 혼자 살다보니
젊은 나이에 남자가 그리워지고, 덕배가 싫지는 않은 것이다.
`염병 할년들, 저희도 서방없이 혼자 살어 보라지, 저희년들은
나보다 더할 년들이 지랄들 하구 있구먼...`하고 혼자서
중얼거려 보기도 한다.
오히려 자기한테 침흘리며 쫓아다니는 저희 서방놈들 하고
안 붙어먹어 동내 망신 안시켜 줬으니 고맙다고 해야할 년들이
뒷구멍에서 흉만 보고 다니는 것이 괘씸 스럽기도 하다.
한편으로 괴산댁하고 한번 재미좀 볼가하고 쫏아다니든
동내 남정내들이 닭 쫏던개 지붕 처다보는 신세가 된것이다.
있는것 없는것 다 챙겨서 괴산댁한테 갔다 바쳤는데
갑자기 엉뚱한 놈이 나타나 자기들 일을 방해하고 있으니
겉으로 내색은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 앓는 처지가 된것이다.
덕배는 심성이 착하고 일도 잘한다고 소문이 나서, 주인 박영감도
신임을 하는 터이고, 힘이 장사라 동내 남정내들 너댓명은
단번에 때려 눕힐수 있는 처지이니 섯불리 건드리지도
못하는 형편이다. 그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을수 밖에....
그럭저럭 별 탈없이 봄이 지나고 초여름으로 바뀌어 가는
어느날 이었다.
( 4 편에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