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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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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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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BY 여자 2001-02-24

그와 헤어지고 온 후 그 다음부턴 특별히 있이 없어도 자주 얼굴을 보는 사이가 되어가고 있었다.
우리 집 근처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거리에 사람들이 즐겨찾는 등산하기 좋은 산이 있었는데.. 그는 일과가 끝나고 나면 날마다 날 데리고 잠깐 산책삼아 -산책하기엔 분명 늦은 시간이긴 했지만- 그 산엘 자주 가곤했다.
여름이 오고 있는 절기라서 그 곳엔 그렇게 찾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았다. 작은 약수터 곁에 있는 커피 자판기에서 차 한잔씩 마시면서 산에서 느낄수 있느 그런 시원한 초여름 밤의 시원함을 여기저기 무리져서 즐기는 사람들,, 우리 처럼 데이트를 즐기는 듯한 연인들 .
그와 내가 아직 연인이라고 하기엔 절대적으로 부족하지만,, 최소한 남들의 시선속에선 그렇게 비쳐졌을 테닌까,,,,

그와 난 그곳에서 커피 한잔씩 뽑아 들고 근처에 있는 나무 벤치에 앉아 아직은 어색한 분위기를 그 커피 한 모금과 함께 삼키곤 했다.
그러다 왠지 앉아있기도 불편해지면 그는 그 큰 키를 일으켜서 내 앞에 서서 호주머니에 손을 찌른채.. 몸을 좌우로 흔들면서 그저 웃곤했는데.. 그런 그의 실루엣이 내겐 하나의 느린 영상처럼 느껴지곤 했다.
영화에서 잠시 슬로우로 보여주는 뭔가 관객들에게 여운을 주고자 하는 듯한 대목같은,,

그래서일까?...
난 지금도 그의 모습을 기억할때 그런 그의 행동들이 그렇듯 천천히 그려지듯 하는것은,,,
감동 깊은 영화를 보고와서 ' 아,, 그 장면 있잖아,, 주인공이 ,,,'
그런 느낌처럼,,

어떤땐 등산로길 오르는 길 중간의 가로등 불빛아래 철퍼덕 주저앉아 이미 어두워진 사위로 인해 또렷하게 보이는것도 없는 아래를 무심히 내려다 보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기도 했는데..그럴때면 그는 꼭 무릎을 세우고는 그이 긴 팔로 그 무릎이 허물어질세라 꼭 끌어앉는 모습을 하곤 어린아이같은 미소를 짓기도 했었다.

그리곤 나의 이야기에 귀를 쫑긋 거리고 잘 들을려는 듯 진지한 표정도 짓곤 했는데.. 사실 그는 그다지 기억력이 좋은것 같진 않았다.
그와 헤어질려고 여러번 마음먹으면서 여러가지 타당한 이유를 들어보여 나를 설득 시키 체념케하려려 했을때마다 ,, 난 항상 그의 기억력을 빼놓지 않았을 정도였으니...

그와 만나는 5년이란 시간동안 한번도 그는 나의 생일을 기억한적이 없었고, 우리 가족의 수가 몇명인지도 늘 헷갈려했으며, 심지어 나의 나이조차 틀리기 일수였으니...
여느 연인들처럼 처음 만난날이나 첫 키스하는 날 같은것은 기억못한다 치더라도,, 그는 늘 심하다 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을만큼 중증이였다.

그런 그인데도,,그는 늘 자기 가족의 생일들은 한번도 잊은 적이 없었으니..

그와 내가 첫 키스를 하는 날도,,,,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던 첫키스에 대한 어떤 환상과는 너무나 멀어서 정말 너무나 시시해서 누구에게 말하기 조차 누추한 추억이 되어버리고 말았으니.

그와 그렇게 만남이 계속 이어지면서,, 그는 언제부턴가 나와 헤어질때쯤이면,, "우리 뽀뽀 한 번 할까요?" 마치 어떤 영화제목처럼...
그렇게 슬쩍 내던지고는 질색하는 나의 표정을 재밌어라 쳐다보다
" 그럼 내일을 꼭 해요!" 라고는 얼른 뒤꽁무니를 치며 가곤했다.
그런 말을 계속 들고 있으니 어느새 부턴 그의 말이 아무렇지 않게 더 이상 질색하고 부끄럽게 느껴지기 보다는 늘상 하는 말이려니 해 질무렵.....
생각지도 않던 어떤 그 날이 현실로 다가오는 날이생겼다.

그날은 다른 날보다 더 늦게 찾아온 그였다.
일이 늦게 끝났고 친구들과의 약속도 있었고,, 전화가 걸려왔을때 난 그냥 집으로 돌아가 쉬라고 했었지만,,- 시계를 보니 열한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였던 터라 -그는 잠깐이라도 얼굴을 보고 가야한다고 고집을 부리고 있었기에 어쩔수 없이 난 그와의 짧은 만남을 받아들였던 차였다.
그와 만난지 두달이 지날 무렵이였다.

언니와 한방을 쓰는 나는 그렇게 늦은 시간에 나가는 것이 여간 눈치가 보이는게 아니였다.
그것도 누구를 만나러 가는지 물어라도 볼때면,, 대충 거짓말로 얼버부릴수 밖에 없으니 차라리 그런 거짓 핑계를 대느니 언니가 일찍 자주기만을 기다려야 할때가 많았다.
내 바로 위인 언니는 나보다 세살이 많았다.
내가 24살이니 언니는 27인 셈인데,, 언니는 그 나이가 될때가지 여지껏 연애라곤 해보지 않은 사람이였을뿐더러 별로 이성에 대해 관심도 갖고있지 않았다.
그런 언니는 그래서 내가 자유분방하게 친구다 선배다 만나고 다니는 것을 지조가 없다거나 남자관계가 복잡한것 아니냐라는 식으로 받아들일뿐 단순한 인간 관계로는 결코 이해할수 없는 방정식이라고 말하곤했다.

그날 언니는 어렴풋 잠이 들려다 내가 전화 받는소리를 얼핏 듣고서 "어디 나가?" 라고 물어보다,, 내가 "아니.." 라고 하자 다시 잠이 드는것 같았다.
언니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옷을 대충 챙겨입고 얼굴에도 옅은 화장을 살짝 하고는 밖으로나올수 있었다.
마치 밤에 화장실이라도 간 것처럼 바깥 화장실에 불까지 켜두고,,,

그는 이미 도착해 있었다.
평상시와 같은 면바지에 오늘은 입 면티를 입고서,,
마주하고 다가오는 날 보며 환한 미소를 머금고 ,, 호주머니에 양손을 꽂은채 그의 길다란 몸을 살짝씩 흔들면서,,,
다른 것이 있다면,, 그 옆에 세워진 차가 바뀐것이였다.
원래 그이 차는 회색 소형 프라이드였는데 ,, 지금 그 옆에 세워진 차는 진한 검은 빛이 어둠속에서도 윤이 날만큼 번쩍이는 지프였던것이다.
"차 바꿨거든요,, "
"..........."
"어때요? "
"좋아요"
"이 차 제일먼저 보여주고 싶어서 왔어요.그리고 첫번째로 태우고 싶어서,,, 하하하.."
자신이 하는 말이 자신도 어색해지곤하면 그렇게 소리내어 웃던 그는 그렇게 웃고 있었다.
"그래서 왔어요, 좀 늦었죠?"
"괜찮아요.."
난 그에게 아니요,, 싫어요,, 하는 말을 별로 하지 않았다.
괜찮다거나 됐다거나 ,, 상관없다거나,,
왜그렇게 했었는지.. 또 언제부터 그렇게 했는지는 잘 모르면서,, 다만 왠지 그에게는 거절할수 없는 힘이 느껴졌다고 밖에는...

우리는 그의 차를 타고 가까운 시외를 달렸다.
우리집에서 갈수 있는 그런 시외 지역이 세군데 쯤은 되어서,, 그렇게 부담되지는 않았지만,,오늘은 시간이 이미 너무 늦었던 터라,, 어쩌나 하는 걱정도 들긴 했지만,,일부러 온 그에게 난 그냥 맡길수 밖에 없었다.
그가 하고자 하는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