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그러닌까,그와 두번째로 만나기로 약속한 그날은 그와 예정에 없던 드라이브를 하게 되었다.
두번째 만남인지라 약간의 어색함과 멋적음이 우리 사이에 엷은 먼지처럼 드리워져 있었다, 그와의 첫번째 만남 후 그를 또렷하게 그려본적은 없었지만,, 다시 그의 얼굴을 마주하고 있으려니 어떤 작은 설레임이 내게 고개를 들고 있었다.
그는 전에 만났을때와 같은 옷차림이였다, 나는 그가 옷의 유행에 관해선 크게 신경을 쓰는 남자는 아닌가보구나 하고 잠깐 생각하기도 했었다.
" 저녁 드실래요?
"아뇨.. 아직..."
"그럼,, 차 마실까요?,,,"
"글쎄요..."
"그러면 우리 잠깐 드라이브나 하면서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그렇게 말한 그는 환한 얼굴로 나의 동의를 구하고 있었다.
그렇게.. 달리기 시작했다.
우리를 스치며 무심히 뒤로 흘러가는 풍경들은 어둑해진 하늘언저리에 앉아서 우리에 대해 별로 신경쓰고 있는것같아 보이지 않았다.
먼저 말문을 연건 그였다.
"왜 연락 안주셨어요?
" ,,,,,, "
"많이 기다렸는데..........."
"왜요?.............."
"하하하........"
그의 웃음은 호탕했다.
그의 얼굴과 전혀 어울리지 않게...
난 그가 늘 미소만 지을것 같은 얼굴을 가진거라 생각했던것 같다.
"제가 얼마나 자랑하고 다녔는지 아세요?"
"뭘요?"
"참.. 뭐라고 불러야,,하나,, 현진씨?...아므튼,, 현진씨에 대해서요,, "
"저에 대해서요? 어떻게요? 왜요?"
"질문이 너무 많아서,, 전 말을 잘하는 편도 못되고, 기억력도 그다지 좋은 편이 못되거든요."
"................"
"그냥요,,, 그저 느낌이 좋은 여자분을 드디어 만났다구,얼마나 자랑을 했었는데.. 현진씨는 연락한번 없고,, 친구들한테 많이 돌림당했어요,,하하...그래도 이렇게 만나 주어서 감사합니다,,"
그의 말들이 싫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솔직했다.
내가 어떻게 대답을 해야할지 전혀 생각나지 않게 할만큼.
그때 그 동전이 떠올랐다.
"돌려드릴것도 있고해서요...이거요"
난 호주머니 안에 있는 내 빨간 손지갑을 꺼내 그 안에 있는 그가 내게 주었었던,아니 주었다기보다 내던지고 갔던 그 동전을 꺼내 그에게 내밀었다.
"그거요? 전 잊고 있었는데.. 그냥 가지고 계세요"
"왜요? 제 것도 아니고,, 또 이건 특별한 것 같던데.., 행운의 동전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하하,,, 지금까지는 그 동전이 내게 행운의 동전이였던것은 사실인데, 앞으론 그냥 현진씨가 가지고 계셔 주셨으면 좋겠는데요."
"싫어요...."
난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말하고 다시 그에게 동전을 내밀었다
"자요.. 그럼 그냥 여기 둘께요"
그리고 난 기어과 사이드 브레이크 사이에 놓인 작은 명함이나 놓일 자리에 그것을 내려놓았다.
그는 운전을 썩 잘하는 것 같았다.
운전중에 계속 이야기를 하면서도 똑같은 속도와 편안한 운전솜씨로 내가 전혀 불편함을 느낄수 없게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주로 왼손으로 핸들을 잡고서 가끔, 그의 오른손으로 어색하거나 왠지 쑥쓰러운듯한 부분이 있으면 허벅지를 쓸어내리거나,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곤했다.
난 대화를 조금 바꿔보고자 그의 운전에 대해 물어보기로했다.
"운전하기 피곤하지 않으세요? 거의 차로 일을 하시는가본데.."
"남들이 그렇게 물어요,,항상,, 그런데 전 차가 제일 편안해요."
그의 카센터에 대해 잠깐 얘기하기도 했다
카센터가 인기가 많아서 일이 늘 많다고,, 그래서 늘 자주 밖으로 일을 보러 다닌다고,자기는 주로,,그리고 안에서는 그가 고용한 직원이 일을 맡아서 보고,,,
언제 한번 구경오라고도 했다.
그렇게 이야기하는 동안 어느새 우린 시외로 빠져나와있었고, 작지만 화려한 네온불빛에 싸여 분위기마저 좋게 느껴지는 휴게소가 눈앞에 있었다.우린 거기에 잠시 내려 저녁을 해결하기로 했다.
그와 내가 먹은 것은 우동이였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들른 어느 작은 휴게소에서의 우동이라,,,'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 나는 그와 함께있다는 사실보다 도시를 벗어나 자연을 조금이나마 느낄수 있는 이곳으로 달려온 사실에 한결 상쾌했다.
오랜만에 가져본 드라이브였다,물론 알고지내는 남자들과의 뜸한 그런 기회도 있긴했지만,, 이보다 더 시원하지는 않았었던 같았다.
"나오닌까 좋으세요? 원하시면 자주 기회를 갖을수도 있어요"
그저 난 깔깔대고 웃었다.
"다음엔 또 언제 올까요?"
그렇게 장난스레 웃으며 얘기하는 그의 얼굴이 내게 자꾸만 크게 다가오고 있었다.
"바쁘시잖아요"
난 좋다는 말보다 그의 확실한 의중을 떠보고 있었다.
"저야,, 현진씨만 좋다면,,"
"그럼,, 나중에 시간되면요,,또,,,"
난 쉽게 대답을 주는 여자가 아니였다.
다시 우린 차에 올랐다.
그리고 차는 바로 우리 집으로 향했다.
돌아오는 동안 그는 내게 전화 번호를 가르켜주길 원했고, 난 못이기는 척 번호들을 그에게 적어주었으며, 그가 전화 한다는 말을 할때는 아무말도 하지않고 그저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미 어두워진 사방은 지나가는 차에서 발하는 불빛들만이 사위를 밝혀주고 있는듯했다.
차의 창문에 왼편에 앉아있는 그의 얼굴이 비쳐졌다.
아무일도 아닌것인데.. 난 뭔가 중요한 것 하나를 발견한것 처럼 가슴이 떨려왔다, 그 날 이후로 ,,난 늘 그의 얼굴을 그렇게 훔쳐보는 습관이 생겼던것 같다.
차장에 흔들리는 그의 얼굴은 뭔가 알수없는 감정을 내게 일으키고있었다.
집에 거의 도착할 즈음에 그가 집 근처 가로등이 세워진 커다란 전봇대옆에 차를세웠다.
그리고 그는 내가 놓아둔 동전을 다시 집어들어 내게 내밀었다
"받으세요,,그리고 가지고 계세요"
난 왜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받아들고 왔을까,,
그 행운의 동전!
' 동전이 내게 행운을 가져다 줄수 있을까? '
그런 생각을 하면서 처음에 그에게 얼떨결에 그 동전을 받아들고
온 그날 밤처럼 똑같이 그 동전을 만지작거리며 집으로 걸어가고있었다. 호주머니안에서 그의 동전의 온기가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