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14세 미만 아동의 SNS 계정 보유 금지 법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687

[제1회]


BY deersmj 2001-02-03

8월의 마지막 늦장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때였을것이다.
유난히 더웠던 8월은 언제나 서늘한 가을바람을 동경하게 하곤했다.
그때 나도 그랬던것 같다.

----마지막 가을----

1999년도 8월은 잔인한 여름의 기승을 고스란히 이어받는 왕좌가 다름없이 언제나 그러하듯 덥고 축축했다.
사무실의 에어컨 바람에 그저 그 더위 하나하나를 물리쳐가면서 이여름이 빨리 가기를 바라고 있던차에 뭔가 새로운 일을 벌리고 싶어졌다. 언제나 다람쥐 쳇바퀴처럼 아침에 일어나 회사에 출근하고 회사 업무에 온갖 신경질에...짜증에....파김치가 되어 집에 돌아와 늘 습관처럼 전화하고....
이런 생활은 모든사람들이 늘 하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막상 내 자신을 돌보니 괜시리 서글퍼지고 괴로와 지는것 같았다.
아마도 무슨 일을 저지를 사람처럼 눈가에 늘 핏줄이 서 있던 차에 우연히고 집옆 건물에 있는 PC방을 보게 되었다.
'오늘은 왜 이렇게 더운거야....으 ....짜증...'
유난히 마지막 여름의 더위는 더이상 나를 잠들게 하지 못했다.
그래서일까....그 PC방은 꼭 날 유혹하듯 날 불러들이고 있었다.
'갈까?.........지금 몇시더라...'
시계를 보니 시간은 10시를 넘기고 있었고 난 그저 이 밤은 지새울 양 건물안으로 빨려들어가듯 그렇게 이미 들어서고 있었다. PC방은 내 예상대로 굉장히 시원했다. 에어컨 하나 없이 작은 방에서 그저 선풍기 하나와 창문을 반쯤 열어두고 그저 더워 지쳤던 나에게는 천국과 같은 곳이였다.
좋은 자리에 앉아 늦도록 게임이나 할 요량이였던 나에게는 유난히 에어컨 맞은 편이 은근히 욕심이 났다.
그러고 보니 사람도 그리 많아보이지 않았는데...왜이리 서둘렀는지....
자리에서 여기저기 통신망을 둘러보다 우연히 옆에 앉는 한 여자가 신나게 자판을 두둘기며 채팅에 열중하고 있었다. 내용은 그러하듯 그저 웃고 웃는....
순간 나두 하고 싶어진다.
여기저기 무료싸이트가 많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동호회에 많은 활동도 하고 싶구,,,,뜨내기가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한 통신사에 가입을 하고 여기저기 들어가 보려는데 하루가 지나야 한다나.....
괜시리 김빠지는 것 같아 우울해 졌다.
별수 없이 다른곳에서 어떤 한 남자와 채팅을 했다.
[보이스]안녕??
[유리] 안녕??방가....
[보이스]첨 보는 아이디네여....
[유리] 그런가여?채팅 많이 하나봐?
[보이스] *^^*
...........
........
끊임없이 이어지는 지루한 대화들.....
그래도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안심이 되었다.
'누군가 대화할 사람은 있구나....'
한동안 여러얘기가 오고갈쯤 난 대뜸
[유리] 지와 사랑 읽어봤어여?
[보이스]???...........갑자기....
그 남자는 모르는듯했다.
그러자 약올리고 싶고 괜시리 우월감을 나타내고 싶다는 생각에 자꾸 물어보게 되었다.그런데 그 남자도 뭔가를 알았는지 내 질문에 척척 대답하는게 아닌가.....
'이상하다'여지껏 채팅해서 이렇게 시원스래 대답하는 사람이 있었던것 같은데.........'
의야해 하면서도 괜시리 자존심이 상해 말없이 있다 그저 꾸벅 인사하듯 나와버렸다.
그렇게 시간을 보니 벌써 1시를 넘어가고 있었고 내 핸드폰은 여지없이 누군가에게서 계속 호출이 오고있었다.
'누구지'
아차.......
그사람이군....
그사람...........................................
나에게 이 지루함에 돌을 던지는 사람..그는 다름아는 내가 만나고 있는 사람이였다.
연락한번 하지 않고 집에서는 없다니까 핸드폰에 불나게 연락을 했구나......
그순간
난 답하고 싶지 않다는 강한 충동에 핸드폰의 밧데리를 그냥 빼버렸다.귀찮다는 생각이 들어서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지쳐가고 있는지도......
한숨한번 푹 .....내쉬고 고개를 떨군채 PC방을 그렇게 해집고 나와 보니 소나기가 오고 있었다.
축축하고도 시원스럽게 말이다.
그비를 이리저리 피하듯 집에 오니 짜증이 더 몰려오는것 같았다. 아마 비를 맞아서일지도,,,,아니 오는 비가 싫어서일지도 모른다.
난 유난히 비가 오는 날이 싫기 때문일것이라.....
비 자체는 좋아하는데 왜 그런지.....
내자신이 생각해도 우스운 일이다.
그러고보니 지난날 ............꽤 오래된얘기처럼 들리지만...지난날 그와 함께 우산을 쓰고 비오는 거리를 걸었던 적이 생각이 난다. 그땐 왜그리 그와의 시간들이 행복했었는지.....
지금은 왜 그와의 시간들이 공허한지.....
8월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가고 있었던것 같았다.
'내일은 꼭 해봐야지....'
오늘 등록했던 통신을 꼭 해봐야지 하는 생각에 빨리 내일 밤이 오길 기다릴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