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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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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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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BY 문제아 2001-02-03


창밖으로 서울행 열차가 기적소리를 뿜어대며 서울을 향해
달리고 있다. 주중내내 일터에서 일을 마치고 주말을 쉬러
가는 무리들인가 보다. 조금뒤 또다시 열차는 뿜--기적소리를
내며 바닷물이 일렁이는 부산을 향해 달리고 있다.
주말을 맞이하여 영도앞바다. 태종대의 자살바위를 보러가는
무리들이 또 많은가 보다.

한때는 저 열차속에서 0시를 넘어 새벽에서야 도착되는 비둘기호
를 타고 부산자갈치시장의 비린내를 마시러 떠난적이 있다.
여고졸업식날 모두들 꽃다발을 한아름씩 않고 여기저기 모여
기념사진 찍느라 바쁜 발걸음들속에서, 쓸쓸하기는 그만이고
그녀의 마음속에 있어야 할 그 무엇인가가 없어진 듯
부랴부랴 그녀는 인파속 운동장을 빠져나와 역으로 갔다.
꿈을 찾아서, 희망을 찾아서 어느곳으로든지 가야만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설픈 여행의 시작이다.
종착역을 부산으로 잡고 특별히 아는곳도 없이 그저 남쪽의
푸른바다가 보고싶어서 친구와 단둘이서 단돈 만원씩을 여유돈으로
가지고서는 무작정 떠난 그녀의 첫 여행이다.
그로부터 특별한 일이 있을 경우를 제외하고는 여행을 떠나는 것이
그녀의 생활이 되었다.
취미도. 특기도 없는 무취미.무특기가 그녀의 가장 큰 자랑거리였기
때문에 여행은 그녀의 가장 친한 벗이 되고야 말았다.
칡흑같이 어두운 밤을 뚫고 달리는 열차안 빽빽한 사람들속에
복도의 한 귀퉁이를 자리하고 내내 창밖을 본다.
모두가 잠이든 이시간에 그녀만이 깨어서 달리고 있는것 같아
잠이 오지를 않는다.

"여고생 같은데 어디까지 갑니까?"
"저희 여고생이 아니예요. 오늘 졸업했는걸요!
부산까지 갑니다."
"부산이면 제가 거기에 사는데 부산 어디가십니까?"
"태종대"
"저희 집이 바로 태종대 근처입니다. 새벽에 도착하면 버스도
없구 실례가 안된다면 제가 안내자가 되어 드리고 싶은데..."

열차를 타고 다니면 이러한 인사말들은 다반사이다.
아직은 사회란곳을 잘 알지도 못한채로 떠난 어설픈 여행인지라
감히 승락할 수가 없다.
몇번의 여행을 한끝에 얻은 결론은 누가 묻거든 저희는 26세의
개띠입니다.라고 소개를 한다. 믿거나말거나한 그녀의 나이는
여행지에서마다 나온 답변이다. 앳된소녀의 얼굴을
속일수 없다는 것을 몰랐는가 보다.

창밖을 바라보던 그녀는 토요일오후가 더할 수 없이 심란해지기
시작했다. 그 옛날의 소녀처럼 쉽게 떠날 수 없는 여행을
아쉬워하며 그녀가 만든 굴레속에서, 그녀가 스스로 만든
그녀의 굴레들을 사랑하며 아끼고 소중하게 지켜온 그녀만의
굴레들을, 감히 어찌할 수 없는 삶의 굴레들을,
그 굴레가 없으면 허전해하며 살아갈 수 도 없는 그녀의
인생을, 가끔씩 벗어나서 저 레일위로 한없이 달려보고 싶은
마음을 누르며 멍하니 서있을 즈음, 전화벨 소리가 울린다.
멋진 공상을 가르고 울리는 전화소리는 다시 현실로 돌아오게
하기게 충분했다.
'오늘 무슨 좋은 일이 없을까?'
'아, 그라면, 그와함께라면, 지금해보고싶은 여행이 더없이
즐거울텐데. '
참 말도 안되는 생각이다. 다시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왜 갑자기 그런 엉뚱한 생각이 떠올랐을까.

여행이 아니라도 좋다. 차 한잔만이라도 같이 나눌수만
있다면 많은 삶의 이야기를 나눌수만 있다면.
생각은 생각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용기를 내어 전화를
걸어볼까. 안돼. 어디로 한단 말인가. 그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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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회는 영웅문에 나오는 이름인데 후회하지 않는다 라는 뜻의
여자의 이름입니다. 자세한 것은 영웅문을 참조하세요
단지 불회를 낳은 그녀의 용기가 아름다워서 좋아하게된
이름이니까요.
답장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