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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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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회]


BY 이슬비 2001-04-18

당신..설마,,아니죠?

당신에게서 비쳐진 가영이에 대한 마음..사랑은..아닌거죠?

그저..특별히 아낀다고만,,생각했는데..

당신..여자로써,,가영이를 지켜본건..아니죠?

그렇죠?

내게..말해줘요..대답해봐요..

하지만..그는 말이 없다.

곤히 자고 있는 그를 깨워,,물어 보고 싶지만..

그의 대답조차,,두렵기도 하다.

오늘 오전부터..그는 별로 말이 없었다.

그저..컨디션이 안좋아서 그러려니...그렇겠지..했는데..

약혼식장에서 흘려 들은 얘기로 멍한 내게..그는 너무나도 멀리 있는 사람같았다.

내가 손을 내밀어도 잡아줄수 없는 거리에서..

아니 나 조차는 관심이 없는듯..

아니죠? 그렇죠? 당신이..날 사랑하는데..괜히 걱정할건 없겠죠?

당신..나 사랑하긴 해요??




"주희야.."

그가 나를 흔들어 깨웠다.

어제의 혼란함에 헤어나지 못한 내게..그의 미소가 비쳤다.

"여기서..자면 어떻게..넌 일이 그렇게 좋으니?"

"내가 할수 있는게 일밖에 더 있겠어?"

이렇게 차갑게 말을 던지고 휙 돌아서고 싶진 않았는데..

등뒤에서 힘없이 자리에 앉아 담배를 빼어 무는 그를 느낀다.

"아침에 일이 좀 있어서 먼저 출근할께"

이게 아닌데...이건 아닌데..

그는 길게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그래..라는 한마디 뿐이였다.

뭔가에 체념한듯..아무것에도 신경을 쓰기 싫다는듯..

그는 나를 바라보려하지도 않았다.




"다들 바쁘니..시간 맞추기도 어렵군.."

태우오빠의 웃으며 삼촌과 숙모의 잔에 술을 채우기 시작했다.

약혼식 이후로 일은 더 바빠졌고 이렇게 삼촌은 본게..오랜만인것 같이 느껴 진다.

"삼촌이랑,,숙모..참 오랜만인것 느껴져요.."

"둘이..한창 재미있을 때인데..우리가 방해 되는건 아닌가?"

"숙모..아니에요.."

술자리가 무르 익어갔지만,,삼촌은 그리 유쾌해 보이지 않았다.

"아참..나 굉장한 사실 하나 아는데.."

"뭔데..? 뭐가 그렇게 굉장한데?"

"태우야,,너..알고 있니?"

"뭘..?"

태우오빠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숙모를 보고 있었다.

"주희.. 많이 취했어..그만 마셔.."

삼촌의 저지에도 아랑곳 없이 술을 벌컥 삼킨 숙모가 말했다.

"민기씨는..가만히 있어봐..당사자가 아는지..궁금하잔아..

있잔아,,가영씨..그거 알아..? 가영씨..가영씨가,,데려온 자식이라며?"

숙모가 길게 늘어지듯 한 얘기가,,내 얘기일줄이야..

순간 삼촌의 얼굴에 흐르던 당혹감,,

삼촌도..알고 있었던 건가??

삼촌도?

갑자기 주위가,,아득해 졌다.

태우 오빠가,,아니 나의 약혼자가 내곁을 지킨다는 사실도 잊은채..

난 그 자리를 서둘러 벗어나고만 싶었다.




가영이가 뛰쳐 나감과 동시에 나와 형은 용수철 처럼 일어 섰다.

형과 나의 시선이 엇갈렸지만,,형은 뛰어 나갔다.

가영이를 잡기 위해 나가려던 나의 손을 잡는 주희만 아니였어도..

"주희야,,너..아무리..할말이 있고 안할 말이 있지..너 한테 실망이야.."

"훗..그래? 그 사실 알고..힘들었을 난,,어떨것 같아?"

"네가...뭐가 힘들어? 힘든건..가영이야,,"

"그래,,너도 가영이 가영이..민기씨도 가영이 가영이..참 복도 많아.."

"민주희.."

"훗..화 났니? 미안해..어쩌겠어? 나도 어쩔수 없는 여자 아니겠니..질투에 눈이 먼.."

"질투라니..말 장난하지마.."

"너..몰랐어?놀랬어? 정말,,두사람..아니겠지? 너..가영씨 믿니?얼만큼..믿어?"

"네가 느낄수 없을 만큼..난 가영이를 믿어. 그리고..난 형도 믿어."

"..그래? 난 믿음을..잃어 버린것 같아..나 자꾸..이상해져.."

"주희야..난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야..다만 이런상황,,가영이가 힘들어 하는게 싫어"

"미안해..괜히.. 이러고 싶진 않았는데..나..요즘..미안해.."

"주희야,,형 힘들게 하지마..널 사랑하잔니..형은.."





저만치에 멍하니 걸어가는 녀석이 보였다.

녀석의 어깨에 손을 올려 걸음을 멈추게 했다.

"지금은..나 아무말도 하고 싶지도 듣고 싶지도 않아"

"가영아,,넌..아냐...넌.."

"삼촌..나도 알아..그 사실..예전부터 알고 있었어..나도..알고 있었는데..흑흑.."

"울지마..아냐,,울어 울고 싶은 만큼..울어.."

이렇게 품에 안고 널 지켜줄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잔니..

"삼촌..도 알고 있었어..?"

한참이나 뭐가 서러운지 울고 난후 녀석이 말했다.

뭐라고 대답해야할지 난감했다.

하지만,, 거짓을 말할순 없었다.

"으응.."

"언제 부터?"

"..네가 온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랬구나..훗 그랬구나,,나 버릇 없이 때쓰고 하면..미워했겠네?"

"아니..네가 얼마나 착하고 예뻤는데.."

"..정말 고마워.."

"뭐가?"

"내게,,잘해 줬잔아..삼촌..우리 이 일로 이상해지는건 아니지?"

그렇겠지..네가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었어도..바뀌지 않았던 현실이..

바뀔수 있겠니?

날 위해..네 모든걸 잃어 버리게 하진 않을꺼야..

"그럼..넌 정말 착하고 이쁜 조카고..난 좋은 삼촌..이지.."

이렇게 밖에..달리 우리가 뭐라고 불러질 수 있겠니..

"응..훗.."

"왜..?"

"나,,삼촌 많이 좋아한적도 많았는데..정말 삼촌 같은 사람이랑 결혼하려고 했었어"

나도..너 많이 좋아 했었어..아니 사랑했었던것 같아..라고 얘기하고 싶었다.

하지만,,순간의 욕심은..깊은 한숨에 사라졌다.

"태우..있잔니..태우라면..나도 안심인걸..오늘은..내가 데려다 줄께..가자"

"..숙모는..괜찮을까?"

"걱정마..태우가 있잔아,,태우한테 내 험담이라도 실컷 하겠지..하하.."

삼촌의 웃음 소리..예전에는 참 맑았는데..

"아니..난 그냥 혼자 갈께..숙모한테 가봐,,내 걱정 말구.."

그렇게 녀석은 저먼치 뛰어간다.

휙하고 돌아보더니 어서 가라며 손을 흔들어 보이곤 사라졌다.

내 시야에서..

알수 없이 싹튼 내 그리움에서...




"오빠?"

"걱정돼서..너..울고 있었어? 이런..바보.."

이렇게 그가 찾아올줄 몰랐다.

아마,,난 잠시 그의 존재를 잊어 버린것 같았다.

삼촌을 뒤로하고 뛰어오면서 느꼈던 감정에 여태껏 지났던 일들이..

하나의 필름처럼 지나쳐가면서 슬픈 드라마에 울고 있던 나를 감싸 주는 사람..

"오빠,,"

"가영아..울지마..슬퍼하지마..내가 지켜줄께..죽는 그날까지..아니 죽어서도 너 하나만을 지켜줄께.."

슬픔에 헤어난듯 그녀는 내 무릎을 베고는 조금씩 빠져든다.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그녀가 깊은 잠에 빠지길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