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반려 동물세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147

[제33회]


BY 이슬비 2001-04-02

"울지마.."

"...."

"주희야.."

"미안해..나 땜에.."

"그런말이 어딨니?"

이렇듯 작은 것에도 상처받아가야 할 그녀에게..

다 괜찮다고..너만 있으면 된다고..언제까지나 속삭여 줄수 있어야 할텐데..

그녀가 잠든것을 확인하고는 서재로 향했다.

가영이의 약혼소식..

담배연기에 하고픈 말을 실어..길게 품어내어보지만..

머리는 텅빈듯하고..

가슴은..서글픔으로 얼룩지어지는데..

설명되어질수 없는 감정에 이끌려 전화기를 들어보았다.

"가영이니?"

"삼촌?"

"응..집에 잘 들어 갔니?"

"응.."

".....후후.."

"훗.. 왜..삼촌? "

"아냐.."

"뭐,,그럼 왜..웃어?"

"그냥,,네가 약혼도 하고..귀여운 꼬마가,,아니였어..넌.."

"치..하긴 삼촌 눈에 내가 여자로 보인적이 있었겠어? 언제나 말썽많은 어린 가영이였겠지.."

"후후..그래.."

"..숙모는? 괜찮아..?"

"응..잠들었어.."

"미리 말해줬으면..그런 실수 안했을텐데..미안해.."

"미안하긴 네가 뭐..난,,,아니 우린 괜찮아.."

"..응.."

"피곤하지..?"

"아니..괜찮아..삼촌은?"

"나도 괜찮아..일이 많이 힘들지?"

"아니,,할만해.."

"그래..너라면..잘할꺼야.."

"그럼..이렇게 날 믿어주는 사람이 있는데..잘해야지..삼촌은..어때?"

"우리야,,그럭저럭.."

전화기 너머로 핸드폰 벨소리가 들렸다.

"삼촌..잠시만.."

"아냐..이제 그만,,자야지..잘자렴.."

이렇게 끊어버릴 전화였는데..난 왜..전화를 했을까??




"오늘로써..마지막이네?"

"뭐가요?"

"세상의 반이라는 남자들을 자유롭게 쳐다볼수 있는거.."

"후후..오빠두..그게..그렇게 가슴에 걸렸어요?"

"그래..저녁에 인사드리러 갈께.."

"괜찮아요..괜히..그러지마요.."

내가 말려도 소용없다는걸 알았다.

유한 그룹은 전문 경영인에게 회사를 맡겨 가고 있는 추세이고 현재 그에겐 해야할 일은 많고

힘들다는것을 알고 배려해주려는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하하..아버님..제가 한 수 물러 드릴까요?"

"아니..잠시만..하..실력이 많이 늘은건가? 아니면.."

"아빠,,이제 그만 두시고..주무셔야죠..피곤하실텐데.."

"그래요..여보 이제 김서방도 자러 가야죠.."

"아,,김서방..어머님 자주 불러주세요.. 그럼 전 이만..푹 쉬십시오."




"오빠..저녁만 먹구 가야죠..안 피곤해요?"

"아니..행복한걸..자..내일 너무 이쁘게 나타나지 마.."

"..왜요?"

"나 심장 멎으면 어쩌려구...하하.."

"운전조심하고요..도착하면 전화줘요.."

그는 대답 대신 나의 눈을 바라보며 조용히 속삭였다.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해요.

자유를 모르는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조금은..떨린다. 약혼식이라지만..

휴..길게 한숨을 쉬어보아도..쪼여오는 드레스 때문인지..숨이 가빠지는것 같다.

시계를 보니 아직 시간은 20분이나 남았는데..

거울속에 비친 나를 한번 더 들여다 보았다.

화장이 이상하진 않은지..머리는 괜찮은지..그때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가영아.."

"오빠.."

그가 갑자기 쓰러졌다.

10여분동안 꼼짝도 안하고 앉아 있었다. 옷 매무세라도 흐트러질까 싶어서..

그런데 그가 쓰려지는걸 보고 달려 갔다.

"오빠,,오빠,,"

그를 흔들어도 아무 대답도 없었다.

갑자기 가슴이 덜컥 내려 앉는것 같았다.

"누구..밖에 누구 없어.."

누군가의 도움을 요청하려 할때..그의 손길이 얼굴을 감쌌다.

"너무 이쁘게하고 나타나지 말랬더니..나 정말 심장 멎는것 같았어.."

"그럼..장난이에요? 지금..괜찮은 거에요?"

"응..아니..우는거야?"

"놀랬잔아요..정말,,그런 장난치면 어째요.."

"이런..미안..너랑 결혼도 안하고 죽다니..말도 안돼지..절대 그런일은 없어.

그나저나,,이렇게 내 무릎에 누워있으니 좋다..약혼식이고 뭐고 이렇게 계속 있음 좋겠다."

"치.."

"나 때문에 울고..나만 바라보고..있는 네가 사랑스러워서.."

그녀의 가녀린 목을 감싸안으며 조금씩 가까워 지는 거리에 그녀는 눈을 감았다.

긴 속눈썹 사이로 비쳐지는 이슬이 한없이 빛나보였다.

그녀의 두눈에 살며시 입맞추었다.

"나,,다시는 내게 눈물을 주지 않을꺼야..가영아..사랑해.."

"저두요.."


똑똑똑..

"이런..우리가 잘못 들어 왔네.."

"숙모..? 삼촌.."

"하하,,왔어?"

"응..아주 절묘한 시간에 와서..미안하네.."

삼촌은 아무말 없이 돌아서 나갈뿐이였다.

그런 삼촌을 보더니 시간 다되어 간다며 잘하라며 숙모도..뒤따라갔다.




"힘들었지?"

"아뇨..별로..엄마는요?"

"우리 딸..이제 다 키웠어..정말..잘 커줘서 고마워.."

"그럼..아직 덜 자란줄 알았어요? 후후..아빠..? 무슨 생각해요?"

"응? 뭐..라고 했니?"

"아뇨..피곤하실텐데..쉬세요..저두 괜히 긴장 했더니.."

화장을 지우기 위해 앉아 있는데..왼손 약지의 반지가 반짝였다.

'넌 내 인생에서 가장 귀한 보석이야.' 그가 한말이 귓가를 스쳤다.

오늘 약혼식의 하객중에는 꽤 많은 식구들이 보였다.

그들도..어쩔수 없이..오게 되었으리라..

축하해 주러 온 큰 아버지의 명에 의해..

이제는 그들이 우리를 적어도 나의 부모님을 쉬운 상대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만으로..마음이 놓인다.

그 사실만으로도,,그가 고맙다.

난 그에게 줄것이 없어..괜히 미안해진다..

그런 마음에 전화를 들었다.

"오빠,,어디에요?"

"응..운전중이야..피곤하지?"

"아뇨..오빠는요?"

"나? 기운 펄펄 날아다니지.."

"..나..오빠 보고 싶은데.."

"....어쩌니.."

"아뇨..오빠 바쁜거 다 아는데..그냥 해본말이에요..이만,,"

"가영아..넌 내게 있어서는 그 무엇보다..소중한 사람이야..나를 배려하는 마음은 알지만.."

"오빠,,미안해요..운전중인데..이만 끊어요."

"그래..이만 끊고 3분뒤에 집앞에 나와서 기다려..나 지금 너한테 가는중이였어.바보.."

바보라는 말..처음 그에게 들었지만..정감있다.

그의 차가 보였다.

그가 항상 나를 기다린다.

손을 흔드는 그에게 뛰어갔다.

"아니..약혼녀가 힘없어서야,,난 오라며 오고 가라면 간다니까,,복종..몰라?복종한다니까,,하하.."

"그래요? 그럼..테스트 해볼까요?"

"그래..뭐든지.."

토요일 밤의 열기로 생동감이 흐르는 거리..

여기저기 부딪히고 인파에 밀리자 살짝 내 손은 잡았고..

아주 매운 ?떵봉見?먹고싶다며 용감히 먹다가 울상도 지으며 작고 이쁜 악세사리들에 정신을 팔기도 했다.

"좋으니?"

"오빠는 재미 없어요?"

"아니..나도 재미있어..널 보는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