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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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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회]


BY 이슬비 2001-02-10

"태우야,,엄마가 얼마나 걱정 했는데..어디 갔었니?"

"네..일이 좀.."

"태우,,나 좀 보자꾸나,,"

아버지의 서재로..들어가면서..무슨일일까..생각했다.

혹시...가영이일을..벌써 아시는건가?

"태우, 너..백화점일에까지 신경쓰니? 얘기 다 들었다.."

역시..그렇게 비밀로 부쳐달라고 했건만,,아부에 먹고 사는 사람들이란,,믿을께 못된다..

"제가 임의로 결정내린거.. 형의 부탁도 있고 해서..죄송합니다."

"그래..그건 그렇다 치고..너 여자 있느냐?"

순간,,망설여야 했다.

뭔가 알고 물으시는건지..아니면 그냥...

"네..제가 좋아하는 여자는 있습니다."

"그러냐? 뭐하는 아가씨냐? 난 네 형꼴은..보기 싫다. 사랑이 어쩌니 저쩌니.."

"아버지..사랑이 없던 결혼에 형이 행복했습니까? 자식의 행복이 중요한거 아닌가요?"

"넌..그룹을 이어나가야해..네 보필을 할 사람이라면..그만한 능력은 있어야 한다"

"그 능력이,,여자에게서 나오는건가요? 아니잔아요.저한테..기대걸지 마세요"

차갑게 말한마디 던지고..나와 버렸다.

이렇게 흥분하면 안되는줄 알면서..

자식에 대한 환상을 못버리는 아버지가,,미워진다.

뭐라고 말할수 없는 수치심이,,든다...

이런일을 가영이가 알기라도 한다면 얼마나..실망하겠는가,,

가영아...그녀의 이름은 내뿜는 담배연기와 같이 허공을 떠돈다.



잘 들어 갔는지.전화라도 해볼까??

에휴,,왠지 어색하구,,이상하다.

가슴이 설레여오기도 하고..

난 아직 누구도 받아들일 준비가 안된 모양이다..

한참을 망설이다,,전화를 들었다.

"오빠..?"

"응.. 잘 들어 왔는지..전화했니?"

"네.."

"당연히 잘들어 와야지..네가 이렇게 걱정하는데..안그래?"

"훗..오빠두 참..피곤할텐데..푹 쉬구요.."

"그래,,내일 갈께..기다려.."

조금은..할 말은 없었지만,,전화를 들고 있고 싶었다..

하지만,,그는 별말이 없는 내게 잘자라는 굿나잇 키스를 남기며 전화를 끊었다.



거실에서 차를 마시며,,언제 결혼할꺼라는 질문을 받았다..

대답하기,,어렵다..

망설이고 있는데..역시나 주희가 먼저 말을 꺼냈다.

"아빠가 허락만 하면,,당장이라도 하죠,,후후.."

"나야..네가 좋아하는 사람이라길래 한번 본거지..허락은 무슨.."

그녀의 어머니는 나이도 있고 하니..시간이 없다고 했다.

"네..조만간,,해야죠.."

배웅하러 나온 주희는 갑자기 나를 가로막고 물었다.

"자기..정말이야? 조만간,,나랑 결혼한다는거?"

"왜,,싫으니?"

"아냐,,좋아..너무 좋아..."

그녀가 기뻐하며 내 목을 끌어안고 즐거워하는데..

갑자기 가영이가 기뻐하던 모습이,,그녀에게서 비쳤다.

둘 다,,내겐 소중한 사람들..인데..

어느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고 싶지는 않다..

"자기 내일 저녁에 비너스클럽 갈꺼지? 자기도 이젠 그쪽에 얼굴 비치고 해야돼.."

"응..그래 알았어..내일 저녁에 데리러 올께.."



"삼촌..일찍 왔네.."

"그래..뭐하니?"

"응..나 프리티걸 의상 디자인 한번 해봤는데..좀 볼래?"

"응..이걸 네가 다했어? 정말루?"

"그럼..내가 하지 누가해? 왜,,?"

"좋다..느낌이,,특이하네..고급스러우면서 실용적인 디자인이네.."

녀석은 어릴때 부터 미술은,,잘했다.

그래서인지 한번 본것은 기억하고 그려내곤 했다.

내 초상화를 그려준다고 한시간 동안을..움직이지 못하게 한적도 있던 어린녀석이..

이젠 스스로의 살길을 찾아내고 사랑까지,,,찾아가는구나..



그의 옆에서 그에게 걸맞는 여자가 되고 싶어진다..

물론 그가 내 옆에 있을땐..든든한 사람이 내게 있는것 같아 좋다..

그가 말한 모임때문인지,.화장이 더 신경쓰이는데..내 맘대로 되지도 않는다.

그가 왔나 보다..

삼촌이랑 이런 저런 얘기가 오가고 있네..

"오빠,,이제 가요.."

"오늘은..좀 늦을꺼야,,형..이해해주지?"

"그래..오늘 비너스클럽 모임 아니니? 넌 안가는거야?"

"응..갈거야,,나중에 가영이랑,,어떻게 알았어?"

"주희가 가자고 해서..가볼려구,,"

"음..좋지..다 좋은 사람들인걸..그럼 나중에 거기서 봐~"

이젠..가영이의 뒷모습을 보고도,,그리 서글프지 않다.

녀석이 행복하다면..나도 행복한거니까,,

그리고 내겐..나만을 바라보는 주희가 있다고 생각하니까..



"너,,머리 올려 묶으니까,,느낌이 다르다.."

"또,,무슨말이 하고 싶어요?"

"이쁘다구..하하..내가 선물한거네..더 이뻐보인다,,네가 하니까,,"

내 어깨에 손을 올린 그는 무척이나 당연한것처럼..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오빠,,날두 더워지는데..이게 뭐에요?"

"네가 팔짱을 껴주면,,내가 안그러지.."

"하하,,전요,,더운거 못참아요..그리너 좀 떨어져요.."

"가영아,,내사랑은..더 이글거리는 태양보다 더 뜨꺼운걸..어디 데인곳은 없니?"

"농담두..참.."

친구와 애인사이는..10cm거리가 있다고 했다.

10cm이상이면 친구..

10cm이하로 꼭 붙으면 애인..

나는 점점 우리의 거리가 좁혀지는걸 느낀다..




민기씨를 위해선,,비너스클럽의 데뷰가,,중요한데..

기석씨,,때문에..마음이 걸렸다.

그래도 사랑을 했다고 하는 여자가 한순간 다른 남자와 나타나면..

역시나,,그의 눈길이,,예사롭지는 않다.

모두 반겨주는 분위기지만,,그는 나에게 잠시 보자는 눈짓을 보냈다.

"너,,저사람 사랑하는거야..그런거야?"

"응..미안해.."

"너,,어떻게..그럴수가,,"

"기석씨..이러지마,,자기도 자기의 인생이 있는것처럼..나도.."

"그래,,어련하시겠어? 그러니 우리가 사귄것도,,이럴때를 대비해서 비밀에 부치자고 했겠지"

"말을...그렇게 밖에 못해?"

"주희야,,다시 생각해 줄래..? 나 너없이,,힘들어.."

"기석씨,,나 민기씨,,정말 사랑해..저 사람이랑 행복하고 싶어.."

"그래..? 저 사람이 너에 대해 다 알아도 그럴까..?네가 타고난 색녀인건,,아니?"

"기석씨,,말 조심해,,"

"아니..왜,,? 내가 틀린말 했어? 왜,,흥분하고 그래..? 하긴 넌 흥분하면 더 이뻐.."

"왜 이래..이거 놔,,"

"왜,,벌써 내가 싫어졌어? 그토록 내게 헌신적이던 주희는.. 어디갔니?"

"놔,,어서.."

술냄새가 역겨워 보긴,,처음이다..

그를 거부하고 싶지만,,소리칠수도 없는 상황,,아닌가...

그가,,나를 안으면 안을수록..난 그에게서 더 도망가고 싶다..

민기씨...민기씨..

그의 이름이 떠오르면서..내 눈은 뜨거운 한줄기 후회의 눈물이 흘렀다..

이렇게 당하고 있어야 한다는게..

어쩌면 내 꾀임에 내가 넘어가는 것처럼..어리석은 내가 싫어진다..

그는 욕정에 눈이 멀어 헐떡이고 있는..짐승에 불과 했다.

예전의 그가 내게 주었던 사랑은 없었다..

숨가뿐 경주가 끝날 무렵..'주희야 사랑해'라며 그는 자신의 마지막 욕심을..채워갔다.

하지만 내게는 가슴을 가르는 순간의 아픔이였다...



주희는 멍하니 일어서서 옷차림을 다듬고는 날 용서하지 않겠다며..나갔다.

그녀가,,내게 있어 사랑이였음을..

그래서 다른 남자의 곁을 지키던 그녀가 미웠음을..

내가 그녀를 품으면..내 여자로 되돌아오리라는 내 비뚤어진 생각은..

그녀에게 상처만 주었다.

다시 문이 열렸다.

그녀와 함께 온,,그 남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