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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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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회]


BY 이슬비 2001-02-08

"우리가 늦은건 아니겠지? 주말이라 그런지 주차하기도 힘들어..그치?"

"응..그러네..가영이는 먼저 올라간것 같네..가보자..시간 됐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 보이는 그 많고 많은 사람들중에...

눈길이 잡던 사람이 있었으니..태우의 품에 안긴,,가영이였다.

"어머..둘이 언제부터 저렇게 된거야?후후..정말 남녀사이는 아무도 모른다는말 맞나봐,,"

그렇게 가영이는 태우의 사랑스런 여자로,,그의 품에서 쉬고 있는것 같았다.

이젠..녀석을...떠나보내야 할때가 온것 같다..

그리 길지도 않았던 짧은 순간이였지만,,

순간의 행복감이 평생의 긴 여운으로 남을 것 같다...




"오빠,,저기..사람도 많은데..이러면 ..."

너를 보는데..숨막혀서..나,,정말 널 사랑하는가보다..가영아..

너와 함께 한다는 사실만으로...벅찬 감정을..이렇게 밖에 표현할 길이 없구나..

"그래..너무 반가워서.."

내 품에 안긴 그녀의 얼굴은 부끄러운 빛을 품어내고 있었다.

그녀는 주위를 휙 둘어보더니..저기,,하고 형과 주희를 가르쳤다.

"같이 왔어? 어쩌지..난 네 선물만 준비했는데..그럼,나중에 조용할때 줄께.."

삼촌과 주희언니가 다가오고 있었다.

주희언니는..꽤나 우리사이를 의미심장한 눈으로 지켜보며,,말했다.

"태우,,너,,그렇게 터프했었니? 몰랐다..후후.."

"하하,,내 눈에는 가영이만 보이길래..."

삼촌은..별말이 없었다. 그저,,,엷은 미소만 띄었을 뿐이다.

"우린 너 반겨줄려고 왔는데..우리가 어째..가야될 분위기다,,민기씨 안그래?"

"그래..둘이 좋은 시간 보내..우린 먼저 가야겠다."

"형..무슨 그리섭한 말을..밥이라도 먹구,,가..나 엄청 배고파.."



"자기..태우가 그런면 있는줄 알았어? 난 처음 봐..꽤나 자상하더라구"

"응..뭐,,원래 다정다감한 편이잔니.."

"가영씨한테..이것 저것 챙겨주며,,부럽더라.."

그랬다..시종 웃음이 끊이지 않는 태우와,,엷은 미소를 간직한 가영이..

가영이는 내가 아닌 태우의 배려에..길들여가는것 같았다..

보내야한다는 사실만으로,,가슴 한구석을 도려낸듯..아파온다..

이렇게 아픈데..

하지만,내가 가진 모든것을 깨뜨려야 하는.. 사랑은 아니길 바란다..


"민기씨..?"

멍하니 뭔 생각을 하는거야..?

그의 앞에 내가 있는데..그를 향하는 내가 있는데..

왜,,나만을 바라보지 않고..함께 있어도 외롭게 하는거야...왜..?

그렇게 가영이를 챙기더니..태우 때문인가??


"응..뭐라고 했니? 잠시,,마안,,"

"아냐,,자기 사랑한다고,,했어.."

"너두,,참.. 아예 광고를 하지.."

"안 그래도 그럴생각이야,,민기씨..이젠 앞에 있는 나만,,바라봐,,"

그는 아무 대답없이,,웃을뿐이였다.

예전같으면 그 웃음의 의미가 Yes라는 의미로 받아들였겠지만,,

지금은...확인받고 싶다..

"자기..웃지만 말구..알았지? 나,,외롭게 하지마,,"

"같이 있어도 외롭다면..내 잘못이 큰거지..미안하다..그래..알았어.."

"집에는 저녁에 간다고 말씀 드렸어.조금 여유가 있네..뭐하고 놀까?"



그녀는 내가 피곤할것이라며,,일찍 들어가길 권했다.

그런 그녀의 작은 배려를..무시하고 싶진 않았지만..

너무..그리웠던 그녀가,,아닌가..

"괜찮아..내일부터 며칠동안 쉬니까,,걱정마..참,,눈 감아봐.."

"왜요? "

"하여튼..눈 뜨라고 할때까지,,눈뜨면 안돼..알았지?"

내 가슴에..그녀의 손을 가져왔다.

"자,,이제 눈떠.."

그녀는 손을 빼려고 했다.

"이게..내 선물이야...내 마음..널 향한 내 마음..진심이야.."

"오빠,,선물 안 사왔죠..? 그래서 이러는거죠?"

진실은 그의 가슴에서 닿은 내 손끝으로 전해져오지만,,난..망설여 졌다.


"..넌,,내가 싫으니?"

이런 유치한 질문을 하다니..김태우..사랑앞에서 바보가 되어가는구나..

하지만,,바보가 되어서라도 가질수 있는 사랑이라면,,가지고 싶다.

"아뇨...그냥,,좀 당황스러워요..우린 안지도 얼마 안됐고,,또.."

"가영아..시간으로 모든걸 풀수 있는건 아냐..이 순간의 진실을..믿어봐,,"

그녀에게,,내 눈을 들여다 보게했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는데..내 마음이 보이길..

한참을 그녀가 나를 들여다 보고 있다..

그녀의 맑은 눈에 담겨진.. 사랑에 목마른 내가 보인다..

그런 내 모습이 점점 더,,뚜렷해지고 있다.

그런데..그때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다.

"삼촌..응..응...알았어.."




녀석은 별말없이 대답만 하고 있다.

이젠..늦게들어 간다고 해도 내 식사를 걱정하던 예전의 가영이는..아니니까,,

"가영이한테 전화하는거야? 태우랑 같이 있는데..뭐가 걱정이야?"

"주희집인데..늦을수도 있겠다..문단속 잘하고 먼저 자..그래..끊으마.."

"둘이,,어디래??"

"응..집앞이래,,이제 들어간다네.."

"그렇게 빨리..들어가?"

"태우 피곤할까봐 가영이가 일찍 들어가자고 했겠지.."

"아빠,,오셨어.내려가자.."

형식적인 몇가지 질문이 오고가는 저녁식사,,

그래도 주희는 행복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