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서 뛰어오는 그가 보인다.
"가영아,,배고프지? 자,,뭐가 있나 가보자.."
"휴게소는 우동이,,맛이 그만이래요,,"
"어,,아는구나,,넌 모르는건,,뭐냐?"
"음..제 미래요..."
네 미래는..내가 함께하고 싶다고,,내게 맡겨보라고..지금 말해도 되겠니?
아직,,이르겠지..그렇겠지..?
그녀의 집은 아담한 정원이 둘러싸인 2층집이였다.
대문이 열리면서 달려 가는 그녀..
현관앞에 지긋히 나이들어 보이시는 분이,,아버지인가?
그 옆에서 푸근히 웃고 계시는 분은 어머니인가?
세사람 사이에 흐르는 정이..말없이 내게로 흘러 들어 오고 있다.
"참,,아빠,엄마.. 삼촌 후배에요..저랑 같이 왔어요,,"
"처음 뵙겠습니다.김태우라고 합니다. 민기형 후배이자,,가영이 남자 친구입니다.하하.."
"어머,,가영아,,남자친구야??"
"엄마,,아냐,,오빠,,장난하지 마요.."
"하하,,아직은 가영이가 인정은 안하지만요,,"
"녀석..자 태우군..그렇게 불러도 돼려나,,? 안으로 들어가지.."
아빠와 엄마는 정말,,내 남자친구로 생각하나,,보다.
엄마는 이것저것 흥미롭게 물어보시고,,
별말씀은 없지만 아버지는 흐뭇한 미소를 띄고 있으시다.
아직,,남자친구라곤,,집에 데려온적도 사귈 시간적 여유가 없던 나에게,,
김태우..그가 내게 다가온다..
저녁을 준비하는 동안,,난 그녀의 방에 들어가 보았다.
햇볕이 들어오는 창가에는 작은 액자들이,,많이 놓여 있었다.
그녀의 돌 사진이며..유치원 입학 사진..학교때 소풍 사진..졸업사진..
참,,해맑은 웃음..그것은 세월을 뒤로하며 사진속에 늘 담겨 있었다.
형은 사진 찍기 싫어 하는데..가영이를 안고,,웃고 있네..훗..
"오빠,,"
"응..사진 찍는거 넌 좋아하나봐,,"
"삼촌이..사진 찍어주는걸 좋아해서 그냥,,"
형이 찍고 싶었던것이,,뭔지,,난 느낄수 있을것 같다.
"넌,,웃을때,,눈이 참 이뻐,,그거,,아니?"
"하하,,오빠,,자꾸 놀리지마요,,아직 좀 있어야 돼는데..이것 볼래요?"
가영이는 묵직해 보이는 사진첩을 꺼내 왔다.
이건 어쩌구..저건 어쩌구..사진속에서 일어났던 상황이며 친구얘기며,,
그녀의 쫑알거림은,,작은 종달새의 행복의 노래소리처럼..울려 퍼진다.
저녁 식사가 끝나가고 있는 지금까지..
"어머님,참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아버님,,부럽습니다.
이렇게 아름답고 음식솜씨까지 뛰어나신 분은 아내로 맞이하셨다니.."
"잘 먹었다니 다행이네요.고마워요. 태우군..그거 내 칭찬이죠?"
"참,,넉살 좋은 친구군..태우군..바둑은,,둘줄 아나?"
"네,,어버님,,한수 가르침을 주시겠습니까?"
그가 아버지와 바둑을 두러 거실로 나갔다. 정말 아는건가??
"가영아,,참 사람 좋구나,,엄마가 너 하나 잘 키웠다는 생각이,,물씬 든다."
"엄마,,괜히 오해하지말구..그냥 시간이 맞아서 잠시 온거야.."
"하여튼..엄마는 저렇게 넉살좋구 다정다감하고 잘 웃는 사람이 좋더라,,"
거실에 차를 내어가서보니..왠지 어설프지만..져주는 게임 같았다.
녀석이,,아직 전화가 없군..그렇다면,,
"형님..접니다. 가영이는..아.. 네..아뇨 그럼 됐어요.네..쉬세요."
전화기에서 흘러 나오는 태우와 가영이의 밝은 웃음소리에..
잘 도착했으면 됐다며,,내 자신을 안심시키며 전화를 끊어야 했다.
녀석이,,집에 없다고 생각하니,,집이 텅빈것 같다.
갑자기 나타나 내게 뭔가를 쉼없이 쫑알댈것 같은데..
"이 나무는요,,내가 태어난 날 심었대요.아빠가..저 나무는 삼촌이 심은거구 저건.."
그녀는 정원에서의 여러가지 추억을 내게 들려 주고 있다.
"좋겠네..정원 여기저기,,추억이 많아서..바람이,,많이 더워졌네"
"그렇죠? 하긴 이젠 곧 여름이잔아요..참, 저기 작은 연못이 있는데.."
연못에서 어릴때 놀다가 빠져서 형이 구해줬다는 둥,,잉어에게 과자를 줘서 죽었다는 둥..
쉼없이 재잘거리는 그녀의 입술이,,가로등 빛에..빛나보인다.
"참,,아까,,바둑 져준거죠? 보는것 좀 보는데..난.."
그를 바라보는데..말을 더이상 잇지 못할것 같다.
숨죽여 있다고,,해야하나,,?
그의 시선이 나를 움직일수 없게 만들고 있다..
천천히,,다가가 그녀에게 짧게 키스했다.
달콤함이 베여나는 그녀의 입술에 오래도록 머물고 싶다..
하지만,,그녀의 작은 추억으로 기억되려면,,여기까지다. 김태우..
"이젠..이 연못에서 우리가 키스한것두,,기억해 두렴.."
"네..뭐,,그래야죠.."
첫키스의 순진한 소녀처럼..붉어지는 그녀의 얼굴이,,더욱 사랑스럽다.
"가영아,,너.. 처음이니??"
아니라며 서둘러 돌아서는 그녀의 놀란 그림자가,,내게 사실이라고,,말해준다.
거울앞에서 난 붉어진 내 얼굴을 볼수 있었다.
이러니,,다 들통이 나지..
손으로 만져본 내 입술에는 그가 남긴 따스한 감촉이,,아직 살아 있는것 같다.
그녀와 나를 배웅하는 두분을 뒤로하고 우린 서울로 출발했다.
가영이는 어머님이 싸주신 여러가지 것들을..보며 괜히 미소짓는다.
"왜,,웃는지..나도 알면 안돼니?"
"아,,저 반찬들..다 삼촌이 좋아하는거라서,,이거보면 좋아할 삼촌 얼굴 때문에.."
"응..그러니..? 그래도,,네가 형보다야 우선이겠지.."
"훗,,아뇨 우리 엄마는 삼촌,,무지 좋아해요,,나 보다.."
"어젠..잘잤니?"
"못잤다면,,어쩔래요?"
"그럼..어쩌지..어제일 때문이니..?"
"아뇨..뭐..그건 아니구요,,"
"가영아,,나,,너 한테 장난하는건..아냐..그것만,,알아줘,,"
그렇게 말을 하면서 그가 내 손을 잡았다.
그의 손에 베여나온 땀이..그의 진심을..내게 전하려는듯 했다.
"네..김태우입니다."
별말 없이 조용히 대답만 하는것이..이상하다.
통화가 끝나고 내게 오늘은 일찍 들어가서 쉬고 내일 결혼식에 가자며 말했다.
약간의..긴 침묵이..무겁다...
"가영이,,잘 다녀왔어? 태우는..?"
"응..바쁜일이 있나봐,,나 내려주고 갔어..어떻게 집에..주희언니 안만나?"
삼촌은 대답을 하는둥 마는둥 하더니 내가 가져온 반찬들에 더 관심을 보였다.
타고만 있었는데..이렇게 피곤하다면,,운전을 했던 그는 얼마나 피곤할까?
괜히 미안해지고,,고마워진다.
"참,,너 점심은..?"
"응..뭐 대충 먹었는데..지금은..별루 안먹고 싶어."
"녀석..그럼 좀 쉬렴,,나중에 삼촌이 저녁 맛있는거 사줄께.."
녀석이,,돌아와 방에 있다는 이유로,,내 기분이,,들뜬다.
이유없는 콧노래에 맞춰 냉장고를 정리하는 내 자신이,,왠지 우습기도 하고..
"네..일은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다음주에 다시 들어가 최종 점검하겠습니다."
"그래,,태우야..어젠 무슨일이였니? 연락도 없이 들어오고.."
"아닙니다.그냥,,개인적인일이라,,심려끼쳐 죄송합니다.지금 집으로 들어 가겠습니다."
이번일이..내게,,아니 회사에 얼마나 중요한지,,알면서도,,난 그녀가 아프다는 소리에..
물론 괜찮은줄 알면서도,,과장님께 확인까지 받았으면서도..
그녀곁에 있어주고 싶었다.
그녀가,,벌써 그립다..
"형,,미리 알리지 못하고 가서 미안해..집에 가고 싶다기에,,무작정.."
"괜찮아,,잘 다녀왔으면 됐지..우리 형님이랑 형수님..좋은 분이시지?"
"응..무척 자상하시더라,,집안에..온기가 가득하더라..가영이는?"
"응..녀석 피곤했나보다..자는데..너도 운전한다고 힘들었지?"
"아니,,뭐,,내가 좋아서 하는건데..나중에 깨면 전화왔었다고 전해줘,,"
그녀가 꿈속을 여행중이라면,,,내가 그 속으로,,함께 있어줘야 겠군..
훗..그녀에게,,내가 첫키스라니..
달콤했던 그녀의 입술처럼..달콤한 꿈속에 있을 그녀를 찾아,,좀 쉬어야 겠다.
"기석씨,,이젠 연락해도 안나온다,,정말이야.."
"그래,,알았어..내일,,결혼식에..올꺼니..?"
"내가,,어쩌길,,바래?"
"난,,네가 그냥,,내 여자로 남아 있어주면,,안돼겠니?"
뭐라고,,?
지금 나보고,,자신의 결혼에 가려져 있어야 하는 여자로 남으라니..
물론 그는 내게 많은걸 줄수 있다지만,,
그가 말하는 사랑은..시간이 흐르고,,내가 가진 아름다움이 사라진다면..
그는 돈,,,그 이상은 내게 줄것이 없을것이다.
그걸 잘 아는 내게..
지금 내가 가야할 길을 막는 그에겐..
"기석씨..나,,그럴수는 없어. 자기..나 잘 알잔아.."
"그래..널,,잡을수 없다는걸 알지만,,그래도 한번은..잡아보고 싶었던 거야."
"미안해..우리 서로의 행복을 빌어 줘야하잔아.."
"그래,,언제든..내가 필요하면,,불러..난 늘..네편이야."
"응..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