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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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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BY 이슬비 2001-01-13

"뭔데..삼촌,,어디까지 가는데.."

이른아침..잠이 덜깬 눈을 가리고 자꾸만 묻는 녀석을 지하 주차장으로 데려갔다.

"짜안..봐라,,"

가영이는 화려하게 리본을 두른 차를 보더니..

삼촌,,차 샀네..라고 말했다.

"눈치도 없는 녀석..네 입사 선물이야,,"

"우와,,넘 이쁘다,,은은한 황금색,,넘 이뻐,,고마워,,하하.."

가영이는 한참 즐거워 차를 둘러 보더니 갑자기..

"삼촌..나 놀려..? 난 면허도 없잔아,,좋다가 말았다..치.."


삼촌은 내게 집에서 가까운 자동차학원의 수강증을 보여주었다.

아무리 돌이라도 한달이면 면허 딴단다.요즘은..이라는 얄미운말과 함께..

하하,,어쨋던,,선물은..좋은거니까,,한번은 이뻐해 줘야지..


고맙다며 녀석은 내 볼에 짧은 입맞춤을 했다.

출근 준비 하자며,,뛰어가는 신난 가영이..

따스한 입술 감촉이..내 마음까지 번져 든다.


회사의 어려운 사정으로 긴축 재정에 들어가는것에 대한 공지가 있었고,

그 옆에는 [우리 부서의 최고를 찾아라] 라는 이벤트의 공지가 있었다.

역시,,강함과 부드러움을 아는 사람..그는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도 쉽게 무너지지 않을것이다.

사원들의 애사심을 키우기 위한 이벤트로 회사는 약간의 들뜬 분위기 였다.

긴축재정으로 인해 그들의 자리를 위협당하리란걸,,모르는건가..?

기획이 실패하면 끝인 의류 시장..그 처절한 전쟁터에 내가,,서 있다.

여자로썬 지켜내기 힘든 자리에 있는거 아니냐는..

낙하산 인사 아니냐는..주의의 수근거림도 있지만,,

뒤에서 말하기 좋아하는 그들 앞에 주눅들건,,없다.

진실을..보여주면 되니까...

어느정도 회사 업무 파악을 끝내고 한숨을 돌리는데..그의 전화가 왔다.

"가영아,,나 태우오빠다.."

후후..떨린다는게..이런건가,,? 그녀에게 다가가는것이,,어렵기 때문인가?

집안에서..내가 그녀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한걸 아는게..부담이 될테니..

머뭇거리는 그녀에게 기다리겠다고 말하곤 끊었다.

그녀는..나올까..?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아이보리색 정장을 입은 그녀의 옆에는 형도.. 있었다.

"야아,,태우 이제..날 빼고..가영이를 어쩔려구,,?"

"아니,,형!나 장가갈 나이잔아,이젠.. 형..눈치도 없어..?"

"뭐야,,나도 아직 인데..네가..벌써..?"

"음..앞에 날 가로막은 형이 영~시원찬아 내가 추월할까,,싶어."

"가영이,오늘일이 힘들었나봐,얼굴이 안됐다..잘 먹어야지..나가자"


삼촌에게 위치를 설명하곤 태우는 날 이끌고 그의 차로 갔다.

"가영아,,오빠도 알고 보면,,좋은 사람이야..경계의 눈빛..좀 풀어,,"

"아니,,뭘,,제가 언제요,,?"

"그래,,아냐? 나쁜 사람으로 안보면,,오빠라고 불러줘~"

"아직 내 나이 30이다,,좀 많니..? 그래도 오빠 소리 듣고 살고 싶단다.."

가영이는 내 어설픈 호소에 싱긋이 웃으며,, 이제가요. 오빠,,라고 말했다.


바쁜 나머지 점심을 걸러서인지,,숯블에 익어가는 갈비 냄새가 식욕을 자극했다.

삼촌이 구워진 고기를 앞접시에 놓아 주었다. 천천히 먹으라는 당부와 함께..

내가 갈비를 먹을땐,,자주 체하는걸,,삼촌은..안다.

그러고 보면,삼촌은 나에 아는것도 많다. 내가 아는것에 비하면,,


형이 함께라서 좀 실망 스럽기도 하지만,,가영이가 편하게 날 대해주는걸로..

삼촌과 조카 사이가,,저렇게 다정해 보이기도 힘들것이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질투 날 정도로 잘 어울리는 연인사이 같다.

그런 가영이가 내게 오빠라고 부르며 날 챙겨 주는게..좋다.

형이 주희와 결혼한다면,,

내가 가영이와 더,,가까워 질것 같은데..

식사를 끝내곤,,난 가영이가 타준 커피를 먹고 싶다고 졸랐다.

"태우오빠,,미안해요 제가 일도 좀 있고 해서,,다음에 오세요,,"

그녀가 미안해하며 얘기 하는데..어쩔수 없이 난 물러 섰다.

그녀가 가진 순수하면서도 야릇한 신비함 때문인지..

가영이를 떠올리면,,가슴이,,뛰는것 같다.

술이라도 한잔 해야 겠다..휴..

비너스에 들어서자,,친구들이 반겼다.

요즘 바빠서 그렇다고 미안해하며, 주희가 마련해 준 자리에 앉았다.

기석의 결혼 소식을 들었다.

정해진 결혼,,이였으니..그리 놀랍거나 반갑지도 않다.

난,,사랑으로 결혼하겠다고,,결심했던 때가 생각난다.

집안끼리의 결혼으로 인해 사랑을 등지고 시작한 형의 결혼생활의 파국..

어차피 돈과 명예는 사랑앞에는 강하지만 유한 한 것임을..

사랑은 현실에 약해 꺽이긴 쉽지만,,무한하다고..

결국 형은 사랑했던 여자에게로 돌아가 힘든 시작을 하고 있다.

하지만,,행복해하는 형의 미소는 나의 마음에 더욱 굳은 확신을 줬다.

주희는 내게 얼굴이 좋다며,,연애라도 하냐는 장난같은 질문을..했다.

그렇다는 짧은 대답에 흥겨움에 들떠 있던 분위기는 조용해졌다.

갑자기 쏟아지는 질문에 약간은 행복해 하며,,말로는 설명할수 없다고 했다.

한번 데리고 오라는 친구들의 말에..흔쾌히 응수했다.

"너,,정말 연애 하는구나,,어디서 만났어,,?어떻게..?"

"주희 너도 알꺼야..민기형 조카,,가영이.."


여자라곤 쳐다도 안보던 태우가,,가영이에게..

후후..잘 되어가는건가,,?

민기씨가 늘 얘기한 지켜줘야 한다던 작은 천사가,,날아가게 생겼군..


아침에,,눈을 뜨고,,누군가가 떠오르는건,,처음이다.

어제 잘 들어 갔는지,,전화할까,,했지만,,참았다.

오빠,,라..태우 오빠,, 훗..


오늘부턴 학원두 가야하니 더 일찍 일어났을꺼다.

역시,,일어 났군..노래까지 흥얼대는군..

가영이가 학원 다녀올때까지,,난 한숨 더,,자야겠다.


삼촌이..어디 아픈가..늦게까지 자네..

학원을 다녀와서도 인기척이 없는 삼촌의 방에 노크를 했다.

삼촌이 자는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 보았다.

시원한 눈매와 약간은 커보이는 코와 다부진 입술..자세히 보니..잘 생겼네..

그런데,갑자기 삼촌이 확~하고 일어나는 바람에 놀랐다.

"녀석,,놀랐냐,,?"

"아니..삼촌 얼굴이 너무 아니라서,내가 성형수술 견적내고 있었는데..꽤,,나오겠다."

"뭐야,,? 밥이나 먹자,,오늘은..뭐 주는거야..?"

"어,,오늘은..내가 바빠서,,미안.."

"이런,,아~ 어서 주말이 되서 형수님의 밥을 먹어 보고 싶구나,,"

할려면 끝까지 잘해라고 투덜대는 삼촌과 함께 우유를 마시며 하루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