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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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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BY 이슬비 2001-01-12

"엄마,,? 나야,,나 발령 났어.의류 기획팀 대리로,,기쁘지??"

가영이는 아침에 발령 통보장을 받은 뒤부터,,조금은 안정되어 보였다.

서울이라는 낯설움과,,앞으로 헤쳐 나갈 그녀의 인생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

늘..긴장 했던,,그녀가 아니였던가..

"괜찮아~ 삼촌이랑 대충해먹으면 돼. 치,,삼촌걱정 돼서 그러지?후후,응..그럼 주말에..조심해서 와.."

"전화를 잡고 살아라,,아예.."

"치,,질투나서 그러지..? 난,,꼭 성공하면 엄마랑아빠,,행복하게 해줄꺼야.."


"야아,,이걸 네가 했니?"

"그럼,,우렁이 각시라도 왔다 간줄 알아?? 나두,,한번 마음 먹으면,,다 잘한다구,,"

회사의 첫출근에 가영이가 손수 힘들게도,,마련한 아침상을 받고 나가다니..

녀석,,저번에 내가 한말을...담아 두고 있었나..?

아침 출근의 지하철..무척이나,,엄청난 인파..

가영이는 어떻게..타고 가나,,싶은 눈으로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것도 잠시..지각하기는 싫었던지..타자고,,용기있게..말했다.

움직일수도 없는 공간에서 가영이의 향기가,,내 코를 간지럽혔다.

향수인가,,? 샴푸향인가,,? 녀석에게 어울리는 달콤한 향이군...

남자들사이에 끼여 불편한 가영이를 문쪽으로 기대게 하고 녀석이 숨쉴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하차하기 위해 몸을 비집고 나오는 사람들 때문에 잠시 균형을 잃었다.

이런,,


어쩔수 없이 벌어진 일이지만,,이 어색함을 깨어야만 하는데..

"삼촌,,면허 폼으로 가지고 다녀..? 차 한대,,사라.."

"그래,,나도 그럴까,,생각 중이야,,넌 면허도 없으면서.."

별것 아닌것에 미주알 고주알 쫑알 대며 우린 회사에 도착했다.

짧은 순간이였지만,,삼촌 입술이 내 이마를 스칠때..참.. 따뜻했다.

삼촌에게 사랑 받는 여자는 행복하겠지..

자상하고 따뜻한 남자니까...

첫출근이라고.. 그래도 가족이라는 테두리때문에.. 인사를 하기 위해 회장실로 갔다.

내가 긴장한걸,,아는지 삼촌이 내 어깨를 감싸며 힘내라는 눈짓을 주었다.

인사 치레로 하루가 가는것,,같다.

휴,,기획 이사의 호출이라는 말에..난 삼촌방으로 향했다.

기획 이사,,우리 부서의 총괄 책임자..다행이다.

아직 난 삼촌의 그늘아래가,,아니면,,두려운건,,사실이다..

삼촌방에 들어서자,,내 시선을 사로잡은것은.. 김태우,,그 남자 였다.

"가영씨,,보고싶어,,왔어요..첫출근 이라죠..? 축하해요.."

그가 내민 꽃다발에 어리둥절했다.

튜율립,,이네..

"가영씨,,왜 제가 장미가 아닌 튜율립을 선물했는지,,알아요?"

한 여자를 무척이나 사랑하는 세남자가 동시에 그녀에게 청혼을 해 그녀는 고민에 빠졌고,,

그 세 남자의 깊은 우정을,,소중히 지켜 주고 싶었던 여자였다.

청혼의 징표로 받은 가문의 칼과 왕관..그리고 황금..

어느것을 택하기도,,어떤 남자를 선택하기도 힘들던 그녀는 꽃이 되게 해달라고 신께 빌었고..

그녀는 왕관 모양의 꽃잎과 칼의 모습인 튼튼한 줄기와 황금 모양의 뿌리를 가진 꽃으로 태어났고..

세남자는 우정을 지키며 이룰수 없었던 사랑을 기억하며 꽃을 사랑했다고,,한다.

그 꽃이,,튜율립이라고..그는 내게 전해 주었다.

"야아,,태우 넌 역시 잡학에..강하다.."

"잡학이라니,,상식이지..가영씨 언제나 현명한 선택하시라는 뜻에서.."


태우를 바라보는 가영이..

왠지 잘된일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가슴에 휭하니,,찬바람이,,느껴지며 주춤해지는 이유가,,뭔지..

둘이 바라보며 웃는 모습이,,왜 이리 아득하게 느껴지는거지..

태우의 전화벨 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형..주희 전화인데...우리 다같이 식사나 하자.."

말할틈도 없이 태우는 약속을 정했고 가영이를 위한 이벤트는,,미뤄야 했다.


레스토랑 입구에 들어서자 태우를 보고 인사하는 사람을 따라 홀로 들어 갔다.

이미 좌석에 앉아 있던 그녀는 일어서며 삼촌에게 포옹을 하며 인사 했다.

꽤,,애교가 많은 여자 같다..

다시 만난 것에 대해 내게 말안한걸 미안해하는 사람처럼 삼촌은..별 말이 없었다.

식사후 마신 칵테일 때문에 운전하기 힘들다는 그녀의 차를 운전해 그녀의 집으로 갔다.

왠지,,삼촌이 날 챙겨줄것이라 믿었는데..좀 서운하기도 했다.

태우의 차에서는 조용한 피아노 음악이 흘렀다.

느려지는 음악때문인지..몸의 긴장이 풀리는것 같았다.


운전해 오는 동안 가끔씩 바라본,,그녀의 눈동자가 무거워지는걸..난 느꼈다.

조심스레 운전을 해 그녀의 집에 도착했다.

한겹만,,벗기면 신비로움의 자태를 나타낼 여자가 잠든 모습은..

너무도 천진난만한 모습이였다.

술에 약한건가,,,아님 사람을 너무 믿는건가,,,후후..

무릎위에 가지런히 놓인 손이,,너무나도 하얗게 빛났다.

손대면 내게까지 저 눈부심이 묻어 날것처럼...

그녀의 손을 조용히,,잡아 보았다.

그녀가 움찔하는것에 놀라,,난 손을 뗐다.

후후..이런,, 내 나이가 몇인데..지금..

어린 소년시절의 순수했던 마음처럼,,내 마음은 지금 빨갛게 물들어 간다.

그녀의 긴 생머리가 어깨위에 흐트려져 있는것 조차,,아름다워 보인다.

머리를 정리해주려 다가간 내게 보여진 그녀의 입술은..

잠시라도 가져 보고 싶다는 강한 욕망에..휩싸였다.

마치 첫키스를 하려 다가가는 남자처럼,,내 심장은 뛰기 시작했다.

그녀의 입술에 내 입술을 살며시 내려 놓았다.

또,,잠결에 몸부림을 치는 아이처럼,,그녀는 다시 잠들었다.

자꾸,,웃음이 난다,,김태우,,지금..뭐 하는거야..지금..

차안에는 그녀의 새근거리는 숨소리만 들리고 그녀의 향기로,,난 아득해져 가는데..

얼마나 지났을까,,차창을 두드리는 소리에 깼다.

형..이군.


"이런 잠자는 공주,,조가영님.. 일어 나시죠,,후후.."

삼촌의 따뜻한 손이 나의 볼을 당겨 나를 깨웠다.

거실에서 삼촌은 태우에게 자면 업어 가도 모른다는둥..이런저런 내험담을 하고 있다.


"가영씨,,커피,,맛 좋네요,,이야,,너무 맛있는데요.."

"그렇지..? 가영이가 커피 하나는..잘 타지.."

"삼촌,,다른것두,,잘해,,왜 그래..?"

"가영씨..나랑 오빠 동생,,할래요? 난 형뿐이라,,여동생이 무척 그리운데.."

"뭐,,저도 오빠가 없어 외롭긴 했지만,,삼촌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였죠."

"녀석,,하긴 나같은 삼촌이,,어딨냐..? 눈씻구 찾아봐라,,"

"하여튼..오늘부로 가영이라고 불러야지..가영아~~"

가영,,그녀 가까이 있었음 하는 바램으로..

난 그녀에게 다가가고 싶은 마음을,,멈출수 없었고 멈추기도 싫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