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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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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BY 이슬비 2001-01-09

"조실장,,이리로,,"

오늘따라 삼촌의 얼굴빛이,,무거워 보인다.

"가영아,,삼촌이..이젠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들구나,,서울로 올라가야 겠다."

아동복 회사라는게 실물경기가 안좋을때는 당연히 타격을 받는게..사실이다.

하지만,,이렇게 빨리 무너져야 할지..몰랐다.

하긴 서울의 큰아버지의 압력이,,없지는 않았으리라...

"..언제 정리 들어 가요?"

"음..겨울 시즌 끝나면,,너두,,가자..."

후후,,그래두 핏줄이란건,,참 웃긴거다..

막내 삼촌은 집안에서 어느정도 인정 받지만,,

아버지는 재처의 데려온 자식이라는 이유로,, 늘..힘들기만 하다.

아버지는 늘..자신의 형제가 한명이라도 더 있었다면,,

이렇게 외롭지 않을 거라면,,술을 먹을때면,, 울곤 하셨다.

역시 삼촌은..할아버지의 피를 이어 받았기에..인정을 해주는거겠지..

인정 받지 못하는 아버지의 위치에 힘든건,,엄마와 나였다..

"난,,걱정 마,,삼촌.."

"가영아,,삼촌은..다른 사람이랑,,달라,,날 믿구 따라 가자.."

서울이라,,그곳에서 내가 무얼 할수 있을까??

삼촌의 뒤에 숨어 사는것,,그것에 지나지 않는가??

한번도 그 들..난 가족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부귀를 누릴만큼 누린 그들이 오만함 앞에 주눅들어,,있긴 싫다..

하지만,,힘없이..아버지처럼 무너지기..싫다.

그들이 가졌다면,,나 또한,,가질수 있다..


가영이가 또,,깊은 생각에 빠진 모양이다..

녀석..또,,손톱을 입에 물고 있군..

"음..가겠어,,내가 뭘 할지는 의문이지만,,"

고맙고 대견한 생각이였다.

이젠 자신의 인생에 대해 책임을 가질 나이인만큼..


"엄마,,저 다음달에는 서울 가요,,삼촌이랑,,"

순간 엄마의 얼굴이 굳어지는걸,,느꼈다.

"너,,자신 있니?? 넌,,대접 못받는거,,알지?"

네에..알아요.너무,,잘 알아요.우리가 그 집안 핏줄이 아니라는 이유로,,

더 이상의 냉대는 이젠..제가 용서치 않겠어요,,

라고 목구멍까지 기어나오는 말을..참았다.

"네에..잘할께요,,"

아무런 말이 없는 아버지는 조용히 베란다로 나가셨다.

깊게 내쉬는 아버지의 담배연기 만큼..아버지의 걱정을 알았다.

아버지의 어깨에 쌓인 외로움의 흔적을 떨쳐 드리고 싶다.


"여보,,막내삼촌이..알까요??"

"뭘,,무슨 소리야?"

"저,,가영이 일요,,삼촌은 그때,,어렸으니,,모르겠죠?"

"당신 지금 무슨 소리야??"

"아뇨,,난 가영이랑 삼촌이 서울서 같이 산다고 생각하니,,걱정이.."

"걱정이 팔자라는말,,당신두고 나온 말이야,,알아??"

"유난히,,삼촌만 가영이를 이뻐하잔아요,,"

"그놈은..나도 잘 따라,,다른 사람들과,,비교하지마,,"


"자,,여깁니다,,신혼에 이정도면,,딱이죠,,?"

"네에? 신혼이라뇨?"

난,,당황하지 않을수 없었다..

삼촌은..너털 웃음만 지을뿐이였다..

"아저씨..저희는 신혼 부부가 아니구요 삼촌 조카 사이에요,,"

"아..이런,,두분이 잘 어울리시길래,,,죄송해요.."

방2개에 거실과 부엌이 딸린 아담한 아파트였다.

"삼촌,,내가 작은 방쓸께.."

"하하,,그러렴,,난 큰방 달라고 할줄 알았구만,,"


부산에 아버지와 엄마를 남겨 두고 오는게..마음 편한것은..아니다..

하지만,,내가 여기서 자리 잡지 못한다면,,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패배자의 길로 가야할 뿐이란건,,나는 잘안다..

노크소리와 함께..삼촌이 얼굴을 내밀었다.

"가영아,,커피 한잔,,먹자"

삼촌은 내가 타주는 커피가 젤 맛있다고,,늘 칭찬이다..

뭐,,다방커피보다 맛있다나??

"삼촌,,우리 진짜,,오해 받고 사는거,,아냐??"

"응..? 무슨 오해?"

"왜,,저번 부동산 아저씨 처럼,,부부로 아는거,,아냐??"

"하하,,짜식,,그럼 네가 내 혼사길 막구,,있는거네..?"

"삼촌은..아직,,모하는건데? 나이가 몇개인데.."

"내 나이가 어때서? 물론 일찍 장가 간 놈들은,,돌잔치다 뭐다,,하지만,,"

"어,,잘 아네..나이가 34이면,,아저씨지.나랑 십년차이잔아..강산두 변한다는"

"녀석,,언제는 커서 삼촌이랑 결혼한다더니.."

"이런,,그거야,,어릴때 얘기구,,"

"그러니..? 난 네말만 믿구 살았는데..어째??"

"음..생각해 보니까,,내가 너무 아깝잔아,,없던걸루,,해줘. 날 잊어줘,,이젠.."

"뭐야,,?"

하하하,,,한바탕 웃음이 이어졌다..


낯선 서울하늘 아래에도 깊은 밤이 찾아 왔다.

내일 큰아버지를 만날 만반의 준비는 끝났다.

3/4분기 매출과 회계 장부및 기타 브리핑 자료,,

집안의 거목인 만큼..사람의 기를 누르는 강한 힘을 가진 사람인건,,인정한다.



이제서야,,가영이 방에 불이 꺼졌군..

녀석,,욕심이,,많아서인지,,

아님 자신을 방어하려는 본능이 강해서인지,,절대 자신의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다.

녀석이 힘들어 하는걸..볼수가 없다.

그저,,내가 감쌀수 있을때까지,,감싸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