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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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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회]


BY bluebird23 2001-02-06

가현이 일본에 다니던 대학에서 할일이 남아서 출국을 한후...
어느날,영한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늘부터 아버지의 회사로 출근한다는...
이제 뭔가를 시작해도 되겠다는...
"도현씨의 축하를 받고 싶은데... 오늘 시간 어때요? "
도현은 영한의 반가운 소식에 흔쾌히 약속했다.

약속장소에는 제후와 영한이 먼저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축하주를 사야된다... 출근 기념으로 한턱내라...
세사람은 마냥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헤어질때, 영한은 도현에게 악수를 청했다.
"이제, 친구니깐, 우린 절친한 친구니깐... 우리 악수해요..."
양복을 입은 영한이 다른 사람처럼 낯설긴 했지만, 웃을때 드러나는 가지런한 치아가 예전의 영한의 그 느낌이 들었다.
"그래요... 우리 악수해요..."
도현은 작은 손으로 영한의 길고 하얀 손을 잡았다.
"실은 나 출장가요... 아버지랑... 공장이전 문제로... 한 보름 있다 올꺼예요... 그때까지 잘 지내요..."
택시가 왔다.
영한은 도현을 먼저 보냈다.
도현은 택시를 타고 두 사람을 눈으로 인사했다.
막 나온 제후는 도현에게 급하게 손으로 인사를 했다.

택시에서 내려 깜깜해진 거리를 걷고 있으니, 멀리 민서의 차가 보였다.
도현을 발견했는지, 민서의 차가 다가왔다.
왠일인지 도현을 향해 내리지도 않고, 고개도 돌리지 않고 앞을 응시하고 있는 민서를 의아해 하며 차안으로 들어왔다.

"민서야..."
도현의 목소리...
민서가 고개를 돌렸다.
두눈에는 눈물이 쉴새없이 흘렀다.

"어떡하면 좋으니.... 도현아... 어떡하면 좋으니..."
도현은 민서의 두서없이 늘어놓는 말을 듣고 놀라 말문이 막혔다.
이선생이랑 약혼이라니...
이건 말도 안된다...
두사람은 할말을 잊은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있었다.

부모님들이 정한 약혼식 날짜가 다가오고 있었다.

약혼식이라니!!!!
이건 정말 말도 안된다...
사랑해서...
목숨을 걸 만큼 사랑해서 하는 결혼이 아니고...
약간의 오해에 의한 것이라면...
그것도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면서 까지...
막아야 한다...
민서는 별안간 화가 치밀어 올라 참을수가 없었다.

방문을 열고 아버지의 서재에 노크를 했다.
앉은뱅이 책상에 앉아 계신 아버지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에 놀라 민서의 어머니가 앞치마에 손을 닦고 얼른 달려와 민서를 말렸다.

아버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요...
제가 도현이 없이는 못산다면...
그래도 당신 자식이 죽도록 사랑하는 사람과 떼나야 하나요?
제가 만약 약혼식 전날 도현이와 도망을 가버린 다면 어떻게 하실건가요?
그럼 연제는 어떻게 되는 건데요?
결혼을 해서 행복하지 못하고 갈등만 하다 이혼이라도 한다면 어쩔건지...
그래도 두아버지의 말씀이 옳으신 건가요?

조금의 침묵이 온 집안에 흘렀다.
민서의 아버지의 무거운 목소리...

"민서야...
난 너를 믿는다.
사랑... 젊을때 열병같은 사랑...
난 네 어머니와 집안끼리 맺은 인연으로 이때까지 사랑을 만들며 순탄하게 살아왔다. 너처럼 열병같은 사랑은 없었다.
하지만... 후회같은 건 없다.
도현이를 사랑하는 너 마음 알겠지만...
그래서 나도 마음이 편한건 아니다...
네어머니도 한잠도 못자고 설치는 날이 많다...
이해해라는 말밖에 못하겠구나...
도망... 그렇게 철없고 무책임한 일을 저지를 너라고 믿지 않는다. 그러면... 네가족이 모두 병들거라는 걸 너도 잘 알고 있지 않니?
민서야... 미안하구나... "
끝내 흐느낌으로 말을 맺는 그의 아버지를 보고 민서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아버지에게 어떠한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온몸이 떨려오고 있었다.
주저앉아 쉴새 없이 소리없는 눈물을 흘렸다.

민서를 앉고 그의 등을 쓰다듬는 어머니의 목소리만 간간히 들릴뿐... 온집안은 조용한 눈물만이 흐르고 있었다.
"아가야...우리 아가야..."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