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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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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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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회]


BY bluebird23 2001-02-03

민서의 전화는 다시 걸려오지 않았다.
도현은 모두들 퇴근한 교무실에서 한동안 전화기를 내려다 보며 서 있었다.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수척해진 민서의 목소리...
당장 달려가 안아주며, 조금은 수척해진 그의 넓은 어깨를 감싸 안아주고 싶다...

"여보세요..."
연이은 민서의 목소리...
도현은 마른 목에 침을 굵게 삼키며...
"나... 도현이..."
민서의 목소리가 커졌다.
"도현이니? 할말... 있니?... 우리 만날까?..."
"아니... 나... 유치원이거든... 와 줄래?"
"그래...기다려... 곧 갈께...참...참... 30분이면 되니깐... 나와서 기다려..."
민서의 밝고 급해진 목소리...
도현은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민서를 만나면 어떻게 해야하나....
망설여지는...

멀리 민서의 차가 보였다.
도현은 말없이 앉았다.
두사람은 묵묵히 앞만 보고 가고 있었다.
"어디가니?"
도현이 민서의 옆모습을 보며 물었다.
민서는 도현의 얼굴을 쳐다보지 않고 앞만 보며 말했다.
"응... 커피 마시러..."

어느 길 모퉁이에 차를 세웠다.
"잠만깐... 기다려... "
민서는 얼른 차에서 내려 길가로 사라졌다.
그러는가 싶더니... 조금 있다 양손에 커피두잔을 든 민서의 모습이 보였다. 두꺼운 종이컵속의 커피에는 하얀 김이 나고 있었다. 민서는 커피를 흘릴새라 조심조심 잔을 보며 걸어오고 있었다.
도현은 민서의 그런 모습을 보며 괜히 눈에 눈물이 났다.

미안해...
내가 괜히 오해를 했나봐...
너의 진심도 몰라주고...
정말 미안해...

민서가 차 문을 열고 얼른 커피잔을 건넸다.
두사람은 차앞을 향한채 커피를 마셨다.
"너랑... 꼭 커피를 마시고 싶었어... 이렇게 차안에서...
똑같이 앞을 보며..."
민서가 먼저 말을 꺼냈다.
도현이 뜨거운 커피를 한모금 마시고...
"그래... 정말 맛있다..."

...
조금의 침묵이 흘렀다.
"민서야... 내가 오해를 한것 같구나... 미안해... 널 아프게 해서..."
...
한동안 말없이 커피만 마시던 민서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한방울 흘렀다.

"도현아..."
마른 민서의 목소리...
"도현아... 우리... 힘들게 만났어. 서로 많이 기다렸잖니?
우리 오해같은 거... 싸움 같은 거... 그런 거... 하지 말고... 사랑만 하자... 난 너 진심 알고... 넌 나 진심알고...
우리 이제 정말... 사랑만 하자...응?"
민서의 따듯한 목소리가 도현의 마음을 아리게 해왔다.

도현의 아파트 주차장에서 민서가 꽃다발과 편지를 건냈다.
도현은 민서의 차가 돌아서 사라질때까지 민서의 차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행복한 미소로 연인을 마중하는...

집으로 들어서자 시끄러운 음악소리와 카레라이스 향이 온 실내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노란앞치마를 두르고 음악소리에 맞춰 춤을 추며 반찬을 꺼내고 있는 가현은 도현의 인기척을 느끼지 못했다.
도현의 부르는 소리에 가현은 도현의 손에 든 꽃다발에 환호성을 질러댔다.마치 자신이 꽃다발을 받은 것처럼 기뻐?다.
"민서오빠가 준거구나...얘걔 이렇게 화해 할 꺼면서..."
가현은 도현을 가볍게 흘겨보고는 하던 일을 마저했다.

자매는 식사를 하고...
가현은 논문준비를 위해 늦은밤 컴퓨터 앞에 앉았다.
도현은 낮에 받은 민서의 편지를 들었다.
프로포즈....
도현의 얼굴에 바알간 미소가 떠올랐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