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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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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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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회]


BY bluebird23 2001-02-01

핸드폰을 들었다.
민서의 따듯한 목소리가 전해져 와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좋은 친군데...

"응...나... 연제... 오늘 시간 어떠니? 나 네게 고민상담좀 하려고... 시간 괜찮니?"
"그래... 내가 자격이 될런지 모르겠지만... 만나자..."

약속시간을 정해놓고, 연제는 화장대 앞에 앉았다.
화장으로 자신의 슬픈 얼굴을 가리는 모습이 왠지 낯설어 보였다.

스텐드 바안에는 벌써 사람들로 가득찼다.
작았지만, 아늑한 이곳에서 두사람의 우정의 추억이 많은 장소이다.
벌써 민서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연제는 무의미한 얘기로 시간을 떼우고 있었다.
몇시간일 흘렀을까?
연제는 영한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은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고...
그래서 자신의 사랑은 또 다시 팽개쳐지고 있다고...
그래서 자신은 너무 초라하다고...

민서는 술이 취해서 주절대는 연제를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해졌다.
"그 친구가 널 많이 힘들게 하는 구나..."
민서는 연제에게 뭐라고 해줄 말이 없었다. 그저 그 넋두리를 들어줄뿐...
사랑은 마음가는 곳으로 가는것이지
줄서서 기다려 갖는 것이 아니니깐...

"...우리... 서선생 부를까?...서선생 보고 싶다..."
연제는 계획했던 것을 실행해야 함을 깨달았다.
민서는 술이 취한 연제가 안스러웠다.
"그래... 내가 전화할까? "
"아니... 내가 할께...내가..."
연제는 술이 취한척 흐트러진 체 아무렇게나 전화기를 들었다.
"서선생... 나 연제예요... 나... 민서랑 같이 있는데... 지금 올래요?"

도현은 수화기너머의 연제의 술이 취한 목소리에 걱정스러웠지만, 거절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삼십분만 앉아있으면... 된다...
연제는 술이 취해 주절대며 시간을 보냈다.
울기도 하고, 투정도 부리고...
꾸뻑꾸뻑 졸기도 하며...
민서는 안스럽고 안타까워하는 표정으로 그러는 연제를 연신 도와 줄뿐...

이제...
이쯤이면 되겠지?

연제는 어지러운듯 쓰러졌다.
민서는 연제를 안아 일으켰다.
연제는 눈을 개슴츠레하게 뜨고는 민서에게 옆 호텔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다.
민서는 술에 취해 쓰러질 것만 같은 연제를 부축해서 나갔다.
추운 겨울 바람이 매섭게 불어 두사람의 얼굴을 때렸다.
하얀 입김이 민서의 입에서 연제의 얼굴에 닿았다.
민서야...
미안...

택시에서 내린 도현은 민서가 연제를 부축해서 호텔로 들어가는 장면을 목격했다.
도현은 빨리 달리긴 했지만, 승강기를 놓치고 말았다.
6층...

도현은 승강기를 기다려 올라갔다.
6층...
승강기 문이 열리고, 연제와 민서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다. 한참을 기다렸다.
30분이 지나도 두사람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민서가 나왔다.
헝클어진 옷차림...
도현은 민서의 눈에 띌까봐 얼른 숨었다.
민서의 뒤로 연제의 모습이 잠깐 보였다.
취하지도 않고 뚜렷이 민서의 뒷모습을 보며...
헝클어진... 연제가...
무표정으로... 술에 취하지도 않은듯...

봤어...
연제는 도현이 놀란 눈으로 숨는 장면을 보았다.
입가에 미소가 흘렀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