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동안 가현과 도현은 새벽까지 유치원에서 일을 했다.
마지막날, 가현의 전화에 제후가 도시락을 사들고 와서 신이 더했다.
"됐어... 내일 나혼자 나와서 대충정리 하면 되니깐...
오늘 그만하자... 피곤하지?"
기지개를 켜며 피곤해 하는 가현에게 도현이 말했다.
"그래도 돼? 아함~~"
말없이 구석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제후는 정리를 하는 자매를 도왔다.
"와... 차가 있으니 좋긴 좋다... 맨날 걸어서 택시 잡고... 그랬는데..."
가현이 은근히 자신의 기분을 드러냈다.
"그럼 종종 이용해요... 두분다... 언제든지 대기하고 있을께요..."
기분좋은 제후의 목소리...
자매를 내려주고 돌아가는 제후는 미러에 비친 도현의 모습을 이따금 쳐다보았다.
자매는 각각의 행복한 미소로 잠자리에 들었다.
가현은 제후를 만날 수 있어서 행복했다.
도현은 일도 무사히 다 마쳤고, 내일이면 민서를 만날수 있기에...
저녁 9시 비행기라고 했지...
오전에 벨이 울렸다.
연제였다.
"어디예요?"
"예..."
도현은 말꼬리를 흐렸다.
"무슨 일 있어요?"
"아... 예... 사실은..."
도현은 연제에게 그날 저장하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한 것이 지워져 다시 했다고 사실대로 이야기 했다.
"그랬구나... 힘드셨죠? 제가 좀 도와 드릴까요?"
도현은 괜찮다고 말했지만, 굳이 오겠다는 연제를 거절 할 수가 없었다.
오후내내 연제와 도현은 같이 있었다.
오후 다섯시가 조금 지났는데 바깥은 벌써 어둠이 잦아들고 있었다.
"서선생 이제 그만 가봐야 겠네요... 먼저 일어날께요... 마무리 하고 민서에게 가봐야죠..."
연제는 약속이 있다고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인사를 하는 도현을 한번 자연스레 쳐다보고...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자연스러워야 한다...
유치원 입구에 있는 두꺼비집앞에 섰다.
연제는 발뒤꿈치를 살짝 들어 스위치를 내렸다.
그리고 빠른 걸음으로 차에 올랐다.
시동을 걸었다.
차를 빼며 살짝 뒤를 돌아보았다.
깜깜했다...
확실히...
연제의 인사도 잠시 바쁘게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전이 되었다.
사방은 이내 깜깜해졌다.
큰 교무실이 깜깜해져 한걸음도 걸을수가 없었다.
도로도 조금 걸어나가야 한다. 주위는 온통 숲이다.
전화기를 찾았다.
무작정 벨을 눌렀다.
영한이 받았다.
여보세요...
반복하는 영한의 목소리를 들으니 연제의 얼굴이 스쳤다.
안된다...
전화를 끊었다.
다시 전화를 걸었다.
제후의 목소리가 들렸다.
"제후씨... 나 도현인데... 여기 유치원이예요... 지금 올 수 있어요?... 정전이 되서..."
제후는 다급하게 들려오는 도현의 목소리에 그러겠노라고 했다.
제후는 깜깜한 유치원에 덩그러니 혼자 있을 도현을 생각하며 얼른 차를 몰았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