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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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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회]


BY bluebird23 2001-01-28

"제발...제발 가지 마세요....
도현씨의 그런 행동을 볼때 마다 내 맘이...
내맘이... 너무 아파요...."

도현은 할 말이 없었다.
자신을 끌어 안은 팔에 힘이 풀리기를 기다리며...
멍하니 그대로 서 있었다.

"사랑해요... 너무너무 사랑해요....
도현씨를 볼때마다... 미치도록 이말이 하고 싶었어요...
내 사랑을 받아달라고 하지 않을 께요...
그냥... 내게 등돌린 모습만 보여주지 마세요...
그리고... 미안해요... 이러면 안되는 거 알지만...
미안해요... 미안해요..."

영한의 손이 도현의 두 어깨을 잡고 도현의 눈을 바라 보았다. 도현은 울고 있었다.

"미안해요... 영한씨..."
도현은 이 말밖에 해 줄수 있는 말이 없었다.


아파트 놀이터의 벤취에 나란히 앉았다.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도현씨....."
도현을 부르는 영한의 촉촉한 목소리...
"도현씨... 내 고백에 상처 많이 받았지요?"
"...."
"나 후회는 안해요... 부탁... 할 게 있어요... 혹시라도...날 피하지 마세요... 좋은 친구가 되도록 노력 할께요... 사랑이 아닌 우정으로... 그러니... 나에게 냉정하게 대하지 말아 주세요..."

도현은 고개를 돌려
앞을 보며 말하고 있는 영한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서글서글한 눈매...
오똑한 콧날...
약간의 붉은기가 감도는 입술...
눈을 천천히 깜빡였다.

이 남자가 왜 모잘것 없는 날 좋아하는지...
나와는 모든 것이 다른 이 남자가...
나보다 훨씬 나은 이선생을 놔두고...

"영한씨... 이선생님은요? 그런 사이 아니었나요?"
"우린 어릴때 부터 친한 사이였어요... 소꿉친구... 저에게 연제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예요..."
영한이 큰눈을 천천히 감았다 떴다.
"그랬군요... 이선생님은 영한씨 좋아하는 것 같던데..."

도현은 차마 영한의 고백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두사람은 중요한 말을 요리조리 피하면서... 무의미한 대화를 했다.
깜깜한 밤...
벤취에 앉은 두사람의 대화가 길어지는 밤이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