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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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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회]


BY bluebird23 2001-01-19

제후는 머리가 지끗거리게 아파옴을 느끼며 눈을 떴다.
눈앞에는 도현과 가현이 수다를 떨며 아침을 먹고 있었다.
"언니.... 생일 축하해. 미역국 많이 먹어. 민서 오빠 없어서 마음도 허한데..."
"얜 일때문인데, 뭘..."
"대신 내가 올 저녁에 즐겁게 해줄께."
두자매의 수다를 떨며 아침을 먹는 모습을 기켜보았다.
입가에 다정한 미소가 어렸다.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 보았다.
이사할때와는 별로 달라진게 없군...
저기 커튼뒤로 동생의 침대가 놓인 것 빼곤...
도현의 침대옆에 놓인 액자에 눈이 갔다. 민서와의 사진들...
도현의 밝게 웃는 모습....
도현의 밝은 모습을 보자 제후의 얼굴에도 미소가 가득찼다.
어릴때의 도현...
참 맑은 아이였구나... 생각했던 데로...

가현이 나갔다.
가현이 도현과 인사를 하고 긴부츠를 신으면서 제후를 흘끗 쳐다보았다. 제후는 보지 못했지만...
도현이 가현을 배웅하고 뒤돌아 섰다.
제후가 깨어서 침대머리맡에 걸터 앉아 있었다.

"제후씨...
술이 많이 취했나 봐요...
이제 좀 괜찮으세요?"

제후는 어제 자신이 한 행동에 조금은 겸연쩍어 하면서

"누나... 오늘 생일이라면서요?
제가 좋은곳 구경시켜 드릴께요...
준비하고 계세요... 차가지고 올께요..."

제후는 도현의 말을 기다리지도 않고, 외투를 입고 바깥으로 나갔다.
제후는 도현에게 줄 목걸이를 사고 케익을 사서 도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도현의 부담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후는 게의치 않고 차를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시키며
빨리 나오라고 제촉했다.
잠시후 도현의 모습이 보였다.
제후는 재빨리 내려 조수석의 차 문을 열었다.
도현의 망설임을 애써 회피했다.

제후의 차는 인천으로 향했다.
바다를 보여주고 싶었다.
눈오는 바다를...

아무도 없는 넓은 백사장이 내려다 보이는 창넓은 커피숍에 자리를 잡았다.
제후가 준비해온 케익이 오고, 음악이 나왔다.

누나... 생일 축하해요...
도현은 가만히 웃는다.
도현의 까만 머리카락이 참 예쁘다고 느꼈다.
제후가 주머니에서 선물을 꺼냈다.
상자뚜껑을 열어서 목걸이를 도현의 목에 걸어주었다.
도현의 까만 머리까락 사이로 하얗고 긴 목이 드러났다.
도현은 가만히 있었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긴 침묵의 시간이 계속되었다.
제후가 더이상 기다리지 못하겠다는 투로 서둘러 도현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누나.....
두손으로 커피잔을 감싸고, 창밖의 눈오는 장면을 보며 가벼운 미소를 띠우고 있던 도현이 제후를 응시했다.

"누나...
나 누나 좋아하면 안되나요?
...아니 누나 좋아해요..."

도현은 말문이 막혔다.
"...저 사랑하는 사람있어요."
"알아요... 다 알아요... 하지만 저도 누나를 사랑해요... 제게도 기회를 주세요... 누나가 미치도록 좋은데... 제게도 기회를 주세요..."
제후는 도현의 말을 막았다.
도현은 뭔가 할말을 찾았다.
"제후씨... 그럴순 없어요. 전 그사람을 많이 기다렸고, 이제 겨우 만났어요. 제발 그러지 마세요...제후씬 매력이 많은 남자구, 전 또 나이가 많잖아요..."
도현이 달래듯이 말했다.
침묵의 시간이 흘렀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