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코트 깃을 세우게 하는 매서운 날씨가 계속되었다.
가현은 학교에 들렀다.
교수님도 뵐겸... 친구도 만날겸... 대학원 문제로....
앙상한 나무들 사이로 걷고 있는데, 누군가 뛰어가는 것을 발견했다. 점정색 목도리와 꾹 눌러 쓴 챙이 큰 모자뒤로 흘러 내린 긴 갈색 머리가 유난히 눈에 띄는...
"어.... 저기......."
뒤를 돌아보는 사람을 확인했다.
"아, 맞구나.... 제후오빠..... 안녕하세요?"
제후는 우연히 만난 가현이 반가웠다.
일이 바빠서 도현을 못 찾아서 무척 보고 싶었는데, 가현을 만나니, 도현의 얼굴이 떠올랐다.
두사람은 학교 자판기 앞에서 커피를 뽑아 들고 한참을 이야기 했다.
조용한 도현과는 많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도현은 한참을 같이 있어도 한마디도 하지 않는데...
가현은 이야기를 많이도 끌어내어 오히려 제후가 대답하는 입장이 되었다.
두사람은 그렇게 한참을 자판기가 있는 벽에 기대어 이야기를 하였다.
그날 저녁, 자매는 식탁에서 수다가 이어졌다.
"언니, 언니... 나 오늘 무슨 일 있었게?"
도현이 또 질문으로 시작하는 가현의 말에 어서 해보라는 듯이 기다리고 있는 표정을 보였다.
가현은 빙그레 웃으며,
"서가현이 사랑에 빠진 것 같애..."
"뭐? 정말?... 뭐하는 사람이니? 나이는 몇이니?"
"몰라... 암것두..."
가현은 새침한 표정으로 궁금해서 못견디겠다는 도현의 표정을 무시한채 밥을 먹고 있었다.
"스무고개..."
"또, 또, 또...."
도현은 가현의 버릇에 또 말려 들었다는 듯이 가현을 흘겨보았다.
"나이도 모르고, 직업도 모르고,... 뭐 그러니?"
"정말이야. 암 것두 몰라."
"그럼 아는 건 뭐니?"
"이름...그리고... 음... 얼굴."
"그럼... 혹시, 짝사랑?"
"응..."
아무렇지도 않게 남의 이야기 하듯이 성의 없이 대답하는 가현의 모습에 어이가 없었다.
도현은 심각하게 재차 다그쳐 질문을 했다.
가현은 조금 더 만나보고 이야기 해 주겠다고 말했다.
도현은 새침하게 밥만 먹어대는 가현을 걱정스럽게 쳐다보았다.
성격이 도전적이고 조금은 철없다는 생각이 들기에...
더더욱 남자는 사귀어 본적이 없는 동생이기에 더 걱정스러웠다.
크리스마스 이브...
세사람은 그들만의 작은 아파트에서 파티를 벌였다.
도현과 민서는 가현의 분주함에 미소를 잃지 않았다.
"두사람은 그렇게 좋아... 입이 귀밑까지 가겠어. 그러다간...."
도현과 민서는 마주보며 웃었다.
가현은 마지막으로 트리에 스위치를 켜고, 아이스크림 케익에 불을 붙이고 불을 껐다. 그리고 빨리 소원을 빌었다. 케익 녹으면 안된다고.....
민서오빠가 빨리 우리 형부가 되게 해주세요...
그리고, 가현이도 내년 크리스마스엔 홀로가 아니게 해주세요...
아버지 빨리 낫게 해주세요...
후.....
초를 다투는 가현의 행동에 두사람은 가만히 웃고만 있었다. 가현은 뛰어가서 방에 불을 켰다.
영한은 작은 창사이로 불이 꺼졌다가 켜지는 모습을 차안에서 가만히 올려다 보았다. 그리고, 차를 돌렸다.
크리스마스엔 함께 보내고 싶었는데... 라고 생각하면서...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