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제가 높은 어조로 민서를 불렀다.
"민서야! 왠일이니?"
"어... 연제가 여긴 왠일이니? 남자친구니?"
"응. 내가 늘 얘기하던.... 지독히도 말안듣는..."
연제는 행복한 미소를 보냈다.
민서는 영한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며 연제에게로 다가갔다.도현을 데리고 자신의 여자친구라고 소개하였다.
"서선생님이 너 여자친구라구?... 뜻밖인데..."
연제는 유치원에서 보고 또 만난 도현에게 반가운 웃음으로 맞았다. 연제는 어찌해야 할지 모른채 가만히 있었다.
영한은 두사람의 대화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만 도현에게 보이지 않던 손목의 시계와 가지런한 손가락에 낀 반지만이 크게 보일뿐....
연제가 도현을 인사시키려고 하자,
"도현씨, 알고 있어... 도현씨 아버지랑 나랑 아는 사이거든..."
연제의 두눈이 동그레 졌다. 도현은 소리없이 미소만 짓고 있었다.
민서와 도현은 가볍게 인사를 하고 자신의 동료가 있는 테이블로 자리를 옮겼다.
영한은 민서가 도현의 어깨를 살며시 잡으며 다정하게 걷는 모습에 참을수 없는 심한 질투심을 느꼈다. 그래서 곁눈으로 계속 쳐다보았다.
연제는 영한이 도현을 의식하고 있는 것을 보고도 애써 못 본채 하며 영한과의 시간을 보냈다.
모처럼 만난 자리인데도 영한의 시선이 자꾸만 도현에게로 가는 바람에 두사람의 만남은 엉망이 되고 말았다.
영한의 귀엔 도현과 민서의 웃음이 크게 메아리되어 울렸다. 연제는 애써 눈물이 나오는 걸 참으려 창밖을 보았다.
원하기만 하면 모든것을 가질수 있던 연제는 자신의 마음을 끝까지 몰라주는 영한이 야속했다.
두사람은 대화가 자주 끊어져서 어색하게 앉아있다 헤어졌다.
돌아오는 택시안에서 도현은 민서의 어깨에 살며시 기대었다. 두눈을 감고 민서의 스킨향과 민서의 숨쉬는 숨결을 음미했다. 민서가 숨쉴때마다 느껴지는 작은 움직임을....
민서는 자신의 코아래에 있는 도현의 머리카락에서 나는 샴푸향에, 도현이 숨쉴때 마다 느껴지는 어깨의 작은 들썩임을 느끼며 행복해했다.
두사람은 그렇게 한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이렇게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했다.
방학이 되었다. 그리고, 일본에서 가현이 돌아왔다.
가현은 공항에 마중나온 민서와 도현을 보고 가벼운 포옹으로 인사했다.
세사람은 작은 파티를 했다. 양초를 켜고, 와인을 준비하고, 케익을 사러 나가고...
식탁에는 준비가 다 되었다. 민서가 케익을 사가지고 왔다.
아이스크림 케익...
"어디까지 갔었니? 주위엔 가게가 없는데..."
"응... 옛날에 도현이랑 가현이 아이스크림 굉장히 좋아했잖아. 그 생각이 나서... 도현이는 딸기 아이스크림... 가현인 초코아이스크림... 여전하니? 아님..."
민서의 물음에 두사람의 얼굴엔 옛날을 회상하는 미소가 떠올랐다.
"오빤 여전해. 언니가 그렇게 좋아? 아직까지 그거 못잊는 거 보면..."
민서가 가현을 멋적게 쳐다보며 웃었다.
그래... 그렇게 좋았어...
그래서 하늘이 다시 우리를 이렇게 이어줬나봐...
다시는 헤어지지 않을께.... 다시는...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