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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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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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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BY bluebird23 2000-12-25

파도가 점점 거세어 지고 있었다. 영한은 뱃머리에 앉아서 거새어 지는 파도를 보며 멍하니 앉아있었다. 배에 탄 낚시꾼들은 저마다 갑자기 돌변한 날씨에 대해서 떠들어대고 있었다. 여행도중 몇번 본적이 있는 중년 사내가 다가와서 커피를 건냈다.
"오늘도 혼잔가?"
"예"
영한은 조금은 귀찮은 투로 내뱉듯이 대답했다.
중년사내는 영한의 그런 기분을 알아차렸는지 이내 일행들과 어울렸다.
영한은 따듯한 커피가 온몸에 퍼짐과 동시에 두눈에 뜨거운 눈물이 고였다. 영한은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하늘은 이내 퍼런색으로 변해있었다.
정말 폭풍이 오려나...
영한은 두눈을 꼭 감았다.

영한은 배에서 내려 일행들과 조금 떨어져 걸었다. 그리고 조용한 곳을 찾았다. 배에서 만난 중년사내는 영한의 행동을 주의깊게 살폈다. 영한은 그 눈길을 느끼며 거칠게 생긴 외모와는 달리 남을 배려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영한은 민박을 구해 숙소를 마련해놓고 바닷가로 나갔다. 이미 배들은 단단한 밧줄로 정박해 있었다. 한참을 걷다가 같이 배를 타고온 무리를 발견했다. 영한은 애써 외면하고 걸었다.

동수는 깊은 잠을 자지 못했다. 파도가 많이 거세어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때문이었다. 파도가 거친 소리를 내며 고요한 섬마을을 뒤흔들었다. 동수는 돌아누워 잠을 청하려고 할때 인심좋은 주인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봐요~"
"다들 주무세요?"
동수는 얼른 대답을 하고 문을 열었다.
바닷가에 사람이 있어요...
동수는 일행을 깨우고 얼른 바닷가로 향했다.
낮에 배에서 보았던 그 젊은이가 바위위에 서 있었다.
금방이라도 그 젊은이를 덮칠듯이 파도와 바람이 불고 있었다. 그 젊은이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바위에서 꼼짝않고 앉아있었다. 동수는 큰소리로 외쳤다.
"이봐. 빨리 내려와."
젊은이는 멍하니 동수를 바라보았다.
파도가 더 거세어지고 젊은이는 바위위에서 쓰러졌다.
동수는 재빨리 바위위로 올라가 젊은이를 업고 사람들과 방으로 왔다.
아침이 되었다.
어제의 폭풍은 거짓말처럼 개어져 사람들은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채비를 했다.
동수는 방한구석에 누워있는 젊은이를 물끄러미 내려다 보았다.


영한은 눈을 떴다.
어제의 일을 잊어버릴 수가 없다.
그렇게 찾아헤맸던 그 곳을 이제야 찾다니...
영한은 어릴때 외할머니와 놀던 그 바닷가를 이제야 찾았다. 그 바위위에서 소녀같이 순수하고 밝은 외할머니와 정겹게 노을을 바라보던 일을 잊을수가 없다.
영한의 아버지는 영한의 어머니와 한때는 그의 장모였던 영한의 외할머니를 잊고 산지 오래다.
그의 아버지의 그런 마음을 반항이라도 하듯 그는 열심히 그의 외가를 찾아헤맸다. 벌써 많은 시간을 찾아헤맸지만 결국에는 이렇게 찾고 말았다.
영한은 마음이 급했다. 외가를 찾아야 한다.
영한은 바깥으로 나왔다. 신발을 급하게 신고 민박집을 나섰다. 주인이 슬리퍼를 끌고 급하게 영한의 뒤를 ?았다.
"이봐요.. 괜찮아요? "
영한은 괜찮다는 뜻으로 주인에게 가볍게 목례를 했다. 그리고 영한은 가던길을 갔다.
주인은 멀어져가는 영한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영한은 어릴때 놀았던 20년전의 그 길의 기억을 더듬으며 다시 걸어갔다. 좁은 돌담길은 그대로 였지만 곳곳에 시멘을 발라 길을 포장해 놓았다. 영한의 두눈에 뜨거운 눈물이 그렁그렁 고이고 있었다. 영한과 그의 외할머니가 오손도손 노을을 등에 지고 걸어가며 이야기 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영한은 자신의 허리께로 오는 돌담에서 바다를 쳐다보았다.옛날에는 발뒤꿈치를 들고 바다를 보았는데...
바다는 하나도 변한게 없군...
영한은 외가를 찾았다. 그런데 집은 옛집이 아니고 개조된 집이었다. 그리고 그 넓었던 마당은 좁고 풀이 많이 나있었다. 마당가득 넓게 오징어와 생선을 말리고 있었다. 뒷모습만이 보이는 주인은 그가 찾고 있는 외할머니는 아니었다. 주인이 발소리를 듣고 돌아보았다.
주름이 깊은 중년 아주머니였다.
무슨일이신지...
아주머니는 영한을 보고 물었다.
영한은 전 주인의 행방을 물었다.
주인은 이사온지 10년쯤 됐고, 그 주인은 그 전에 돌아가셨다고 했다.
영한은 어깨에 힘이 쭉 빠졌다. 돌아가셨다니... 이렇게 찾아 헤맸는데...
무거운 발걸음으로 되돌아 영한의 민박집으로 향했다.
영한은 갑자기 홀로 임종을 맞았을 외할머니의 모습을 생각하자 두눈에 눈물이 고였다.
영한은 그 바위가 보이자 멍하니 서서 한동안 쳐다보고 있었다. 입술을 깨물었다. 괜히 화가났다. 화가 나서 참을수가 없었다. 털썩 주저앉아서 멍하니 수평선을 바라보았다.
불쌍한 외할머니에겐 하나밖에 없는 딸이었지만, 지독히도 불효를 한 어머니가 한없이 미웠다.
아, 외할머니...

출조에서 돌아오는 동수는 멀리 갯벌에 멍하니 앉아있는 영한을 발견했다. 그리고 일행들과 함께 영한을 지나쳤다.
동수는 영한을 바라보지 않고 무심한 말투로 말했다.
"젊은이가 무슨 사연이 있는진 모르겠지만, 어제같은 날씨엔 조심해야지... 잘못하다간 파도에 휩쓸릴수도 있어..."
영한은 멀어져가는 동수를 바라보았다. 동수와 일행은 긴 그림자를 뒤로하고 두런두런 이야기 하며 걸어가고 있었다. 영한은 짐을 꾸렸다. 그리고 동수가 묵고 있는 민박집으로 향했다.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