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에요..나영씨."
간단한 인사를 마친 승우가 나를 보고 웃었다.. 그리고 윤호에게서 금비를 안았고, 다른 고등학교 동창들로부터
"승우가 더 애 아빠같다.. 윤호는 영 솜씨가 서투르다.."
는 평을 들었다.
능숙하게 금비를 안은 승우는 그가 나를 위해 가져왔다던 야생화에게로 다가갔다. 우리에게는 애시당초 아무일도 없었던 것만 같다. 승우가 사이버의 이 나영에게 했던 그 고백도, 그리고 베스트 프렌드 윤호의 아내인 나에게 그의 섣부른 감정을 들킨후 가슴 아파하며 헤매었으리라 추정되는 한달여간의 방황의 시간들도 모두 꿈속의 일인듯 아득해졌다.
나는 승우에게로 다가갔다.
"금비 이리 주세요."
나는 승우에게로 팔을 벌려 잠든 금비를 받아 안으려 했다.
"잠이 잘 들었는데 깨우면 안되잖아요.. 제가 눕힐게요.. 어디죠? 금비방이.."
아직은 침대와 보행기 한 대, 그리고 하얀색 서랍장 하나가 제 세간의 전부여서 쓸쓸한 금비방으로 우리 둘이 들어섰다.
능숙한 솜씨로 금비를 침대에 눕히고, 따뜻한 가슴에서 내려앉은 금비가 으앙 하고 울음을 터뜨리자 그는 침대에 아무렇게나 나뒹구는 노리개 젖꼭지를 주워 아이의 입을 막았다. 그리고 작은 가슴을 토닥여 주었다. 아이는 이내 다시 깊은 잠으로 빠져 들었다.
"미안했어요.."
그가 말을 했다...
꿈이 아니었구나... 생각이 퍼뜩 들었다.
"괜찮아요..."
하고 말하려는데 목이 메었다..
그를 안아주고 싶다...
그의 손을 잡아 주고 싶다...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그리고 앞으로 우리에게 일어날 일도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하지만
하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