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아..
어제는 친구집에 갔었어...
내가 한 번 말했던가.. 너와 이름이 같다던 그 친구의 아내가 있는 집..
난 어제 작은 화분 하나를 들고 갔었는데...
그녀에게 전해주지 못했어..
매발톱 이라는 이름의 야생화지..
근데...
망설이다가 그냥 집 대문 앞에 두고왔어...
왜 그랬냐구?
매발톱이라는 꽃에 대해서 알아?
야생화라는 것이 다 그렇겠지만 이름없는 들꽃이었는데... 어느날 우연히 그 꽃은 매스컴을 타게 되었고 그 이후로 사람들이 그 꽃의 존재를 알자 그 꽃은 많은 사람들에게 각광을 받게 되었지.. 이제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그 꽃을 알게 되었을걸...
그러나 아무나 쉽게 그 아름다움을 찾아낼수 없는 꽃...
하지만..
누군가가 그 아름다움을 찾아낸뒤에는 많은 사람들이 너도 나도 그 가치를 인정해 주었던 꽃.....
그것이 그녀가 아니었을까???
만약 내가 내 친구녀석의 약혼녀가 아닌 그녀를 만났더라면, 아직은 혼자인 몸의 그녀를 만났더래도 나는 그녀의 아름다움을 단박에 알아차렸을까... 물론 아니었겠지.. 주인을 가진 그녀.. 그 임자가 있는 사람으로서 지닐수 있는 그 정숙함과 단아함.. 그리고 소박함.. 가식이 없는 소탈한 말투, 하지만 사람을 꼼짝하지 못하게 묶어놓는 그 신비한 눈빛.. 그것이 나를 매료시켰던 게 아닐까?
어쨌든 그 친구녀석은 정말이지 운좋은 놈이야.. 그런 마누라를 얻게되었으니.."
승우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윤호를 만나기전에 승우를 만났더라면.. 하는 부질없는 생각이 그 "프렌치 키스"에서 승우를 처음 만난 이후 수도 없이 들었었다. 하지만.. 그렇다.. 만약 윤호가 옆에 없이 승우를 만났더라면.. 어쩌면 승우는 나에게 감정을 품게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서른이 다 되도록 변변한 남자 하나 없이 주위사람들을 걱정시키던 내게 갑자기 두개의 사랑이 시기를 같이하여 찾아오다니...
승우를 생각하니 눈물이 솟는다...
금방이라도 그에게 달려가고 싶다...
그에게
내가 나라고 말하고 싶다...
당신을 사랑한다고....
제발 나를 사랑해달라고 말하고 싶다..
쓰지만 달콤한 초콜렛과도 같은
시지만 달콤한 오렌지와도 같은
사랑은 나를 놓아주기는 커녕 나를 더욱더 깊이 빠져들게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윤호를 생각해도 마찬가지였다...
그 때 벨이 울렸다...
딩동...
윤호가 들어서며 무언가를 내게 내민다..
"이거 봐, 꽃이야...요 아래 현관으로 들어오는데 놓여져 있더라.. 누가 잃어버린 것인가... 근데.. 예뻐서 가지고 왔어..니가 좋아할거 같아서.."
매발톱이다...
승우가 놓고 갔다던....
매발톱을 받아 들고.. 나는 그 자리에 잠자코 서 있었다...
"그 꽃 이름이 뭘까? 당신 혹시 알아?"
윤호가 나를 돌아보았다....
김 승 우.... 세 글자가 내 머릿속에 선연하게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