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오후 병원으로 나간 남편은 전화를 주었다.
"당신... 말야... 내가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 승우에게서 전화가 왔어. 오늘 만나자고 하더군.. 승우 알지? 당신....근데 금비도 있고.. 금비 혼자서 보는거 당신 별로잖아. 그래서 내가 오늘 우리집에 가서 저녁도 하고 술도 한 잔 하자고 했어... 괜 찮 을 까?"
남편은 조용히 물었다..
예전같으면.. 아니 요즘이라도 다른 사람 같으면 흔쾌히 승락을 하였을텐데... 갑자기 조바심이 났다.. 하지만.. 이내 남편이 사실을 모른다는 생각이 앞서자.. 승우를 만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승우가 비록 나의 실체를 모른다 할지라도, 베스트 프렌드 윤호의 아내로 그에게 머물러 있다고 할지라도 나는 그가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그렇게 해.. 당연히 오케이지.. 승우씨가 누구야? 당신 죽고 못사는 베스트 프렌드 아냐?"
"그래.. 고마워...그럼 있다가 봐.. 내 일곱시 쯤 들어갈게..승우한테도 그리로 바로 오라고 할게."
"늦지 않게 들어와야 해. 승우씨랑 단둘이만 있으면 얼마나 어색하겠어?"
나는 교묘하게 나의 죄를 은닉하고 있었다.
수화기를 내려놓자 마음이 공중에 뜬 것처럼 부풀어 올랐다. 정신은 산만해졌다. 거울앞에 다가섰다. 몸도 마음도 부시시하였다. 하지만 우선 집안 청소를 시작했다. 곤히 자는 아이를 깨워 가면서까지 집요하게 청소와 요리에 매달렸다. 육아를 핑계로 집안일을 소홀히하는 여자라는 인상.. 그래서 게으르고 부실하다는 인상을 그에게 주고 싶지 않았다.
청소가 끝나자.. 요리를 시작했다.
그럴싸한 요리를 차리기 보다는 소박한 밥상을 준비했다. 김치 찌개와 고등어 구이, 그리고 호박전, 계란찜, 그리고 콩자반과 쥐포조림, 시금치 무침 등의 밑반찬들이 냉장고 깊은 곳에서 기어나왔다. 남편의 친구를 대접하는 정성스런 상이 마련되어졌다. 그리고 술안주도 준비가 되었다.
샤워를 하고 단장을 끝낸뒤 아이를 얼마전 선물 받은 노랑 우주복으로 단장시키고나자 벨이 울렸다.
승우일까?
아니면 윤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