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647

[제8회]


BY 흥행작가 2000-12-13

승우에게서 답장이 왔다...
그의 편지에는 듣고 싶어하던 답이 들어있었다...

"우리 친구 하기로 합시다.
저도 외롭던 판이거든요...
어떻게 친구해 드리면 되겠습니까???
시키시는대로 합지요.. 하하
근데 댁은 뭐하시는 분이신가요???
이름두요....
실례가 아니라면 알고 싶군요..."

-------------------------------------------------

"전....
작가 지망생이에요...
대학을 졸업한 지 2년이 지났죠...
그냥 이렇게 메일을 주고 받는 게 아주 좋아요...

아 참.. 그리고, 애인은 있으신가요???"

-------------------------------------------------

"애인요?
만약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더라면 당신의 친구가 되어드리지 못했을 겁니다.. 전 그 정도의 의리와 식견은 갖춘 사람이거든요...
당신은요? 혹시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신가요?"

-------------------------------------------------

"사랑하는 사람이라...
참으로 많아요...

전...
우선 부모님을 사랑하구요...
그리고... 그 외 나의 피붙이들과....
나를 진심으로 아껴주는 많은 이들을 내 몸같이 사랑하죠...

그리고..
길가에 핀 이름없는 들풀 하나하나까지도 사랑할려고 애쓰는걸요...

후후"

------------------------------------------------

"그렇군요...당신은 그런 사람이군요....
그럼 당신의 첫사랑이라는 그 안 승 우 라는 분에 대해 제가 알고 싶어해도 되는겁니까??"

-------------------------------------------------

"안 승 우 라~~~~~~~~~~~~

그 이름, 참으로 오랜만이로군요...

그 사람을 분이라고 칭하는 건 참으로 생소하군요...

그는 고등학생이에요.. 내 기억속에는 영원히...
우린 고등학교 시절 미팅에서 만났지요...
그리고...
우린 그 이후로 딱 두 번을 만났어요...

우리학교 종합전에 나를 위해 분홍장미 한 송이를 사다 날랐지요.. 그는...

그리고...
그가 나의 손바닥에 적어준 전화번호로 제가 전화를 걸었던 것이 두번째 만남으로 이어졌죠...

그리고 그 두번째 만남 이후, 우리는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했죠...
하지만..."

-----------------------------------------------

"하지만.. 뭡니까?"

------------------------------------------------

"하지만... 그 애와 난 참으로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어요...
전 그런 사람을 찾고 있어요....
나와 공통된 가치관뿐 아니라...
나와 공통된 기호까지 가진 사람요..."

-------------------------------------------------

"그렇습니까??"

-------------------------------------------------

"우리 말 트기로 할까요????
승우씨는 나이가 몇이지요???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참고로 전 스물일곱이에요..."

-------------------------------------------------

"전 서른 둘입니다..
그러니까...
제가 오빠가 되는 셈이군요....
그렇게 불러주시겠습니까??
오 빠 라고.....
저한테는 여동생이 없어서요.....
그런 호칭은 아주 생소합니다만...."

------------------------------------------------

"오빠...."

그를 오빠라고 부르자 경쾌한 느낌이 난다..
그리고 남편을 처음으로 오빠라고 부르던 때가 생각이 난다..
우리가 선을 보고 두번째 만남을 가지던 날.. 나는 덥석 그의 팔짱을 꼈다..
그리고는 '우리 이제 말 놓을까??' 하고 불쑥 말을 놔버렸다... 그러자.. 당황한 남편은 머쓱해하며.. '그럼.. 나는 나영씨를 어떻게 불러드려야 하는겁니까???? 나영씨는 나를 어떻게 부르고요??' 하고 물었었다... '나영아.. 하고 불러주세요..' 그럼 전 '왜요.. 오빠.. 하고 대답하겠죠....'이랬었다..우리의 다정한 오누이관계는 그로부터 한달간.. 그리고 공식석상에서는 결혼 후 몇달간까지 지속되었다.. 하지만.. 오누이관계를 맺은 후 한달뒤.. 나는 그에게 앞으로는 이름을 부르겠노라고 선포해버렸다.. 다른 여선생들이 부르는 그 이름을 아내인 내가 못 부를 이유가 없다는 게 내 입장이었다... 그런데.. 이제 나에게 오빠가 하나 다시 생겨난 것이다..

"오빠라고 부르니까...
아주 좋으네...."

------------------------------------------------

"그래?
근데 나는 아직 너의 이름을 모르는군...."

-------------------------------------------------

이름이라....나는 순간 꼭지가 돌만큼 당황해 버리고 말았다... 밤낮을 꼬박 생각했지만...그럴싸한 이름을 생각해내지 못했다...그냥.. 내 이름을 써도 들킬리는 만무하다는데에 결론을 보았다.. 나영이란 이름도 그리고 나의 성도 참으로 흔하기 때문이었다.. 김승우라는 이름이 그러한 것처럼...

"이 나 영이야.. 내 이름은...."

나는 그에게 이렇게 편지를 띄우고 말았다...얼른 후회했지만.. 이미 "편지가 발송되었습니다..'라는 메세지가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