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저를 아시나요?
저를 아시는 분이라면 정체를 밝혀 주세요...
장난은 사절입니다..
하하"
메일로 전해오는 그의 목소리는 사뭇 경쾌하고도 다정했다...
메일은 이렇게 이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저를 모르시는 분이시라면...
저의 메일 주소를 얻게 된 경위를 밝혀주세요...
그리고 아 참...
미 혼 이신가요?"
그는 이렇게 묻고 있었다...
후자의 경우에 속하는 두가지 질문, 어느것에도 정직한 답을 할 수가 없었다.
결혼 후 처음으로...나는 내가 만일 미혼이었다면...하는 부질없는 생각에 노출되었다...
선을 보았던 날의 기억으로 돌아간다...
남편은 헤어진 넥타이와 낡아버린 구두를 신고...
선을 보러 나왔었다...
선을 보기 위해 일부러 소라색의 나풀거리는 원피스를 맞춰 입었던 나와는 대조적이었었다...
그가.. 참으로 드문 자리에 구멍이 난 구두를 내게 드러내 보이며.. 해맑은 웃음을 지어 보였을 때.. 나는 그가 나의 평생의 반려라 생각했었다...
이렇게 매사가 수월한 사람...
이렇게 매사가 투명한 사람...
그런데....
지금..문득.. 김승우의 존재가 나타나다니...
나는 남편을 의식했다..
인근 카센타로 나간 남편은 머지않아 돌아올것이다..
그리고 잠든지 두시간이 넘는 아이도 조만간 잠에서 깨어 보챌 것이다.
서둘러 편지쓰기 버튼을 눌렀다..
"제가 댁의 메일 주소를 얻게 된 경위요?
꼭 아셔야 하나요?
제가 회원 등록을 하려던 중...
sungwoo라는 아이디의 주인이 이미 있다고 하더군요...
저의 첫 사랑의 이름도 승우였거든요...
안 승 우....
그래서 저도 그 아이디를 쓸까 생각중이었거든요...
그런데 이미 주인이 있다는 메세지가 뜨자 묘한 호기심이 발동하더군요...혹시.. 님이 안승우라는 그 인간이 아닌가.. 하구요...
그런가요???
만약 아니시라면...
간략하게 저의 소개를 드리지요..
제가 미혼이냐구요?
그 래 요...
전 미혼입니다...
그냥 친구가 필요해서요...
싫으시다면.. 상관없어요...
어쩌면.. 그게 더 나을지도 모르지요....
그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