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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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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BY 흥행작가 2000-12-05

그를 처음으로 만났던 것은 장마비가 추적추적 쏟아지는, 결혼을 앞둔 어느 초여름날이었다...

남편은 자신의 베스트 프렌드를 소개시켜줄테니.. 회사가 마치는대로 우리가 잘 가는 "프렌치 키스" 라는 이름의 까페로 나오라고 당부하였다...

친구들은 모두 결혼전에 남편의 친구를 매일 한 팀씩 조를 짜서 석달 열흘간 만났다는 허풍을 내게 떨어댔다... 그리고 미래의 아내에게 친구라곤 소개를 안시켜주는 남편의 심리를 세가지로 분석해내곤 하였다..

첫번째는.. 신부감이 영 부족해서 남한테 내세우기가 부끄럽다..
두번째는..자기 와이프 될 사람이랑 친구가 바람이 날것을 두려워한다.
그리고 세번째는.. 아예 성질이 하도 이상해 소개해줄래야 해줄 친구가 한 명도 없다..

우리의 연애역사를 꿰고 있던 친구들은 신랑의 인품으로 미루어짐작컨데.. 아마도 우리는 첫번째 경우에 해당할 것이라고 친구들은 떠들어댔었다...

그런 와중에...남편이 불쑥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그리고 오늘의 약속이 잡힌 것이다..

친구들의 얘기도 있고해서 남편의 얼굴이 깍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하는 꼬리를 달고 제법 멋을 내었지만..바깥의 비로 인해 머리는 죽어 있었고.. 옷은 온통 여기저기에서 튀긴 물방울 천지였다..

내가 까페로 들어서자.. 남편이 불렀다...
"여기야.. 나영아.."

종업원이 친절하게도 비에 젖은 나의 우산을 물이 흥건한 내 손에서 낚아채어갔다... 그리로 천천히 걸어갔다...한 치도 허술하게 보여서는 안된다는 부담감이 내 마음을 온통 지배하고 있었다...

맥주 서너병이 비워진 테이블... 이미 분위기가 알맞게 무르익은 그 자리에 한치의 어색함도 없이 자연스럽게 동화되어 있던 한 훤칠한 사내가 일어났다..
"안녕하세요... 윤호 친구 김 승 우라고 합니다. 나영씨 어서와요...윤호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요... 말씀만으로도 참 좋으신 분 같았는데..이렇게 직접 뵈니까... 정말 더더욱 그런것 같네요.."

그가 조금의 가식도 없어보이는 달변을 이어나가자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그의 키는 앉아있을 때보다 훨씬 커 보였다.. 다리가 길어서인것 같았다..

할 말을 잃고 서 있던 내게.. 남편보다 더 먼저 그가 말을 이어나갔다..
"우리 악수나 한 번 할까요?? 우리, 나영씨, 나,윤호랑 이렇게 셋이 정말 좋은 친구가 되기로 해요.. "
하고 그가 나의 손을 덥썩 잡았다....

"손이 젖어서요..."
하고 그 때, 당황스럽게 손을 빼내었던 것 같다...

남편은 안으로 댕겨앉고 자신의 자리를 내어 주었다...
그리고 나의 허리를 가볍게 안았다...
전에 없던 행동이었다... 친구의 등장에.. 그리고 친구의 달변에 다소 부담을 느낀듯 한 행동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