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땐 너무 어렸었나보다.
벌써 커버린 나의 아이들을 보면서
아주 가끔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십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그때의 순수했던 감정과
그리고 그때를 다시 한번 그려봅니다.
지금의 사랑에 만족스럽지 못해서가 아니라
내게 처음이었던 그 사랑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어서 입니다.
무슨 일인지 상호와 그렇게 통화를 끊고 나서
두 볼에 눈물이 흘렀다.
바보같이...
'내가 왜 그런 놈 때문에 울어야 하지?'
'수정아. 이럴때일수록 더 강해져야돼.'
'무슨일인지몰라도 신경쓰지만...언제부터 상호가
내 인생안에 들어와있었는데? 원래 없는 사람이야.
그러니까 생각하지마. 상호는 그냥 상호일뿐이야.'
별일도 아니었지만 난 수없이 다짐을 했다.
내 주변에서도 상호를 본 사람들은 모두
상호와 나의 만남을 반대했다.
나의 친한 친구들 조차도...
그리고 귀가 얇은 난 그런 소리에 아주 가끔은
상호의 눈빛이 사악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내게 크게 작용을 했다.
사랑이라는 것은 당사자들의 문제이고
서로가 좋으면 그만이라지만 어떤 때는
객관적인 판단이 더 정확하기에 난 그들의
말을 귀담아 듣게 되었고,
그때부터인가보다 상호에 대한 내 의심이 커지기 시작한것이...
상호와 난 주말엔 만나본적이 없다.
왜 그럴까? 보통의 연인들이라면 주말에 즐겁게
만나고 놀고 할텐데...
그리고 상호와 난 웃으보다는 심각한 분위기가 더욱 많았다.
왜 이다지도 세상은 힘들고 고통스러운 건지...
나이가 먹고 시간이 지나면 다 잊혀지고 말것을
왜 그때는 그토록 힘겹게만 느껴졌던 건지...
"상호야. 나 수정이"
"어~~음.."
"뭐하니?"
"잤어."
"잤다구. 넌 맨날 잠만 자냐?"
"아~야. 정말 피곤하다. 어디야?"
"응. 가게야."
"또 일하냐?"
"그럼 뭐하냐?"
"그래그래... 열심히 일이나 해라."
"그래 알았다. 뭐 하나 해서 전화했어.
피곤한게 본데 계속 자라"
"응. 그래. 내가 내일 전화할께."
"그래. 알았어. 안녕."
어느 순간부터 상호와 나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있었다.
아마도 처음부터 있었던 벽을 이제서야
느낀 것일까?
서로에게 더 이상 단절된 체 얘기조차 오가지 않는
그러 사이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우린 하루가 멀다고 싸움을 했다.
사소한 일에 말다툼...
상호는 그런 내게 책임이 있다고 했다.
내가 말꼬리를 잡고 늘어진다나?
주위 친구들은 마치 우리 둘이
10년쯤 산 부부처럼 싸운다고들 했다.
주변의 계속된 그런 얘기들로 난 혼란스러웠다.
혼란스러워할 것도 없는 일인지 모르지만
주변의 얘기와 내게 비춰지는 상호의 모습은
나를 너무나 실망시켰고
나의 그런 마음은 나를 상호에게 더욱
집착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