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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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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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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BY 윤현미 2000-12-22

나쁜 놈... 그 당시에는 아무런
느낌조차 없었지만...
나의 첫사랑을 이런 식으로 망친...
그 나쁜 놈...

상호외 헤어진 후 일기장에 적혀있던
나의 메모쪽지였다.


"수정아~~~!"
"응"
"6만원 줘야지"
"응. 그래..."
"내가 이따가 전화할께."

그것이 전부였다.
내게 그냥 돈만 빌려서 가지고 가고
그는 유유히 사라졌다.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속으로 물론 아쉬운 맘이 가득했다.

'치. 그래도 만났는데...
얘기도 못하고 그냥 이러고 마네...'

집으로 그냥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마음이 그리 편치만은 않았다.

며칠이 지났다.
상호가 고민이 있다며 우리 집 앞으로 왔다.

"무슨 일인데?"
"아니. 그냥. 짜증 나서 그런다..."
집에서 하는 가게에서 일하다가 말고 나와서 상호를 만났다.
"수정아. 나 술 한잔만 사주라"
"술?!"
"그래. 왜 사주기 싫으냐?"
"또 무슨 소리야. 나 지금 술마시면 혼나는데..."
"그래. 그럼 넌 마시지 말고 나나 사줘"
"휴~그래."
집앞에 있는 작은 치킨집으로 향했다.
이상하게도 상호는 그런 곳을 좋아했다.
젊은 친구 답지 않게 시끌벅적한 곳 보다는
투다리 같은 곳을 좋아했었다. 이상하게도...
상호의 고민은 항상 일정했었던 것 같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거의 그 고민이 그 고민인 수준...
상호가 내게 정말로 원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잘은 모르겠다. 아직까지도....

상호의 고민인지 ??두리인지를 들어주고 나서
며칠이 지났다.

터미널 앞에서 친구와 술을 마셨다.
그날은 또 동창회들끼리 간소하게 저녁을 먹기로 한 날이었다.
물론 난 그 무리에 속하지 않았지만...
상호는 그 곳에 가기로 했었던 것 같다.
나 역시 맥주 1000cc를 마시고 나니
얼큰하게 취한 상태였다.
상호에게 전화를 했다.
"상호야. 응. 나 수정이. 너 어디야?"
"지금 내려가는 길이지. 너 어디니. 친구랑 마시고 있니?"
"응. 너 올수 있니?"
"거기 어딘데?"
"터미널이야. 터미널에 리챠드 있는데 알지. 그쪽 골목에
칸 있잖아. 거기야."
"야. 나 안갈래."
"왜?"
"그냥 나 터미널 쪽은 가기 싫어."
"그래. 그럼 관둬라."
하지만 속은 상했었다. 기분이 너무 나빴다.
상호에게 문자 메세지를 보냈다.
'어쩜 남자친구라는 애가 이럴수 있니?
물론 내가 가야하는 곳에 네가 항상 있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솔직히 좀 기분이 나쁘다.'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더 이상 그 자리에 앉아있고 싶지도 않았다.
"진화야. 우리 그만 집에 가자. 기분이 쫌 꿀꿀해서..."
"휴~~그래. 알았다. 신경쓰지마라"
"신경안쓰지 당연하지..."
"원래 그런 사람이 있다고 해야지.걔도 기분이 좀 별로인가보지 뭐
갈때 조심해서 들어가고 알았지. 연락할께..."
추웠다. 마음도 추웠고 옷속으로 차고드는 겨울의 찬 밤바람도
그리고 길가의 연인들을 쳐다보는 내 마음도 추웠다.
다시 상호에게 전화를 했다.

집에 가는 길에 지선이를 만났다.
"야. 수정아. 너 아직도 상호 만나니?"
"아니. 왜?!"
"야 너 걔 만나지마라. 개 오늘도 우리랑 약속했는데
또 펑크냈다. 개 한두번이 아니야.무슨 애가 이렇게
신용이 없는지. 그리고 개 하는 말 모두 거짓말 같다고
다들 그러더라. 진짜 다행이다."
"으~~응. 그래... 알았어..."
"집에 가는 길이야?"
"응"
"그래. 조심해서 잘 가고 언제 만나자..."

"야. 나 할말있어"
"뭔데"
"나 너한테 어떤 존재니?"
"나 지금 전화 받을 상황 아니거든 내일 통화하자"
"치~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