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사랑하면서
아주 가끔은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느낍니다.
사랑이란....
사랑이란......
외로운 사람들이 만들어 낸
허구에 지나지 않는
그런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사랑을 하면서도 그런 생각을 합니다.
"야. 우리 어디로 갈까?"
"그냥 아무데나 가도 되는데"
"그래"
"...."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전통찻집으로 향했다.
'나이도 어린게 전통찻집? 나야 좋긴하지만...'
우린 그 찻집안에서
푸른 녹잎향이 나는 따뜻한 녹차를 마시면서
얘기를 했다.
얘기를 했다라기 보다는
상호의 얘기를 일방적으로 들어주는 정도였다.
"난 솔직히 네가 좋다."
"....."
"왜 그런줄 아니?"
"아니. 몰라."
"나 솔직히 이런 쪽 일 하다보면 지저분한 여자들
많이 본다. 그런 거 보면서 여자는 조신하고
얌전해야 한다는 걸 진짜 많이 느꼈다.
그래서, 동창회 갔었다가 너 처음 봤는데.
얌전히 앉아 있는 모습보니까
진짜 내가 찾던 사람이다라고 확신이 들더라.
그래서 너한테 이렇게 얘기하는거야...
아~ 쑥스럽다."
"나 근데 말도 많도 무지하게 잘 떠들어.
그때는 아이들한테 적응이 안되서 그렇게 조용히 있었던
건데..."
"아니야. 친한 사람들하고 말 많은거야 당연한 거고..
그래서 내가 이렇게 얘기하는 건.
너보고 지금 당장 확답을 내리라는 게 아니고
시간이 좀 지나서 답을 줘도 되는 거니까.
야. 부담 스럽냐?"
"응. 좀 그렇네."
"네가 부담 가지면 내가 이런 말 한거 창피하잖아"
"아니 내가 말하는 부담이라는 뜻은
그냥 누군가가 날 좋아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지
너라는 부담감이 아니야. 신경쓰지마"
솔직히 난 그때 무척이나 외로웠다.
항상 외로웠었지만 유독 그때는 더 외롭게 느껴졌다.
상호의 그런 말에
난 그냥 순순히 그의 마음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무엇보다도
여자들에게는 있는 모성애였다.
상호가 안 되보였었다.
사람들과 결코 쉽게 친해질수 없는 직업으로 인한...
"난 진짜 힘든게. 너 무슨 일하니하고 물어서
연예인 매니저데요. 그러면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 줄아니?"
"글쎄."
"날 대할때 거리감 있게 대해. 이상하게 쳐다보는 사람도 있고.
하여간 좀 힘들어. 그래서 어디가서 직업이 뭐냐고 물으면
그냥 백수라고 해. 아니면 그냥 회사다닌다고 하던가"
상호의 그런말이 참 안쓰럽게 느껴졌다. 자신의 직업조차 그렇게
떳떳하게 말할수 도 없고...
그래서 난 그 뒤로 상호에게 그의 직업에 관한 사소한 얘기조차
묻지 않았다. 어떤 연예인인지, 어떤 매니저 인지 조차 등의
그런 사소한 얘기조차...
상호가 힘들어 할까봐...
일요일날 그러니까 우리가 처음으로 만난 날...
상호는 내게 여러가지 말들을 해줬다.
자긴 빨리 결혼하고 싶다는 얘기며,
뭐가 하고 싶은지. 등의 그런 많은 얘기들...
그 후로 그런 많은 얘기들이 오간적이 없을 정도로...
월요일이었다.
출근해서 자리에 앉아있었다. 어젯밤의 상호의 그런 말로
많은 생각을 했다. 어떤 대답을 해야할지 등의 그런 고민들...
아침 8시 10분쯤이 되었을때인가보다.
상호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어. 나 상호야."
"응 그래 안녕"
"어제 잘 잤냐?"
"그럼 잘 잤지"
"거짓말 하지 말아라. 너 어제 고민안했냐?"
"고민? 솔직히 했지"
"어떻게 했는데?"
"글쎄. 난 속전속결이 좋거든. 뜸들이는 거 싫어.
답답하잖아.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으으으.....응"
"그래 뭔 말이야?"
"좋다고!"
"응?"
"좋다고. 너랑 사귀는 거 좋다고. 이제 됐지?!"
"야. 그럼 진짜 너라 나랑 사귀는 거야?"
"응"
"야~~~"
"왜?!"
"좋아서 그렇지."
"어디니?"
"나 이제 서울에 올라갈려구"
"그래. 피곤하겠다."
"아니 괜찮아. 아침 먹었어?"
"아니"
"야 밥은 꼭 먹고 다녀라"
"그래 알았어"
"이따가 내가 전화할께."
"응 그래."
"조심해서 올라가고"
"응 그래 안녕."
상호의 그런 반응. 그렇게 좋아했었는데...
이젠 지난 과거에 불과하니...
지금에 와서야-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나서야
다시금 새록새록 기억이 나는 건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