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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0회 ]


BY noma 2000-12-12

10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흘렀을까? 잘해낼수 있을까 늘 걱정하고 결심하고 그렇게 생활하는동안 새해를 맞았다.
이제 민우는 처음의 느낌과 다르게 아이같은 모습을 찾아가고 있었다.
늘 어른스럽게 혼자 해결하려하고 참아내던 아이를 좀더 버릇없는 아이로 만들어버린데는 그녀의 오빠도 한몫했다.
아이를 좋아하는 오빠는 어느새 민우와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 우정을 쌓아가고 있었고 어쩌면 아빠인 현수 보다도 그녀의 오빠를 따르는 민우를 보면 기분이 착잡했다.
현수는 결혼생활에 충실하려고 애쓰는 중이었다.
바쁜 회사일에도 그녀가 민우나 자신을 위해 요구하는 일에 맞춰주려 노력했고 그녀가 자신의 일이나 집안일에 부담을 느끼지 않게 하려고 최대한 배려했지만 무언가 빠진듯한 그의 노력이 오히려 그녀를 쓸쓸하게 만들었다.
그녀를 집안에 매어두려하고 좀더 자신에게 신경써달라 요구하고 조금은 지나친 열정으로 그녀를 힘들게 해주었으면 하고 바라는건 지나친 욕심일까.


새해가 되면서 그녀는 책방을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제 곧 민우도 학교에 들어가면 더 신경 쓸일도 많아질것이고 언니에게 더 이상 민우일이나 책방일로 부담을 주기도 미안했고 더 큰 이유는 그녀가 엄마노릇 아내의 역할만을 충실히 하고 싶은 이유였다.
현수는 그녀의 결심이 확고하다는걸 느꼈는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가끔 그녀는 현수에게 스치는 우울한 그림자와의 싸움에서 자신이 설자리를 지킬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지곤했다.
여전히 민우는 한달에 한두번 정도를 외할머니와 만나야했고 그럴때마다 자신이 공들인 아이와의 친밀한 관계가 무너질까 두려웠으며 실제로 할머니를 만나고 온후의 민우는 다시 예전에 자신이 쳐놓은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 며칠씩 그녀를 애먹이기도 했다.
그일로 인해 한번은 그녀가 현수에게 민우가 계속 외할머니와 만나야 하는지를 물었다가 그녀에게 돌아온 그의 차가운 반응에 할말을 잃었었다.
그는 그녀의 생각이 아주 이기적이며 자기가 배려하는만큼 그녀도 그렇게 해주기를 바라는 말투에 그녀는 매우 서글프고 외로웠다.


오랜만에 그녀는 동윤의 방문을 받았다.
책방문을 열고 들어서는 동윤의 모습을 보는순간 이젠 예전과 같은 반가움으로 그를 맞을 수 있었다.
[ 웬일이야? ... 이렇게 늦은 시간에 ]
[ 재원이한테 좀 볼일이 있어서 왔다가는 길이야... 잘 지냈어? ]
[ 응 ... 오빠는? ]
[ 괜찮아...재밌는 일이 없어서 좀 지루하긴 하지만 ... 근데 이렇게 늦게까지 일하면 현수가 뭐라 안해? ]
[ 그동안 언니랑 교대로 했는데 이제 그만둘려구. 언니한테두 미안하구 민우도 학교 가야 하니까 ]
[ ... 아이는 잘...해? ]
[ 응. 좋아 ...나보다 울 오빠를 더 좋아하는 것 같지만 ]
[... 재원이가 너 생각하는거 보면 정말 눈물겹다. 그게 다 너 위해서 그런거 아냐? ...너 때문에 많이 힘들고 괴로워했었는데... 학교 다닐때도 너 잘못 될까봐 부모님한테 나중에 면목없을까봐 얼마나 전전긍긍했는지 너 모르지? ... 그러니까 너 재원이한테 잘해 ]
[ ...오빠가 그랬어? ]
그녀와 현수에겐 아직까지 마음이 풀리지 않은 듯 껄끄럽게 대하면서도 민우에게 만큼은 다정하게 구는걸 그저 아이를 워낙 좋아하니까라며  다행으로만 생각하다가 이제서야 그녀에 대한 배려였음을 깨닫자 갑자기 가슴한켠에서 북받치는 감정에 눈물이 쏟아졌다.
[ ...하하하, 이제야 철좀드냐? ]
동윤이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는 순간 문이 열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차가운 시선에 그녀는 움찔했다.
[ ...현수 오랜만이다... 재원이한테 왔다 가는길에 들렀는데 ...내가 아무래도 니 마누라 울린모양이야 ]
현수는 차갑게 미소 지으며 동윤이 내민손을 잡았다가 놓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 오빠가... 갑자기 우리 오빠 얘기를 하는 바람에... ]
그녀가 쑥스럽게 웃으며 감정을 정리하려 하자 현수는 억센 손길로 그녀의 어깨를 끌어 당겨 그의 가슴에 안았다.
마치 자기것인양 과시하는 그의 행동에 동윤의 씁쓸한 표정을 보게된 그녀는 놀라움과 미안함이 뒤섞인 표정으로 어쩔줄 몰랐다.
[ 민우는? ]
[ 자구 있어서 그냥 나와봤어 ]
[ 그러다 애 깨서 놀라면 어쩌려구... 빨리 가야겠네 ]
그녀가 서두르자 동윤은 현수와 몇마디를 더 나눈후 재이에게 인사한후 떠났고 그녀도 바로 정리해서 문을 닫았다.
[ 무슨일 있었어? ]
집으로 오는 동안 아무말도 하지 않는 그의 표정이 신경쓰여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그의 얼굴을 살폈다.
[ ... 동윤이가 뭐라 그랬던거야? ]
그의 말투가 차갑게 느껴졌지만 다시 오빠에 대한 생각이 떠오르자 이내 눈가가 붉어졌다.
[ 그냥... 내가 너무 속썪여서 오빠가 그동안 고생이 많았다구... 옛날 얘기였어...]
목소리가 떨려 말을 멈추자 그가 가만히 그녀의 어깨를 끌어 당겼다.
따뜻하고 위로하는 듯한 포옹 속에서 그녀가 가늘게 떨며  흐느끼자 그는 갑작스럽게 몸을 떼어내 당황해하는 그녀를 향해 거친 키쓰를 퍼부어댔다.
그날밤 현수는 그동안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그녀를 안았다.
너무도 격렬하고 거친 모습에 그녀는 수치스러울 정도로 반응하는 자신을 보았고 그의 새삼스런 욕구에 어리둥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