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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여행에서 돌아온후 가족들에 대한 인사와 민우의 새로운 생활을 위한 준비로 그녀는 정신없이 바쁜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었다.
결혼전에 미리 알아두었던 그녀의 책방 근처 유치원에 민우를 등록시키고 아이에게 부족한 한글공부와 몇가지 학습을 더 부탁한후 그녀는 어떻게 하면 민우에게 소홀히하지 않고 책방일을 할수 있을까를 걱정했다.
오전에야 사람을 쓰니까 별 문제가 없었지만 밤늦게까지 문을 열어야 하는 책방일이 어린아이에게 신경을 써야 하는 그녀에겐 너무 버거운 일이었다.
현수 말대로 집에 사람을 둘수도 있겠지만 그녀는 세사람이 적응해가는동안 낯선사람을 끌어들이고 싶지않아 버티고 있었다.
다행히 언니가 그녀의 생활이 대충 정리가 될 때까지 책방일과 민우를 돌보는 일을 도와주기로 해 안심이 되었다.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이제는 그녀의 큰형님이 된 현수의 형수가 민우와 함께 그들이 살집에 들렀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때 언니와 오빠가 마침 그녀 집에 청소라도 해줄양으로 있었다가 결혼식때 잠깐 보기만 했던 민우를 언니와 형수님이 얘기하는 동안 오빠가 잠시 돌보았었고 민우가 오빠를 웬만큼
따르더라는 말에 그녀는 뛸뜻이 기뻤다.
솔직히 그녀의 결혼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오빠에게 민우의 존재가 부담스러웠는데 그녀가 없는동안 한가지 고민거리가 해결된거 같아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민우를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그녀는 책방문을 열었다.
유치원버스가 다녔지만 그녀는 민우와 걸어서 유치원에 다녔다.
아이와 손을 잡고 걸어가며 얘기를 나누다보면 그녀는 진짜 아이엄마같다는 생각에 그시간을 놓치기 싫다는 기분이 들었고 처음엔 손을 잡는것조차 어색해하던 아이가 유치원앞에서
마지못해서 하던 뽀뽀를 이제는 습관처럼 하는것에 만족감을 느꼈다.
여전히 말이 별로 없었고 아직까지 엄마소리를 들어보진 못했지만 민우는 유치원에 잘 적응해나가는 듯 했다.
그녀는 한가한 오전을 그녀보다 삼십분정도 늦게 나온 아이와 차를 마시며 새로운 책들에 대해 얘기 나누며 보내다가 세시쯤되어 민우를 데릴러 갔다.
문가에서 아이들 방을 둘러보며 민우를 찾는순간 선생님이 먼저 얼굴에 잔뜩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로 달려나왔다.
[ 민우어머니! ... 오늘 민우가 다른 아이하고 좀 싸웠거든요. 저... 민우 잘못은 아니구요, 아이들끼리 무슨 말이 오고갔는데 민우가 좀 상처를 받은 것 같아요.... 하루종일 말을 안하네요. ]
선생님이 무슨일 때문에 그랬는지 얘기하기를 꺼려하는걸 보고 그녀는 대충 짐작을 했다.
그녀는 자기에게 눈도 마주치지 않고 침울한 표정으로 걸어나오는 민우를 데리고 나왔다.
[ 민우야, 오늘 친구랑 왜 싸운거야 ? ]
아이의 간식을 챙기며 조심스레 묻자 민우는 그녀의 얼굴을 쳐다볼뿐 말이 없다.
[ 민우야...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자꾸 참으면 마음에 병이 생겨. 아이들이 병이 생기면 키도 잘 자라지도 않고 어려운 일이 많이 생긴다구 ]
그녀는 좀 비겁한 방법이긴 했지만 아이에게 협박아닌 협박을 했다. 아이들은 순진해서 곧잘 이런 방법이 먹히는걸 예전에 친척 아이들을 통해서 알았기 때문에.
[ ... 애들이 자꾸 책방 아줌마는... 아기를 낳은적이 없는데... 어떻게 엄마가 됐냐구 자꾸 그래서 말하기 싫었어 ]
그녀는 한숨이 나왔다. 아이들은 순진하다. 그런데 때론 그 순진함으로 다른사람에게 상처를 줄수 있다는게 아이러니다.
[ 민우야... 세상엔 아이를 낳지 않았어도 엄마가 되는 경우는 많아. ...친구들한테 이렇게 얘기해. 아빠하구 내가 결혼했기 때문에 이제는 민우 엄마가 됐다구. 니가 얘기하기 싫다고 안하면 친구들은 계속 들을려고 할꺼야. 그렇게 되면 친구들이 자꾸 귀찮다는 생각이 들꺼구
... 유치원에 민우가 좋아하는애나 친한애들 있어? ]
민우는 망설이다 몇 명의 이름을 말해 주었다.
다행이었다. 친구들에게까지 배타적이면 어쩔까 걱정했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아 안심했고 그녀는 그동안 생각했던 일을 옮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아침에 민우를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어제 얘기한 친구들의 전화번호를 선생님에게서 얻어 그녀는 분주하게 전화를 돌렸다.
민우의 엄마임을 소개하고 책방을 하면서 독서지도사 자격증이 있는 자신이 민우와 친구들 몇을 지도하고 싶다는 말에 엄마들은 환영이었고 각자의 스케줄에 맞혀 시간을 정해 알려주겠다는 말에 그녀는 오늘 하루의 활기찬 시작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