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신 바 위 11회 황량한 가을 들녁 여기저기에 빈옥수수대 가리가 세워져 서걱서걱 바람의 흔들리며 서있고 논에는 알곡 털린 볏단들이 쌓여 가을이 깊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늘 이때쯤이면 철새들이 긴 강물줄기에 날아들어 새로운 늦가을에 풍경을 만들어가고 있다 언제 날아들었는지 원앙한쌍이 서로의 깃을 보듬어주며 얌전히 물장난을 치고 있었다 혼자가 되어버린 그는 작은 미물을 보면서도 힘겨워했다 주변에서 재가를 권하지만 그녀의 자리의 누구도 들여놓고 싶지도 않았다 웬지 옹글다고 하는 여자들은 오래 견디지 못하고 떠나버릴것만 같았고 말이 많아 자신을 피곤케할것만 같았다 몇일전 고운 치마와 고무신을 그녀의 무덤앞에서 태워주면서 그런 생각을 했었다 몸은 여기 묻쳐지만 그의 가슴에 들어와 영원히 한 몸이 ?榮鳴?.. 손바닥만한 흐릿한 면경을 볼때마다 자신의 얼굴보다 아내의얼굴이 머저 떠오르곤 했다 사공은 뒷산자락의 아내의 무덤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하늘로 눈길을 돌렸다 구름한점 없는 하늘위로 수십마리의 철새들이 기억자를 그리며 무리져 날아가고 있었다 가족들일까? 한마을에 사는 친구들일까? 새들이 가는곳이 어디인지 몰라도 무리져 갈곳이라도 있는 철새들이 부러웠다 그러나 긴 강줄기에 수 천년을 서있는 귀신바위를 물끄러미 바라보니 너무나 고독하게 느껴졌다 "휴~우 그는 긴 한숨을 몰아쉬며 "그래 겨울 방학에 화연이를 대려와야겠어" 잔치가 있는지 가마꾼들이 웅성거리며 다가오자 사공은 망상을 떨쳐버렸다 가을거듬이가 끝나면서 시집장가 보내는 행사가 이마을 저마을로 이어졌다 한해중에 잔치치르기가 가장 좋은 계절이기도 했다 겨우 일손 놓기가 바쁘게 먼지만 툭툭 털어 내고는 꽃가마를 멘 가마 꾼 보다 앞장서서 사둔 집으로 향하는 김 영감은 몸은 무거워 보이지만 그래도 며느리 보는 시아버지의 얼굴은 싱글벙글 이다 오가는 분들이 가끔씩 보리개떡도 던져주고 옥수수 삶은 것도 주시기도 하지만 잔치 집에 다녀오시는 할머니들이 고쟁이 속에 과자며 사탕을 넣어 가지구 오시다가 그 아까운 것을 자랑삼아 하나 꺼내주시기도 하며 배를 세워 놓고는 얘기 주머니를 푸시기도 한다 "아 글쎄 오늘 각시는 밥을 안 받아먹었어" "신랑이 아무리 떠 먹여도 고개만 흔들 잔아 배가 고플 텐데" 예를 치루고 시댁에 들어서면 인내심을 엿볼 량으로 뜨거운 방에 쪽 도리를 쓴 채 새 색시가 종일 않자 선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앞 문 뒷 문 다 열어놓고 온 동네 아주머니들과 아이들이 새 각시 구경에 삐 집고 들어설 틈이 없다 수 십 개의 눈이 새 각시에게 집중되 있으니 신랑이 먹여주는 밥을 부끄러워 쉽게 받아 먹을수도 없으려니와 친정 엄마의 당부가 있는 것이다 병풍 뒤에 요강이 있기는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노릇인가 말도 못하고 신랑이 밥 숫 가락을 입에 대면 고개만 가로 저을 뿐이다 그러면 동네 아낙네들이 수선을 떤다 "아 신랑이 먹여줄 때 먹어봐 지금 못 받아먹으면 평생 후회해" 그러다가 받아먹으면 입이 크네 작네 하며 박장 대소를 하는 것이다 사공 질을 하면 이 동네 저 동네 소식통이다 누가 시집을 가는지 장가를 드는지 가을철에는 잔치 집이 많아 꽃가마를 싫어나를 때는 곤욕이지만 수줍어 반쯤 돌아선 새 각시를 훔쳐보는 재미도 만만치 않았었다 그러나 이제는 새각시를 싫어나르는 가마가 그를 힘들게 할뿐이였다 차거운 강 바람이 그의 남루한 옷자락을 흔들며 가슴속을 파고 들었다 날시가 추워지는 탓인지 뱃 손님이 눈의 띄게 줄었다 사공이 일을 마치고 ?아든 산밑에 외딴집은 시커먼 굴뚝만 을씨년스럽게 그를 기다리고 있었고 창오지가 뚫어져 여기저기 구멍도 있건만 강 줄기에 눅눅하게 젖은 바람은 문사이를 삐집고 들어갈려고 문풍지를 울리고 있었다 강 바람도 따듯한 방이 그리운걸까? 춥고. 외롭고. 쓸쓸함이 혼자만이 아니라는 것이 위안이 ?榮쩝? 사공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방 문을 활짝 열어주었다 누구를 위해서일까. 찬 바람. 아니면 자신? 들고양이 한마리가 을씨년스럽게 울음소리를 흘리며 지나갔고 있었다. 마지막회에서 만나요 열렬독자님을 위해 일회를 더 올렸습니다 여러분 절말 감사합니다 ***철부지 모모*** |